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범죄 피해자 사건기록 열람 익명으로 하라"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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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성범죄 피해자 사건기록 열람 익명으로 하라" 권고
  • 취재기자 이종재
  • 승인 2019.02.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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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비밀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면 열람 범위 제한해야’ / 이종재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최근 잇따른 체육계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 분야 폭력과 성폭력의 완전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계획을 밝히고 있다(사진: 더팩트 김세정 기자, 더팩트 제공).

18일, ‘법원이 성범죄 사건 재판 기록을 열람 및 복사하게 할 때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발표됐다. 피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한 것이라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법원으로부터 2017년 8월 성범죄 피해자의 남편 A 씨는 가해자 측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한 공탁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를 받은 A 씨는 통지서에 아내의 주소 등의 신상정보가 담겨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A 씨는 법원의 실수로 인해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 아내의 신상정보가 가해자 측에 유출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 변호사 측이 법원으로부터 사건기록 복사본을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사건기록 사본을 받았으며 이는 법원에 제출하는 공탁금 통지서를 작성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탁금이란 가해자 측이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법원에 맡기는 보증금으로 향후 양형 시 가해자의 형을 감면하는 역할을 한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치로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 비실명 조치를 위해 재판기록 열람 및 복사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을 법원행정처장에게 권고했다. 또한 피해자의 신상을 익명 처리하지 않은 채로 사본을 교부한 지방법원장에게는 담당자 주의 조치 및 직원 의무교육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법원 담당자의 실수로 피해자의 신성정보를 가해자가 알 수도 있었고 피해자의 안전이 위협받았을 수도 있었다”며 “이처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익명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가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 법원 규정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검찰의 경우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사건 열람 범위를 제한한다”며 “하지만 법원은 같은 상황에서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익명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실제로 유출됐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심려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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