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자발적 아웃사이더 '스멀스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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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자발적 아웃사이더 '스멀스멀'
  • 취재기자 방민영
  • 승인 2015.09.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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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간관계 포기하는 4포세대 아닌가 우려스럽다"

대학생 송모(23, 부산시 금정구) 씨는 스무 살 때 다니던 학교를 개인 사정으로 자퇴하고 올해 다시 대학에 재입학했다. 그러나 동기들과 나이 차이가 심하게 나 적응하기가 힘들뿐더러 뒤늦게 찾은 자신의 전공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동아리나 학회활동을 포기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들을 대학에선 흔히 아웃사이더라고 칭한다. 그러나 일반적 아웃사이더와는 다르게 송 씨와 같이 취업과 학점을 위해 주변 인간관계를 의도적으로 끊으며 자기 스스로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은 '자발적 아웃사이더'라고 일컫는다. 최근 대학가에는 이런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이 늘고 있다.

▲ 한 대학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공부에 열중하는 대학생 모습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방민영).

송 씨는 학교생활에 빠지다 보면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게 될 것 같아 두렵다. 그래서 그는 친구들과 만나서 의미 없는 얘기를 나누다가 금세 흘러가버리는 한 두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송 씨는 “고등학교 때와 별 다를 것 없는 인간관계 형성에 시간을 쓰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차라리 그 시간을 나를 발전시키는데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최두영(21, 부산시 동래구 명장동) 씨는 또 다른 이유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고 있다. 최 씨는 학기 초에는 전공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회활동에도 모두 참여하면서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스스로 학교생활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최 씨는 성적에 맞춰 대학에 오게 되어서 자신의 전공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차라리 학과 생활을 포기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고 싶다”며 “학과생활에 집중하다보면 내 적성을 찾기가 더 힘들어 질 것 같아서 무섭다”고 덧붙였다.

요즘 캠퍼스에서는 송 씨, 최 씨와 같은 유형의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많다. 부산대 무역학부 윤서현(21) 씨는 요즘 주변에서 혼자 다니는 아웃사이더를 자주 보게 된다. 윤 씨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은 혼자 다니는 것을 즐기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며 스펙도 열심히 쌓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고 부럽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인제대 의용공학과 김미정(21) 씨는 자발적 아웃사이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김 씨는 대부분의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은 자신이 졸업 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허용될 때 인간관계를 잘 구축하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학생활 4년 내내 이런 소극적인 성격이나 습관들이 추후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김 씨는 “취업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인맥이고, 사람이 곧 재산"이라고 말했다.

개인주의가 강한 나라로 알려진 일본에서는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이른바 ‘혼자족’이 있다. 대학생 김채은(21,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 씨는 얼마 전 혼자 일본여행을 갔다.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막상 일본에 가보니 오히려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식당을 가도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있었 관광지 어디를 가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 씨의 눈에는 일본이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아 보였다. 그는 “일본은 혼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가 잘 갖춰져 있는 환경을 갖고 있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30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 일본 대표 타쿠야 씨는 최근 일본 내에서 아웃사이더를 위한 특별한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관계를 포기해 밥을 같이 먹을 친구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할 때 친구처럼 같이 밥을 먹어 주거나 쇼핑을 함께 해주는 ‘프렌드 렌탈’이란 사업을 소개했다. 타쿠야 씨는 그 프로에서 “이것은 시간당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를 내고 친구를 렌탈하는 서비스”라며 "이별할 때 돈을 받으니까 굉장히 슬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 일본에서 처음으로 친구를 빌려주는 '프렌드 렌털' 서비스를 선보인 클라이언트 파트너스의 홈페이지(사진: 클라이언트 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쳐).

2013년 10월 28일 조선비즈 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프렌드 렌탈을 처음 선보인 클라이언트 파트너스 사장 마키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정신적으로 풍요롭지 않다. 그래서 외로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여기서는 2010년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서는 등 친구가 없거나 애인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봇치(ぼっち)’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도 매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경상대 사회복지행정학과 송미숙 교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아웃사이더가 늘어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며, 그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성공과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라고 하는데, 이제는 거기에다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4포세대가 나오는 게 아닌 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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