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화장품 빈 병, 없어서 못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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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화장품 빈 병, 없어서 못 판다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5.09.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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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화장품 한 병에 1만 원 호가...여자들의 허영심이란 비판도

주부 장수빈(38) 씨는 집에 있는 명품 화장품 빈 병들을 처리하기 위해 혹시나 하며 온라인 상거래 카페에 판매 글을 게시했다. ‘다 써버린 빈 병을 누가 살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글을 올렸지만, 명품 빈 병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빨랐다. 원가가 높고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샤넬 제품은 없어서 팔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녀는 이 기회에 화장대를 정리하기 위해 쓰지 않는 명품 제품들을 추가로 몇 개 더 올렸다.

요즘 온라인 상거래 카페에서 다 쓴 명품 화장품 빈 병 판매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관련 카페에서는 한 달 동안에 관련 글이 100건 이상 올라 온다. 시가는 로션 빈통 한 개에 5,000원에서 1만 원 선으로, 이미 누가 다 쓴 빈 병임을 감안했을 때 적지 않은 가격이다. 심지어 한 판매자는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의 사용 후 빈병 구입자 예약을 받아, 사용 후 빈 병이 되면, 예약자에게 알림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다 쓴 화장품 빈 병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품 화장품 ‘디올’ 빈 병을 구매한 20대 A씨는 명품 화장품 빈 병을 구매해 그가 사용하던 제품을 옮겨 담아 들고 다닌다. 그는 “명품 화장품을 쓰면 집이 아닌 곳에서 화장할 때 당당한 기분이 든다”며 “SNS에 게시할 사진을 찍을 때 이들 고급 화장품 빈 병들을 배경으로 두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대 B씨는 최근 쓰다 남은 샤넬 립스틱을 구매했다. 그의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명품 화장품 하나씩은 들고 다녀 본인도 사고 싶었지만, 한 달 용돈이 5만 원이라 조그만 립스틱 하나에 3만 원이 넘는 가격은 큰 부담이었다. 그는 “중고라도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해 주눅 드는 것보다는 고급 화장품 빈병을 갖고 생색을 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는 몇 년 전 문제로 떠올랐던 온라인 상거래 카페에서 명품 종이가방 판매와 흡사하다(<시빅뉴스> 2014년 9월 22일자 보도). 명품 가방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 명품 가방 대신 가방을 담아주는 종이가방을 돈을 주고 샀던 것이다. 무료로 주는 종이가방은 온라인에서 3,000원부터 5,000원의 가격으로 판매됐다. 당시 외적인 부분만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비뚤어진 문화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었다.

고급 화장품 빈병을 판매한 장수빈 씨는 명품 화장품을 사기엔 가격이 부담되는 학생들이 주로 빈 병을 찾는 것 같다며, “판매자 입장에서는 그냥 버릴 병들로 돈을 버니 좋지만, 내 딸이라고 생각하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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