원룸촌 주변에 술집 '버글'...대학생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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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촌 주변에 술집 '버글'...대학생은 괴롭다
  • 취재기자 원영준
  • 승인 2015.09.21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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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들 소음에 잠 못이루는 밤 일쑤...여학생 귀갓길 위협도

부산 대연동에서 자취하는 여대생 박모(21) 씨는 늦은 밤 집에 가는 도중에 갑자기 뛰쳐나온 취객 때문에 화들짝 놀랐다. 박 씨는 집에 들어가서도 밖의 취객들 소음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집에 갈 때가 되면 이제는 무서울 정도다. 항상 밤에 집 가는 길에 주위를 살핀다”고 말했다.

부산 경성대와 부경대 사이 등 대학가 인근에는 많은 원룸들이 있다. 이 중에는 기존 하숙집과 주택 내 자취방을 하던 사람들이 원룸으로 신축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학가의 술집, 카페들과 주거지인 원룸이 공간적으로 마구 섞이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들이 늘어나 말썽을 피우고 있다.

현재 경성대 앞 원룸들이 많이 몰려있어 일명 '원룸촌'이라 불리는 곳을 가면 1층에 호프집들이 길게 늘어서있다. 이는 주택가 주변이 상업지구보다 권리금이 낮기 때문이다. 한 원룸 1층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신모(35) 씨는 “이 가게를 오픈하기 전, 부산 서면, 남포동, 덕천동 등을 조사해보았지만, 권리금이 너무 높아 가게를 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주택가인 탓에 권리금이 낮아 가게 열기에 수월했다”고 말했다.

▲ 한 원룸 1층에 운영 중인 맥주집. 요즘 대학가에는 원룸 빌딩 1층에는 대개 이런 소규모 술집들이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사진: 취재기자 원영준).

하지만 이렇게 입주한 업소들 때문에 원룸 주민인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부경대에 재학 중인 김모(25) 씨는“밤만 되면 취객들의 고함 소리에 잠을 잘 못 잔다. 하지만 이를 가게 사장한테 뭐라고 말할 수도 없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박모(20) 씨도“주중에는 그나마 참을 수 있지만 주말에는 밤에 너무 시끄러워서 집에 일부러 늦게 간다. 갑자기 이런 생활을 해서 그런지 몸에 피로가 누적돼 점점 몸이 안 좋아졌다. 병원에 링겔도 맞으러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커피를 파는 카페 소음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카페의 음악 소리로 인해,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원룸 자취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부경대 앞에서 자취하고 있는 양모(21) 씨는 카페의 스피커 소리 때문에 낮에 집에서 쉬질 못한다. 양 씨는 “바로 맞은편에 스피커를 쓰는 카페가 있는데 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서 시끄러워 죽겠다. 창문을 닫아도 TV소리보다 크게 들리고, 카페 주인에게 소리를 낮추어 달라고 해도 아직 바뀐 것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불만들을 해당 구청 측에 민원신고를 해도 잘 해결이 되지 않는다. 경성대와 부경대 근처 원룸에 살고 있는 김모(23) 씨는 소음 문제 때문에 구청 측에 민원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김 씨는 “구청 측은 해당 민원은 개인부지에서 일어난 일이라 단속 권한이 없고 소음 또한 소음진동규제법에 의거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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