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뒤켠에 고흐 풍경화 연상케하는 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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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뒤켠에 고흐 풍경화 연상케하는 길 있다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5.08.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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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공단 사업소~송정 터널 산책로...'고흐길' 명명, 명품 관광코스로
▲ 고흐의 작품인 <알리스캉의 가로수길>(왼쪽 사진 출처: enjoyart.com)과 부산환경공단 해운대 사업소에 위치한 ‘고흐길’(오른쪽)은 매우 흡사하다. 고흐길은 아직 푸르지만 곧 다가오는 가을이 되면, 그 풍경은 고흐의 가로수길과 더욱 비슷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오른쪽 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19세기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에 두 달간 머물며 친구인 폴 고갱과 함께 고대 로마 유적인 알리스캉을 자주 찾아 가곤했다. 이곳에서 작품을 자주 그리던 고흐는 붉게 물든 포플러 나무 아래 석관(돌무덤)이 줄지어있는 알리스캉 공동묘지의 가을 풍경을 보고 또 하나의 명화를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바로 지난 5월 5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630만 달러(한화 약 717억 원)에 낙찰된 <알리스캉의 가로수길>이다.

<알리스캉의 가로수길>의 배경이었던 알리스캉 공동묘지 길과 쏙 빼닮은 길이 부산에서 발견됐다. 바로 부산환경공단 해운대사업소 뒤편에 있는 산책로다. 이 길은 과거에는 이름이 없던 산책로였다. 그런데 해운대구 좌2동 주민센터에서 환경정비 행사의 일환으로 주민들과 함께 이름 없는 이 길을 청소하던 박수경 좌2동 동장은 “처음 이 길을 보자마자 이 신문에서 봤던 고흐의 작품 <알리스캉의 가로수길>과 닮았다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박 통장은 이름 없는 이 길이 고흐의 작품과 닮았다고 해서 고흐길로 이름 짓자고 제안한 것을 계기로, 이 길이 고흐길로 불리게 됐다. 실제로 알리스캉의 공동묘지 길은 포플러 나무가 심어져 있지만, 고흐길에는 살아있는 화석식물이라고 불리는 메타세쿼이아가 있다. 그러나 풍경이 연출하는 느낌은 매우 비슷하다.

▲ 부산환경공단 해운대사업소로 들어가 연못을 지나면 고흐길 입구가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고흐길은 부산환경공단 해운대사업소에서 송정터널까지 이어지는 100m 길이의 산책로다. 아직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고흐길은 언제나 한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경관도 수려하다. 지난 해 '제2회 KNN 아름다운 가로수길 사진공모전'에서 고흐길을 찍은 사진이 대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 산책로는 메타세쿼이아가 만들어 낸 서늘한 그늘 아래에서 사색에 빠져 걷기 좋은 장소다. 고흐길을 자주 산책하러 다니는 이창화(59, 부산 해운대구) 씨는 “이 산책로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곳이다. 사람이 적어 산책하기 좋다”고 말했다.

▲ 고흐길은 해운대 장산역 2번 출구(왼쪽 사진)로 나와 쭉 걸어가서 부산환경공단 해운대사업소에 도착하면, 사업소 입구(오른쪽 사진)에서 G(연못)를 찾으면, 거기서부터 고흐길이 시작된다(왼쪽 사진출처: 네이버 지도, 오른쪽 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고흐길을 찾아가려면 우선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에서 하차해야 한다. 장산역 2번 출구로 나와 보도를 따라 10분 정도 걷다보면 부산환경공단 해운대사업소가 나온다. 부산환경공단 안에 위치한 연못을 지나면, 무성한 숲길 입구가 나오는데, 이 입구가 고흐길 초입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산책로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안내가 없고 아는 사람만 아는 고흐길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은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선배의 권유로 남편과 함께 고흐길을 방문한 박숙영(51, 경남 창원시 팔용동) 씨는 부산환경공단에서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연못 입구를 찾아 고흐길로 갈 수 있었다. 박 씨는 “제대로 된 안내가 없어서 고흐길 찾느라 힘을 다 뺐다. 고흐길을 걷다보니 끝부분에 어떤 산책로가 나왔는데,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몰라 끝까지 못 걸어본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 고흐길 옆에 위치한 도로에 차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뿐만 아니라 고흐길은 바로 옆에 송정터널로 가는 도로가 있어 차가 달리는 소리가 생생 들린다. 차폐 효과를 위해 심어진 메타세쿼이아가 있지만, 다 자라지 않아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흐길을 찾은 관광객들은 조용한 산책을 방해받곤 한다. 고흐길을 처음 걸어 본 박주현(22, 부산 동래구 복천동) 씨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나무 그늘 아래에서 걸어 시원했다. 바로 옆에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없었으면 자주 오고 싶은 곳이다”고 말했다.

고흐길을 관리하는 좌2동 주민센터는 관광객들의 불편함에 대해 알고 있었다. 좌2동 주민센터의 전형조 씨는 “안내판이나 알림 같은 것을 설치하는 문제를 현재 구청과 협의 중이다. 불편함들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고흐길을 깨끗하게 보존해서 명품 산책로로 가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경 동장도 생각보다 고흐길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박 동장은 “고흐길을 산책하는 사람이 없어서 걷기가 무섭다고 주민들이 종종 얘기한다”며 “앞으로 환경정비, 걷기행사 등을 통해 주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자주 찾아오게 되는 산책로로 가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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