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교수의 에너지와 국제정치] 에너지 정책과 투자에너지수익률(ER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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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교수의 에너지와 국제정치] 에너지 정책과 투자에너지수익률(EROI)
  • 충북대 이철우 교수
  • 승인 2019.03.0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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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철우 교수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철우 교수

생명체를 포함한 모든 지구상 시스템은 에너지로 움직인다. 전기가 끊겨 수돗물이 마르고,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며, 전철이 멈추면, 우리는 비로소 생활에서 에너지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현대사회는 인간만 에너지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다. 생명체란 근본적으로 외부에서 먹거리를 획득하여 활동하고 남은 에너지를 이용하여 성장하고 번식한다. 에너지 획득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동식물이 번성해온 과정을 자연선택이라 한다. 곧 에너지를 얻는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적은 에너지를 얻을 경우 생명체는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 생명체를 비롯한 모든 시스템의 유지와 발전은 결국 에너지의 효율적인 활용에 달려 있다.

따라서 에너지 국가전략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에너지 전환의 방향은 명확하다. 그러나 전환의 방향보다도 더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정책의 근간은 에너지 획득과 활용의 효율성이다. 다시 말해,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야 하고, 낭비를 줄이면서 같은 양의 에너지를 좀 더 쓸모 있게 활용해야 한다. 그런 정책의 지표가 ‘투자에너지수익률(Energy Return on Investment, EROI, ‘이알오아이’라 읽는다)이다. EROI는 ‘획득한 에너지/에너지 획득에 소비된 에너지’로 정의된다. EROI가 0이면 에너지를 전혀 얻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키고, 1이면 투입한 에너지 만큼만 에너지를 얻는 셈이며, EROI가 높을수록 투자 대비 에너지를 많이 얻을 수 있음을 가리킨다. EROI의 개념은 단순하나 에너지 획득과 소비의 범위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서로 다른 네 가지 EROI가 정의된다.

원활한 에너지 수급이 정부의 책무이고, 에너지 효율 향상이 국가 경쟁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유지 발전을 뒷받침하는 만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 실행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사실점검의 잣대로 EROI를 따져 보기 시작해야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먼저 EROIsoc(총량 EROI, soc는 society)는 한 사회나 국가가 얻은 ‘모든 연료(fuels)의 에너지 총합/연료획득에 소비된 모든 에너지 비용의 합’의 비이다. 이 지표야말로 한 국가나 사회의 에너지 관련 효율성을 가리키나, 고려해야 할 연료가 다양하고 각 연료를 얻는 비용이 제각각이므로 이 지표를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비해, 에너지의 상업적인 측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표는 EROImm(생산 EROI, mm은 mine-mouth)로 ‘획득한 특정연료의 총량/특정 연료를 탐사하고 생산에 소비된 에너지’로 계산한다. 이는 특정 연료, 곧 1차 에너지원별로 계산하므로 상대적으로 계산이 쉬워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표다.

다음으로, 특정 연료를 탐사하고 생산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정제하고 사용 장소까지 운반하는데 소비되는 에너지까지 포함시켜 획득에 소비된 에너지를 고려하여 계산하면 EROIpou(사용지 EROI, pou는 point of use)가 된다. 1차 에너지를 96% 이상 수입하는 우리 실정에서 적극 활용해 볼 필요가 있는 지표로 보인다.

끝으로, 에너지를 획득하고 운반하고 활용하는 데 소비된 에너지 총량을 그 사회가 얻은 에너지와 비교하여 계산한 지표가 EROIext(소비형 EROI, ext는 extended)다. 이 지표의 분모에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설비, 곧 도로, 교량, 차량 등의 유지보수 비용까지 포함된다.

네 가지 투자에너지 수익률(EROI)의 수식(그림: 시빅뉴스 제작).

우리나라에서 아직 고려하지 않는 투자에너지수익률을 소개하는 이유는 에너지 수급의 현실과 미래를 가늠하기 좋은 지표이기 때문이다. 생산 EROI(EROImm)를 예를 들어보면, 어느 국가나 사회가 에너지 측면에서 지속가능하려면 생산 EROI가 3~5 이상이 돼야 한다. 산업사회의 생산활동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생산 EROI를 ‘순에너지절벽(Net Energy Cliff)’이라 한다. 절벽에서 추락하기 쉬운 것처럼 최소 생산 EROI 이상의 효율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장기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옥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연료는 생산 EROI가 1.3 또는 1 이하로 계산되는 만큼 식량안보를 고려하지 않고 에너지 차원에서만 보아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연료다. 생산 EROI가 2.5인 캐나다의 오일샌드(Oil Sands)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 이와 달리 석탄은 1차에너지원 가운데 생산 EROI가 가장 높으나(46), 연소 시에 산성비의 원인물질인 이산화황,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300배가 큰 질소산화물, 폐와 호흡기에 유해한 미세먼지 등을 배출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사용을 억제하기로 했다.

21세기 국제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꾼 미국 셰일혁명의 효과 또한 생산 EROI로 설명가능하다. 현재 셰일가스의 생산 EROI는 12~17로 계산되기도 하나 장기적으로 5~10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곧, 셰일혁명 기반의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는 셰일자원의 양과 셰일가스의 생산 EROI 측면에서 앞으로 수십 년간 유지될 것이다(셰일자원에 대해서는 본 칼럼에서 향후에 좀 더 다룰 예정이다).

EROI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미래에너지라 하는 이유는, 기술혁신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EROI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와 달리 신재생에너지원 자체가 고갈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여건이 좋은 지역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순에너지절벽을 넘어섰다.

그러나 EROI는 기본적으로 지속가능성의 지표인 만큼 불규칙하고 고르지 않은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 문제는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검토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전환 초기에는 EROI가 낮아 경제성이 없는 에너지원에 대해 정부에서 조세나 보조금의 혜택을 통해 보급을 촉진하나,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지속가능한 전환이 실현된다. 따라서 정부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언제까지 얼마나 지원해야 할지 합리적으로 결정하려면, 우선적으로 우리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생산 EROI를 계산해 봐야 한다.

그리고 파리협약에 맞춘 국가 에너지 정책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에너지원 구성(energy mix)을 최적화하려면 총량 EROI를 고려해 봐야 한다. 원활한 에너지 수급이 정부의 책무이고, 에너지 효율 향상이 국가 경쟁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유지 발전을 뒷받침하는 만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 실행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사실점검의 잣대로 EROI를 따져 보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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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 2019-03-12 17:54:29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