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내 얼굴이? 불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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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내 얼굴이? 불쾌해요”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3.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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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방송 제작자 난립에 스트레스 받는 시민들 / 신예진 기자

해가 저무는 저녁 7시께, 맛집으로 알려진 유명 고깃집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퇴근 후 고기 한 점과 소주 한 잔에 회포를 풀려는 직장인부터 부모님 손을 잡고 외식을 나온 어린아이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대학생 신모(22) 씨도 그중 하나. 하지만 즐겁게 친구들과 고기를 굽던 신 씨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신 씨의 대각선으로 한 남성이 세 접시째 고기를 흡입(?)하고 있었고, 그가 설치한 카메라 앵글에 신 씨와 친구의 옆얼굴이 담겼던 것. 남성의 정체는 먹방 BJ였다.

신 씨는 불쾌했지만 별달리 항의하지 못했다. 신 씨를 제외한 다른 손님들은 BJ의 촬영에 덤덤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신 씨는 “요즘 식당에 가면 혼자 먹방을 진행하거나 유튜브 일상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이 많다. 매번 내 얼굴이 화면에 걸릴까, 내 목소리나 대화가 녹음이 될까 신경이 쓰이고 전전긍긍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최근 아프리카나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1인 방송제작자, ‘크리에이터’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출연자들의 ‘초상권’ 보호 여부다. 크리에이터가 생산하는 영상은 일반 방송처럼 스튜디오나 특정한 장소에서 촬영이 이뤄지지 않는다. 누구나 손쉽게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촬영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시민들의 얼굴이 의도치 않게 영상에 노출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초상권을 언급하며 무분별한 촬영을 지적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A(27)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행기에서 영상을 찍는 유튜버’를 꼬집으며 “매너는 지켜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분통 섞인 글을 게시했다. A 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월 뉴욕-인천 비행기 비즈니스 석에서 발생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A 씨가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A 씨의 우측에는 작은 카메라를 든 승객 B 씨가 자리했다. B 씨는 카메라 액정을 돌려 비행 내내 ‘셀프캠’을 촬영했다고 한다.

A 씨의 분노는 B 씨의 카메라 렌즈 방향이 A 씨를 향하면서 시작됐다. A 씨는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다 우연히 보니 (카메라 렌즈에) 제 자리가 떡하니 화면에 걸쳐져 있었다. 참다가 영상 지워달라고 말씀 드렸다. 모자이크 처리한다고 해도 내 얼굴이 찍힌 영상을 남이 가지고 있는 게 싫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씨의 부탁에 “지우면 손해가 막심하다”, “이런 지적 처음이다”, “유난이다” 등 B 씨는 불평불만을 내비쳤다고 한다.

1인 방송 제작자의 거침없는 촬영에 일반 시민들이 초상권 침해를 지적하는 일들이 왕왕 발생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초상권은 헌법 제10조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인정되는 기본권이다. 자신의 모습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꼭 얼굴이 아니라도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촬영된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또 촬영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의도와 다른 영상 게시 역시 초상권 침해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초상권은 헌법으로 보장되는 권리기 때문에 제3자가 초상권 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정해영 파트너 변호사는 “초상권 침해는 형사 처벌보다는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금전적인 위자료를 청구하고, 초상권 침해 사진이나 영상물 등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초상권 침해를 당했을 때 민사소송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정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번거롭다. 실익이 없을 수 있다. 따라서 뜻하지 않게 사진이나 영상물에 얼굴이 노출됐다면 촬영자에게 삭제나 수정 요청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초상권 침해를 호소했던 A 씨는 시민들을 대표로 1인 방송 제작자들의 배려를 부탁했다. 촬영이 일상인 제작자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촬영을 ‘당하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사전 촬영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영상을 찍는 분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촬영 시 일반인의 입장을 한 번만 더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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