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블랙 컨슈머 횡포에 소상공인들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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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블랙 컨슈머 횡포에 소상공인들 '냉가슴'
  • 취재기자 이세호
  • 승인 2015.08.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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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전 사 간 속옷 뒤늦게 환불요구.. "초밥먹고 배탈났다" 변상 요구하기도
▲ 긍정적인 평가부터 부정적인 평가까지, 포털 게시판에는 음식점 방문 리뷰가 성행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세호).

최모(56. 부산 사하구) 씨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속옷 가게로 새댁으로 보이는 한 손님이 들어온다. 그 손님은 다짜고짜 3개월 전에 사 갔던 속옷을 내밀며 “아줌마, 이것 환불해주세요”라고 말한다. 환불 이유는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란다. 최 씨는 손님에게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단순 변심을 이유로 3개월이 지난 상품은 환불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그 손님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안되는 게 어디 있느냐”며 언성을 높인다. 그 손님은 계속 환불을 요구하며 “여기 이상한 곳이라고 인터넷에 올려야겠네”라고 말한다.

그 동안 기업을 상대로 인터넷에 악의적인 글을 올려 위협을 가하고 이익을 챙기던 ‘블랙 컨슈머’들이 소상공인들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로부터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대기업과는 달리 대처할 방법도 모르고 하소연할 데도 마땅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최 씨는 위 같은 경우를 수시로 당했다. 그녀는 누가 봐도 불합리한 일이지만, 손님이 인터넷에 부정적인 글을 올리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덜컥 겁이나 손님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손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라 그런 글이 올라오면 장사 못 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불의에 굴복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대응해 볼 생각도 했지만, 마땅한 방법이나 절차를 알 수도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프랜차이즈 본사에 문의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본사 측은 회사의 이미지를 걱정해 손님의 요구를 들어주라고만 했다. 그녀는 “가게 잘못이 없어도 손님이 우기면 가게 잘못이 되는 세상이 참 무섭습니다”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초밥집을 운영하는 이모(57) 씨도 억울한 일을 겪었다. 한날 그의 가게에서 초밥을 먹고 배탈이 났으니 배상을 하라며 한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그는 그 날 같은 초밥을 수십 명에게도 더 팔았는데 한 사람만 그러는 게 이상해 그 손님에게 같이 병원에서 검사받아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 손님은 지금 자신을 의심하는 거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손님은 이 가게에서 밥 먹고 배탈 났다고 프랜차이즈 본사 게시판과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며 이 씨를 위협했고,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이 요구한 15만 원을 변상했다. 이 씨는 “가게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생기면 장사가 안 될까 봐 억울해도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블랙 컨슈머에게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하소연할 기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고, 중소기업청도 있으며, 소상공인 육성, 전통시장, 상점가 지원 및 상권 활성화 등을 담당하는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처럼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단체도 있다. 그러나 이 단체들은 주로 금융, 창업, 기술, 그리고 판로 등의 정보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악질적인 소비자에 손해 입은 소상공인들의 대처 방법, 절차 등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고, 민원 신고, 불편사항 신고 게시판을 통해서 문의하고 안내를 받는 것이 전부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민원 게시판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불편사항 등을 접수하고 개선 방안을 안내하고는 있지만, 블랙컨슈머 등에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위한 직접적인 제도는 없다고 했다.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 관계자도 블랙 컨슈머에 대한 정보가 미비하다며 앞으로 이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돼지국밥 가게를 운영했던 최모(56) 씨는 중소기업청의 존재는 알지만, 그곳이 악질적인 손님들한테 시달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인지 모른다고 했다. 초밥집 사장 이 씨도 중소기업청은 공장 정도를 운영해야 도움을 받는 단체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일하며 케이크를 거의 다 먹고 1/10 정도만 남은 것을 들고 와 배가 아프니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부터 갖은 진상을 다 겪었다는 이모(29. 부산 사하구) 씨는 어차피 본사는 이미지를 걱정해 손님 편이고, 관련 기관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복잡하게 신고해도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이 가게 입장이라고 했다.

▲ 중소기업청 포털 사이트에는 중소기업들의 법률, 정책 등에 관한 정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세호).

블랙 컨슈머에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에 대해 부산시 경제기획과 관계자는 단순한 보상이나 합의는 결국 또 다른 블랙 컨슈머를 양산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분쟁해결에 따른 보상기준을 가게 안에 명시하거나, 사실 여부를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등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을 사업장에 공고해 놓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그는 “시에서는 지속적인 교육을 추진하고 시로 접수되는 민원 내용을 파악하여 블랙 컨슈머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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