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공기청정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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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공기청정기가 있다?
  • 취재기자 송순민
  • 승인 2015.09.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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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아이디어로 값싼 공기청정기 탄생...사회 약자 돕는 ‘착한’ 창업자가 개발

최근 중국으로부터 황사와 더불어 미세먼지가 사계절 내내 우리나라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미세먼지는 ‘조용한 살인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미세먼지로 인해 맑은 공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덩달아 공기청정기의 중요성이 부각됐는데, 비싼 가격으로 구매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저가 공기청정기도 10만 원이 넘고, 고가 공기청정기는 150만 원대에 육박한다. 이들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가졌지만, 이들보다 말도 안되게 값싼 공기청정기를 개발한 회사가 있어 화제다.

카드보도 아트 칼리지(Cardboard Art College), 줄여서 CAC로 불리는 이 회사는 공기청정기에 필수적인 필터와 팬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골판지, 즉 종이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기청정기는 저가 기준으로도 시중가격의 4분의 1로 정도인 4만 원대에 팔린다. 물론, 성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공기청정기는 필터와 팬을 이용해서 공기를 정화하는데, 이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청정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CAC는 이점에 주목해서 필터와 팬을 제외한 부품을 골판지를 이용해 만들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스스로를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엔지니어, 작가라고 부르는 CAC 대표 김광일 씨의 머리에서 나왔다.

김광일 씨는 이러한 기술들을 ‘적정기술’이라 부른다.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고급 제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적정기술은 나머지 90%의 다수를 위한 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90%의 다수는 높은 가격을 부담하기 힘들다. 첨단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적정기술은 낙후되거나, 한물 간 기술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기술이다. 김광일 씨는 “필요한 사람에게 싸게 제품을 제공하자는 것이 저렴한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김광일 CAC 대표(사진: 러닝사이언스 코리아 홈에이지)

김광일 씨는 1975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에 집안이 충남 아산으로 이사를 갔고, 인근 충남 천안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호주에서 살 일이 생겨 호주 시드니 대학교에서 학사와 건축 대학원 디자인 사이언스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 이후 그는 몇몇 학교들을 더 다니면서 전자, 전기, 컴퓨터, 멀티미디어, 건축디자인, 경영학, 교육학 분야를 더 공부했다. 직접 돈을 벌어서 배우는 것이었기에 그는 조금이라도 더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김광일 씨는 “제가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열심히는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대학원생 때 학장이 수여하는 영예로운 학생상(Dean’s honor student list)을 2회 수상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컨설팅회사를 다니다 2007년에는 ‘러닝사이언스코리아’라는 인적자원 개발 교육 회사 대표가 됐다. 그 회사에서, 김광일 씨는 2009년에 호주의 한국인 미디어포탈 ‘호주나라’를 기획, 제작했다. 그리고 그는 2013년 국내 최초로 종이배 경주대회인 박스원레이스(BOX1RACE)를 기획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CAC를 설립하여 카드보드, 즉 골판지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기획, 전시, 설계, 교육하고 있다. 현재 그는 기업, 대학,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 강연, 워크숍, 심사평가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6권의 책을 저술했고,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단국대에서 취업, 진로분야의 교양수업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김광일 씨는 제품개발과 판매를 하다 보니 회사가 필요해서 올해 CAC를 법인사업자로 등록했다. “CAC는 생각은 크게 하고, 시작은 작게, 실천은 빠르게, 지금 당장 행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기업입니다. 상상하고, 탐구하고, 공부하고, 연구하고, 성장하고, 보존하고, 절약하고, 나누어 세상에 가치를 만들고자 합니다”라는 표어를 홈페이지에 내걸었다. 8명의 직원으로 이루어진 작은 회사 CAC는 패션, 경제 잡지에 소개되는가 하면, 네이버 공익코너 메인페이지에 소개되어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미국 가전제품 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자신들의 제품을 ‘백색가전’이라 소개한다. 제네럴 일렉트릭이 생산하는 제품은 흰색인 경우가 많아 백색가전이라 불린다. 김광일 씨는 자신이 만드는 제품을 ‘황색가전’이라 부른다. 그는 “저는 골판지로 제품을 만들다보니 색이 황색이어서, 황색가전이라 불러요. 또 우리는 CAC를 S전자라고도 불러요. 여기서 S는 Self를 뜻하는데,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과는 방향과 콘셉이 다르다는 의미도 담았어요. 저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죠”라고 말했다.

CAC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도 돕는다. 이는 ‘Our Planet Campaign’으로 불리는 사회공헌활동인데,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미세먼지에 노출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만든 공기청정기를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생각은 이미 수많은 기업과 봉사기관이 함께 했다. 포스코, 애브비, 두산그룹, 무디스, 하나금융그룹, 서울, 강남, 서초 자원봉사센터 등이 이 사회 공헌 활동을 신청해 진행했다. CAC는 사회 공헌 활동 목적으로 강연을 신청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있으면, 원래의 가격보다 더욱 저렴하게 공기청정기를 제공하고 무료로 강연을 해준다. 김광일 씨는 이윤이 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회 공헌 활동으로는 이윤을 남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최소한으로 회사가 운영될 정도의 자금만 있으면 되요. 회사는 부유할 필요가 없어요. 저는 회사를 설립한 이후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김광일 씨는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창조적 메이커로써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는 “단기적인 목표는 무료로 공작과 창작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적정 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여 재단을 만들고, 학생을 후원할 계획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SNS에 “여기저기서 배우기만하고 스스로 해보지 않으면 응용이고 뭐고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게 된다. 배우고 실행함이 없으면 정말 무능한 지식인이 된다. 능력 없는 지식인이 변화, 혁신, 창조를 바라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유는 홀로 고독 속에서 뭔가를 만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남기며 자신이 지금 CAC를 운영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했다.

김광일 씨는 “남이 인정하지 않아도 고독 속에서 무엇인가를 한다면 외롭지는 않아요. 우리는 각자의 ‘나’를 찾았으면 해요. ‘나’라는 사람이 없는 삶에는 ‘너’도 없을 것이므로 자신을 찾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두산 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사진: CAC홈페이지)

   
▲ CAC의 주력 상품인 Our Planet Air 공기청정기 (사진: CA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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