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만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앞으로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이를 등급 분류 규정 위반으로 중단 명령을 내렸기 때문. 심의를 받지 않으면 어떤 게임이라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 게임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게임을 만든 학생들에게 심의에 필요한 수수료가 만만치 않아 법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제작 소프트웨어 플래시를 이용해 만든 플래시 게임을 제공하고, 자작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공유하는 사이트인 ‘주전자닷컴’과 ‘플래시365’는 최근 공지사항으로 공유를 중단한다고 알렸다. 해당 사이트 운영진은 “학생들이 중심이 된 손때 묻은 UCC 작품에 대해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운영자도 혼란스럽지만, 사이트 강제차단조치를 피하고자 부득이 하게 서비스를 내리게 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이번 서비스 종료로 주전자닷컴은 4만 개의 자작 게임이, 플래시365는 12만 개의 자작 플래시게임들이 사라지게 됐다. 게임 개발을 꿈꾸는 학생들이 만든 플래시 게임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사이트의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사이트 운영진은 설명했다.

서비스 종료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제21조와 제3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 게임위의 설명. 게임산업법 제21조는 게임물을 유통하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 및 배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제32조는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의 유통 및 이용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유∙무료 관계없이 게임물이라면 등급분류를 받은 후 유통 및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이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게임을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통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기에 제재할 수밖에 없다. 유통을 위해서는 반드시 등급분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의 창작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이를 유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 게임위 관계자는 “배포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해당 사이트들은 이런 부분이 문제로 지적됐고, 시정공문을 보내 고치도록 했다”고 말했다.

게임위 홈페이지에는 게임 등급 심의를 위한 비용이 나와 있다. 적게는 2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이 든다. 게임위는 개인 개발자들이 등급 심의 비용에 부담이 된다면 수수료를 30% 감면해주는 제도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네티즌들은 게임산업법이 게임 산업 발달을 저해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네티즌은 “종이에 낙서해놨는데 남한테 보여주려면 돈 내는 거랑 뭐가 다르냐”며 불만을 표했다. 다른 네티즌은 “이걸로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닌데 왜 돈을 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임물 심의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주전자닷컴의 운영진은 격려와 지원을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훼방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런 상황이 누구의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탓해선 안 된다. 여러분의 작품은 대단하다. 그러니 창작의 의욕을 잃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송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