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교수의 에너지와 국제정치] 미세먼지는 국제정치적 에너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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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교수의 에너지와 국제정치] 미세먼지는 국제정치적 에너지 문제
  • 충북대 이철우 교수
  • 승인 2019.03.1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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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철우 교수

국제정치무대에서 각 나라가 추구하는 목표는 안전보장(security), 국방력 증강(power), 경제적 번영(prosperity), 그리고 국가적 자부심(prestige) 순이라고 한다. 이러한 국가적 우선 순위에 비추어 보면, 에너지는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가 끊긴 사회는 문명과 복지의 혜택을 누릴 수 없고, 기동력을 근간으로 삼는 군대를 유지할 수 없으며, 모든 생산 활동이 마비되므로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이야말로 정부의 우선적 책무다.

오늘날 각 정부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적절한 에너지 가격, 친환경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소비라는 에너지 전환기의 3대 과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 각국은 파리기후협약처럼 국제적인 공조 속에서 에너지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듯하나, 실상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각국 정부는 모범적인 에너지정책을 실행한다고 상을 받지도 않고 나쁜 에너지 정책을 실행한다고 벌을 받지도 않는다.

에너지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는 에너지의 활용 및 소비(use), 에너지원(source), 시스템(system) 측면에서 짚어 볼 수 있다. 에너지 ‘활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및 지구온난화, ‘에너지원’의 수급안정, 전력망이나 석유가스 파이프라인과 같이 여러 나라에 걸친 에너지 ‘시스템’ 등이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다.

미세먼지 때문에 우리의 야외활동이 위축되고 국민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도 있을 것이나, 중국의 미세먼지 오염상황이 하루 이틀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면서 아무런 오염원이 없는 서해의 섬에서 상황이 더 나쁜 점으로 미루어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다. 중국, 서해, 그리고 한반도를 아우르는 지역의 인공위성 사진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세먼지의 근원이 중국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중국의 에너지 활용과 그 시스템에 관한 통계자료도 있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의 규모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전체 에너지 공급의 60%, 전체 전기생산의 65%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2018년도 석탄생산량은 2017년보다 5.2% 증가한 35억 5000만 톤에 이르며, 중국정부는 작년에 67억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석탄채굴사업을 승인했다. 따라서 중국이 작년에 동북지역 300만 가구의 석탄난방을 천연가스로 대체했다고 해도, 전기생산을 석탄에 의존하기로 한 만큼 중국의 경제성장은 당분간 필연적으로 더 많은 석탄소비를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이는 우리의 미세먼지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움을 가리킨다.

중국 1차 에너지원 구성의 연도별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 여기에 보이는 Mtce는 백만톤의 석탄에 포함된 에너지다. 중국의 에너지 전환 계획의 방향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감축,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증대, 석탄사용량 감소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래프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중국은 여전히 석탄 사용 비율이 과도하게 높을 것임을 보여준다(자료: 중국 재생에너지 센터의 2018년 전망)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팀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우리가 호흡할 수밖에 없는 미세먼지의 근원과 그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를 기초로 우리가 취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내게 어떤 문제 해결에 1시간을 준다면 55분을 문제를 정의하는데 쓰고 5분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겠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문제의 정확한 진단에 있음을 가리킨다. 실질적인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세먼지 오염에 대한 중국 오염원과 국내 오염원 간의 비율이나 기상조건에 따른 국내외 오염원의 영향에 대한 차이를 분명하게 밝혀야 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타이어 마모와 운행에 따른 부유먼지 등의 영향도 객관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원전을 축소하면서 대대적으로 보급한 태양광의 경우, 미세먼지로 햇빛이 약해지므로 그 효율이 떨어지리라는 점은 불보듯 뻔하다. 따라서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실행을 위해서도 미세먼지 문제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미세먼지의 발생원, 특성, 이동경로,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과학적인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미세먼지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차량2부제, 경유차 운행제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의 국내용 처방으로 일관한다면, 미세먼지 문제의 국제정치적 담론에서 우리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대기오염에 관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지 못한 채 국내용 대책에 몰두할수록 중국의 영향을 부인하는 셈이니 그 어떤 나라가 자신들의 영향을 인정하겠는가?

석탄은 값싸고 여러 지역에 분포하므로 수급안정을 도모하기 쉬워 현재 전 세계 전력의 40%를 생산하는 연료이며, 아직껏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10억 명 저개발국 국민에게 전기를 공급할 1차 에너지원이 되기 쉽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핵심의제 가운데 하나가 석탄사용 축소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에너지기구의 예측에 따르면, 2023년까지 전 세계 석탄사용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한 나라의 에너지비용 지출이 일정수준을 넘으면(미국의 경우 10%) 경제적 불황이 온다고 한다. 따라서 대기오염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경제를 지키기 위해 값싼 석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개별 국가의 경제적 이익이 다른 나라의 대기오염에 우선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의 대기에 영향을 주는 오염물질의 배출규제에 대해서는 월경성 대기오염협약을 통한 국제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EU의 ‘장거리 월경성 대기오염협약(CLRTAP), 북미의 ’미국-캐나다 대기질 협정(AQA)’과 ‘미국-멕시코 국경지역 환경협정(La Paz Agreement)’, 동남아 지역의 ‘월경성 연무오염 아세안 협정(AATHP)’ 등이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이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국가 간 미세먼지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미세먼지에 관한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중국의 쓰레기 소각이 미세먼지의 한 요인이라면 앞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측되는 1회용 플라스틱에 관한 국제적인 규제 논의에서 소각 조건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한 국내외 현실 때문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위협이 된 만큼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우리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우리의 지혜를 모으고, 의지를 다지며, 국익에 입각하여 현명하게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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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 2019-03-12 17:57:26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