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배출된 쓰레기봉투 중 상당수가 봉투에 표시된 ‘묶음선’을 지키지 않은 채 배출되고 있어,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미화원들은 물론이고,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여기까지 채우라’는 의미의 묶음선이 있다는 점을 알고 이를 지키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한민국 지자체의 모든 종량제 쓰레기봉투는 적정선까지만 쓰레기를 담으라고 지시된 묶음선이 표기되어 있다. 쓰레기가 과하게 담기면, 봉투가 찢어져 악취발생 등 환경오염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쓰레기봉투 가격을 아끼기 위해 한 개의 쓰레기봉투에 가능한 한 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아 겨우겨우 묶거나, 꽉 찬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담은 일반 봉투에 테이프를 덧대어 배출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자취를 하는 대학생 윤모(25, 부산시 남구) 씨는 쓰레기봉투의 묶음선을 지켜 쓰레기를 배출했는데 나중에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자신의 집 앞에 쓰레기봉투를 배출해둔 채 외출 후 돌아오니 자신의 쓰레기봉투가 터지기 직전의 빵빵한 상태가 되어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쓰레기봉투에 공간이 남아있던 것을 본 누군가가 윤 씨의 봉투를 풀어 자신의 쓰레기를 담아서 다시 묶은 것이었다. 윤 씨는 “이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몇 푼 안 되는 돈에 양심을 버리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부산 경성대 앞에서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 이선희(54, 부산시 남구) 씨는 원룸 세입자들이 배출한 쓰레기봉투 대부분이 터지기 직전의 배불뚝이 상태인 것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이 씨는 “쓰레기봉투가 터지기라도 하면 내 돈으로 봉투를 구매해 계약자들이 버린 쓰레기를 나눠 담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남구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신모(47) 씨는 배출되는 쓰레기봉투 중 절반 이상이 묶음선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씨는 “쓰레기봉투가 운반 중 터지기라도 하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묶음선을 지키지 않은 쓰레기봉투를 배출하는 사람에게 묶음선을 지켜달라고 해도 들은 체 만 체한다. 답답할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 남구청 청소행정과 한동훈 씨는 “묶음선을 지키지 않은 채 배출하는 구민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묶음선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거나 묶음선을 지키지 않는 쓰레기봉투는 수거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