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재활용정거장' 첫 시범 운영, 주택도 아파트처럼 분리수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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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재활용정거장' 첫 시범 운영, 주택도 아파트처럼 분리수거한다
  • 취재기자 김동현
  • 승인 2019.03.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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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재활용 정거장 25개 설치...환경개선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효과적 / 김동현 기자

부산시에서 최초로 ‘재활용 정거장’이 설치돼 주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재활용 정거장은 주택가 주민들이 편리하게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각 구역마다 배출거점을 만들어 아파트 재활용 배출장소처럼 운영하는 사업이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1동 주민센터와 도시광부를 통해 배부 받을 수 있는 재활용정거장 운영안내 책자. 재활용 정거장의 위치와 이용방법이 표시되어 있다(사진: 부산진구청 홈페이지).

지난 5일부터 시범운영되고 있는 이 사업은 우선 전포 1동에 이동식 재활용 정거장 25개를 설치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배출 가능한 재활용 품목은 종이, 플라스틱, 유리병, 캔, 비닐 등으로 각각 수거용 자루가 설치돼 있다. 각 정거장에는 ‘도시광부’라고 불리는 재활용정거장 관리인을 배치해 주민들이 손쉽게 재활용품을 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잘못 배출되는 쓰레기를 일러준다. 또, 주민들의 혼동을 막기 위해 당분간은 기존 문전수거 방식도 병행해 운영할 방침이다.

재활용정거장에서 분리수거를 하는 전포 1동 주민들. 각 정거장에 배치된 도시광부를 통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동현).

부산진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도시광부는 해당 지역의 통장이나 다수의 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주민을 위주로 구성된다. 동네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재활용정거장을 관리하는 것이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다. 또, 재활용정거장 운영이 안정화되면 도시광부를 폐지수집인 또는 생활이 어려운 노인으로 대체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계획이다.

현재 도시광부로 활동 중인 황영희(61, 부산시 진구) 씨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지역 통장직을 맡고 있고, 지난주부터는 도시광부까지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씨는 “일거리가 늘기는 했지만 힘든 것보다는 오히려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또 “주민들에게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알려주며 동네 환경미화에 이바지할 수 있고 정거장을 찾아주는 주민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가까워 질 수 있어서 보람차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른 도시광부들도 황 씨처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춘옥(부산시 진구) 도시광부는 “처음 오시는 주민들은 분리수거 방법을 잘 몰라 배출할 수 없는 쓰레기가 많았는데, 두 번째 오시는 분들은 제가 요구한대로 잘 씻어서 가져오셔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재활용정거장에 배출된 재활용품을 정리하는 도시광부 황영희 씨.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모인 재활용품들은 당일 쓰레기 수거차량을 통해 순차적으로 수거된다(사진: 취재기자 김동현).

동네 주민들 또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업주부 안량숙(58, 부산시 진구) 씨는 “집안일을 하다보면 매번 쓰레기 버리는 시간을 잊어버리기 일쑤였는데, 재활용 정거장이 생긴 후 부터 집 안에 쓰레기를 모아 놓지 않아도 되니 너무 편리하다”고 했다. 또, 직장인 김민기(22, 부산시 진구) 씨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거리에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들이 바람에 날려있어 보기 불편했는데 재활용 정거장 덕분에 좀 더 쾌적한 동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주민도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이준엽(25, 부산시 진구) 씨는 ”재활용품을 잘 정리해서 집 앞에 두기만 하면 되는데 재활용정거장은 직접 가지고 가야하니까 불편하다“고 했다. 이 씨는 ”한 번에 많은 양의 재활용품을 버리기는 힘들 것 같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일반주택의 주민들은 정해진 날짜, 시간에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집 앞에 내놓아야만 했다. 만약 그 시간을 놓친다면 쓰레기가 집 앞에서 방치됐고 날짜에 해당되지 않는 쓰레기는 집 안에 쌓여갔다. 재활용 정거장은 기존의 문전수거 방식과는 달리 한꺼번에 모든 재활용품을 배출할 수 있어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리배출 시간을 놓쳐 수거되지 못한 재활용품이 길거리에 방치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동현).

기존 문전수거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혼합배출이다. 2018년 기준, 부산진구 일반주택에서 매월 배출되는 재활용품 양은 466톤이다. 하지만 이 중 138톤은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약 30%에 육박하는 일반쓰레기가 재활용품과 함께 혼합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재활용정거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활용정거장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들은 별도의 선별작업이 필요 없기 때문에 쓰레기처리비용 절감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서울에서는 2014년부터 재활용정거장이 시행되고 있다. 그중 모범사례로 꼽히는 금천구는 재활용품과 함께 버려지는 이물질이 10% 미만으로 대폭 감소했고 그 중 독산 4동의 경우 재활용품 250톤을 수거해 1200여만 원의 판매대금을 얻는 등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재활용정거장은 부산 전포 1동 일대 주택가에서만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조만간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부산진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재활용정거장의 보완점을 찾아내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부산시 전체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갑작스러운 변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겠지만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하기도 했다.

주민 편의를 도모하고 동네 환경개선과 쓰레기 처리비용 절약, 그리고 일자리 창출까지, 재활용정거장은 과연 네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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