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SNS 인스타그램, 음란물 전파 미디어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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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SNS 인스타그램, 음란물 전파 미디어로 변질
  • 취재기자 김민지
  • 승인 2015.07.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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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학교’ 검색어로 해시태그해도 섹스 비디오, 외설사진 깜짝 등장

전 세계 사용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하며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이어 세계적인 SNS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이 넘쳐나는 음란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처럼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방법도 간단하고, ‘해시태그’라는 기능을 사용하면,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게시물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해시태그 기능이 일부 사용자들에 의해 잘못 이용되면서 인스타그램에 음란물이 성행하게 된 것이다.

해시태그 기능이란 ‘#’ 뒤에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이와 관련된 모든 사진이 한 번에 검색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여름’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다른 사용자들이 여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제목으로 입력한 사진이나 영상이 뜬다. 이러한 해시태그 기능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용자들의 검색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인스타그램의 중심 서비스로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해시태그를 이용해 음란물이 무분별하게 공유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음란물이 주로 검색되었던 해시태그는 #섹스타그램 등이었는데, 이 해시태그는 현재 인스타그램 측에 의해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섹그램,’ ‘#야그램’ 등의 유사한 단어를 사용한 또 다른 제목의 해시태그들을 만들어 나체 사진과 영상 등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이 많이 검색하는 ‘데일리룩,’ ‘일상,’ ‘맛집,’ ‘가로수길’ 등 음란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단어들을 제목으로 사용해서 해시태그를 만들고 여기에 음란물을 입력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데일리룩과 #일상 해시태그를 검색하자 검색하고자 했던 사진보다 음란물이 더 많이 뜨는 일이 발생했다(사진: 취재 기자 김민지).

직장인 예모(25, 부산시 북구) 씨는 며칠 전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검색한 해시태그인 ‘#데일리룩(일상패션)’과는 전혀 상관없는 노출 사진과 영상이 휴대폰 화면 가득 떴기 때문이다. 예 씨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적인 단어로 사진을 검색해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진들이 함께 뜨는 경우가 많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데일리룩이란 평범한 단어를 사용한 해시태그에 왜 야한 사진을 태그해 올려 놓았는지 모르겠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과 패션을 공유하고 내게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에 대한 팁을 얻었었는데, 요즘 음란물이 너무 많이 올라와 보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평소 농구를 즐기는 대학생 김승룡(27, 부산 연제구) 씨는 인스타그램에 ‘#농구’를 검색했다가 노출 사진이 많이 나와 황당함을 느꼈다. 김 씨는 “농구에 대한 사진이나 농구용품에 대한 정보를 찾고 싶었는데, 농구와 전혀 상관없는 야한 사진만 나와서 순간 식은땀이 났다. 내가 검색을 잘못한 건지 순간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 왼쪽 사진은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교복 해시태그를 검색하자 학생들의 일상사진과 음란물이 뒤섞여 나타나는 화면을 보여준다. 오른쪽 사진은 여성의 나체 사진을 올려놓고 인스타그램 상에서 자주 검색되는 해시태그들을 입력해 이용자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음란물이 뜨는 화면 모습이다(사진: 취재 기자 김민지).

음란물과 상관없는 단어로 해시태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등록된 음란물은 인스타그램 청소년 이용자들의 영역까지 접근하고 있다. 청소년이 많이 검색하는 해시태그인 #교복, #학교 등을 검색하면, 누군가 이런 단어로 해시태그를 만들어 등록한 음란물들이 올라온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은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하거나, 간단한 절차를 통해 회원가입이 가능하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성인 인증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선정적인 사진과 영상 게시물에 청소년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 김모(17, 부산 북구) 양은 친구들의 권유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가 중지했다. 김 씨는 “친구들이 페이스북을 하다가 요즘 인스타그램을 많이 하길래 호기심에 따라 해봤는데, 이상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친구랑 #교복 해시태그를 달았는데 야한 만화랑 성인 사진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서모(17, 부산 북구) 양은 같은 학원에 다니는 남학생들이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공유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서 씨는 “학원 쉬는 시간에 남자애들끼리 모여서 인스타그램의 야한 사진을 보면서 웃거나 장난도 치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떤 단어를 치면 많이 나오는지도 대충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측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용자가 지켜야 할 구체적 사항이 담긴 가이드라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그림이나 조각품 사진을 제외한 나체 이미지, 성행위, 성기, 완전히 노출된 둔부의 확대 사진, 여성의 유두 사진 등의 게재가 금지되어 있다. 인스타그램 측은 이런 경우에 대해서 다른 이용자들의 신고 접수를 받고 있지만, 위반한 이용자를 발견하더라도 계정을 비활성화시키거나 게시물을 삭제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인스타그램에 게시되는 음란물을 차단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지사가 없는 해외 서비스 특성상 우리나라 법에 따라 강한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는 법에 따라 처벌하거나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은 해외 사업자라 제재에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음란물이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제재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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