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이 '휴대폰'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가족·친구 자유로운 통화 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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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이 '휴대폰'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가족·친구 자유로운 통화 간절”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2.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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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설문조사 진행...2년 간 최대 인원, 1600명 병사 설문 참여 / 신예진 기자

국방부가 오는 4월부터 일과 후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확대 시행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군 안팎에서 우려와 긍정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군내에서 휴대전화를 직접 사용하게 될 병사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할 그 순간을 고대하며 기대감을 한껏 내비치고 있다.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국방망(인트라넷)을 통해 '병사들이 일과 후 휴대전화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주제로 '별별랭킹'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설문 조사에 참여한 장병의 인원수다. 역대 최대 인원인 총 1600명의 병사가 별별랭킹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국방일보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국군 장병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 '장병 별별 랭킹' 코너를 진행해왔다. 이처럼 최근 2년 내 볼 수 없었던 최다 참여 인원은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장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장병들은 휴대전화로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을까. 설문 조사 결과, 병사들은 사회와의 소통에 목마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24명(26.5%)이 ‘가족, 친구 등과 자유롭게 통화’를 선택해 1위에 올랐다. 이와 비슷하게, 3위는 ‘SNS와 메신저로 소통(189명, 11.8%)’이었다.

군대 내에서 외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창구는 공중전화가 유일하다. 병사들은 “누군가 수신용 전화기를 쓰고 있으면 ‘언제 끝날까’ 눈치를 보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한 달에 공중전화요금으로만 3만 원 이상 사용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 할 것이다“, “가족과 친구가 외국에 있어 한국에서 혼자 많이 외로웠다. 그러나 이제 자주 연락할 수 있어 기대된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자기 계발과 미래 설계, 취미 등을 위해 휴대전화를 활용하겠다는 병사들도 다수였다. 2위로 ‘자격증 취득ㆍ어학 능력 향상을 위한 인터넷 강의 시청’(337명, 21.1%)이 꼽혔다. 4위는 ‘전역 후 취ㆍ창업 및 진로 관련 정보 탐색’(107명, 6.7%), 5위는 ‘음악ㆍ운동ㆍ미술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문화생활’(105명, 6.6%)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6위에 ‘뉴스 보기와 인터넷 검색으로 트렌드 읽기’(79명, 4.9%)가 올랐고, 7위 ‘전우들과 모바일 게임’(64명, 4.0%), 8위 ‘영화ㆍ드라마ㆍ뮤직비디오ㆍ스포츠 영상보기’(61명, 3.8%), 9위 ‘유튜브 등 1인 방송 콘텐츠 시청’(59명, 3.7%), 10위 '수능 준비, 대학 전공 공부'(50명, 3.1%) 순으로 뒤따랐다.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오는 4월 확대 시행되는 가운데 장병들은 휴대전화 사용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처럼 장병들은 ‘군대 내 휴대전화 사용’을 학수고대하지만, 국민들의 찬반은 극명하게 나뉜 상태다.

휴대전화 사용을 반대하는 여론은 자칫 허술해질 수 있는 군내 보안을 우려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무턱대고 반대하는 게 아니라 기밀 유출의 위험성이 있으니까 하는 소리다. 그 많은 인원을 어떻게 관리하겠냐”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대학생 유모(27) 씨는 “친한 동생 부대가 시범 부대로 선정됐다. 사진, 동영상, 영상통화 등은 부대 내에서 금지됐다고 하던데 ‘이거 몰래 전화하는 거야. 걸리면 영창이야’ 하면서 잘만 영상통화 걸더라. 좀 불안했다”고 전했다.

반면 병영 문화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33) 씨는 “간부들은 개인 휴대폰 다 사용한다. 그렇게 보안 걱정이 된다면 간부들부터 군용 휴대폰 사용하게 해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훈련사진 찍어 올린 것도 봤다. 설마 병사가 간부보다 심하겠나”고 반문했다.

민방위 3년 차라는 한 네티즌은 “선임한테 혼나면서 힘들게 군생활 한 사람으로서, 휴대폰 도입은 정말 혁명이다. 휴대폰을 주면 할 짓 없는 선임들이 후임 갈구면서 스트레스 해소할 필요도 없어진다. 병영 내 부조리나 사고율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휴대전화 사용 시범 부대로 선정된 부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 김혁재 공군상병은 국방일보에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며 “병사들은 휴대전화로 전우들과 친목을 다지고,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면서 전역 후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장병들은 일부 부정적인 시선과 우려에 ‘책임감’으로 답했다. 이호연 육군상병은 “이번 제도는 국가가 군인 개개인의 인권과 삶을 존중해준 결과”라면서 "병사들은 보안 문제가 생기면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될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책임감 있게 사용할 거다. 열심히 군 생활하는 장병들을 위해 마음의 귀를 좀 더 귀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국방부는 휴대사용 부대 확대에 앞서 ‘병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군 장병 SNS 활용에 관한 훈령’을 제정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시범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더 꼼꼼히 휴대전화 허용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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