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꼬리물기...단속자도, 운전자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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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꼬리물기...단속자도, 운전자도 “힘들어요"
  • 취재기자 배현경
  • 승인 2015.09.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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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고도의 교통공학 기계만이 해결책"

차가 막혀 교차로를 통과 못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차를 교차로로 진입시켜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행위를 두고 ‘꼬리물기’라 일컫는다. 이는 교차로 뿐 아니라 횡단보도에서도 자주 일어나지만, 실효성 있는 단속 대책이 없어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생 이창주(20,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씨는 오전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집 근처 횡단보도 앞에 섰다가 초록불로 바뀌었음에도 횡단보도 위에 머무르며 보행객의 통행을 가로막는 차량을 보는 데 익숙하다. 이 씨는 “매일 아침 이런 풍경을 본다”며 “매일 아침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덧붙였다.

꼬리물기는 오전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대학생 김혜진(25,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위험천만인 경험을 했다. 커다란 차가 보행자 신호등을 가린 채 정차해 있는 바람에 신호등이 녹색등인줄도 모르고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반대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사람을 본 후에야 급하게 간신히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다. 김 씨는 “도로가 꽉 찰 정도로 차량들이 횡단보도 양쪽에 정차해 있었기 때문에 보행자 신호가 가려진 상태에서 늦게 건너게 되어 아슬아슬했다”고 설명했다.

▲ 꼬리물기를 하고 횡단보도에 진입한 차량들 사이로 보행자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배현경).

도로교통법 제25조는 진행신호가 녹색신호라 하더라도 교통이 혼잡해 주변 차량의 통행을 방해할 염려가 있다면 교차로 내에 진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반하여 소위 꼬리물기를 하게 되면, ‘교차로 통행 방법 위반’에 해당되어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 횡단보도에 꼬리물기를 하고 진입한 차량과 그 사이를 비집고 위험하게 길을 건너는 행인들을 보는 일은 흔한 일이다(사진: 취재기자 배현경).

부산 남부 경찰서 교통 안전계 박광수 경장은 꼬리물기는 교차로나 병목 지점에서 많이 일어나고, 아침에 단속하면 더 밀리기 때문에 아침에는 꼬리 끊기 위주로 근무하고, 오후에는 위반 다발 지역에서 단속 우ㅏ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경장은 “현재로서 꼬리물기 문제는 경찰 투입 같은 인력으로밖에 해결방법이 없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경찰청의 교통사교 전국 14년치 통계자료에 따르면, 교차로 통행 방법 위반은 매년 전체 사고의 6.3%에서 8.3%사이를 차지했다. 또한 2015년 3월말까지의 잠정적인 통계에 따르면, 교차로 통행 방법 위반은 전체 사고의 16.66%를 차지했다. 이렇듯 꼬리물기는 매년 일정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 ‘교차로 통행 방법 위반’은 매년 일정한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사진 출저: 사이버 경찰청)

꼬리물기는 보행자 뿐 아니라 운전자에게도 스트레스다. 직장인 염민호(33,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씨는 최근 사거리에서 꼬리물기한 차들 덕분에 좌회전을 하지 못해 도로 위에 한참을 정차해 있었다. 염 씨는 “사거리에서 그런 식으로 한 번 신호를 놓치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꼬리물기한 운전자 당사자도 썩 유쾌하지 않다. 직장인 최혜주(25, 경남 창원시 상남동) 씨는 퇴근길에 신호등이 초록불일 때 교차로 진입했지만 빨간불이 되기 전에 지나가지 못해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최 씨는 “앞 차가 시간 안에 다 빠져 나갈 것을 예상하고 진입했는데 예상이 틀려 결국 신호에 걸렸다”며 “종종 그렇게 정차해 있을 때마다 굉장히 민망하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홍원(27,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도보로 출퇴근하다가 최근 직장을 옮기면서 차를 구입했다. 이 씨는 “차가 없을 때는 꼬리물기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람들을 욕하기 바빴지만 내가 운전자가 되어보니 확실히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도시교통연대 윤명중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무조건 캠코더를 들이밀며 꼬리물기의 책임을 운전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다음 블록에서 신호를 받아주는 등 신호체계가 과학적으로 연동되어 돌아가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신강원 교수는 “꼬리물기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앞막힘 검지기’를 제시할 수 있다”며 “이는 전방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정체될 경우 신호를 빨간불로 바꾸어 줌으로써 차량유입을 막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 검지기로 대기길이와 차량길이를 검지한 후, 대기길이가 일정거리 이상이 되면 앞막힘 제어권이 부여된다. 이렇게 앞막힘 검지기에서 차량 속도가 5Km/h이하, 5초 이상 유지되면 직진이나 좌회전을 제어하기 시작한다 (사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신강원 교수 제공).

신강원 교수는 “이는 실제로 부산에서 2013년 시행을 시작했으며, 미남 교차로와 문전 교차로, 황령터널 등에 설치되어 있지만, 유지, 보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탓에 동일한 지점에서 동일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앞막힘 검지기 설치를 확대하여 꼬리물기를 근절하되, 시스템의 반영구적인 운영을 위한 기술 개발과 적절한 유지, 보수가 부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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