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씨 사망케 한 만취운전자에 1심서 징역 6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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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 씨 사망케 한 만취운전자에 1심서 징역 6년 선고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2.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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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그래서야 경각심이 생기겠나"...재판부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 음주운전 엄벌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고려" / 신예진 기자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윤창호 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장본인이며, 일명 ‘윤창호 사건’ 음주 가해 운전자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쉽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4단독 김동욱 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27) 씨 선고 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는 대법원의 유사 유형의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인 징역 1년~4년 6개월을 뛰어넘는 형량이다. 대법원의 양형 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김 판사는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 정도가 매우 중하고 결과도 참담하다. 음주에 따른 자제력 부족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중하다. 유족이 엄벌을 요구하고 있고 양형기준을 벗어나는 데는 신중해야 하지만, 이미 (음주운전을)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미 성숙돼 있어 엄중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윤창호 씨를 숨지게 한 '윤창호 사건' 가해자 박모 씨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가해 운전자 박 씨는 지난해 9월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 미포오거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34%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인도에 서 있던 윤 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심지어 조수석에 탄 여성과 애정행각까지 벌인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22세이었던 윤 씨는 전역을 앞두고 휴가를 나온 군인이었다. 젊은 청년이 날개를 채 펴보기도 전에 꺾인 소식에 전국민은 분노했다. 동시에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적 캠페인이 윤 씨 친구들과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음주운전 기준과 처벌 수위를 높이는 ‘윤창호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강화된 새 법은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최저 징역 3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규정됐다.

그러나 윤 씨 사건에는 개정 전 법률이 적용됐다. 법이 윤 씨 사망사고 이후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 개정 전 법률은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징역 1년 이상, 최대 31년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이지만 아들과 친구를 잃은 윤창호 씨 가족과 친구들은 속상한 감정을 내비쳤다. 윤 씨의 아버지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만, 선고 형량이 국민적 법 감정이나 국민 정서에 맞는 형벌인지는 의문스럽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을 일깨우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거기에는 미흡했다"고 했다.

윤창호법 발의를 주도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윤창호법 영향으로 과거보다 형량이 강화됐지만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오기에는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 의원은 “앞으로 윤창호법이 적용되는 가해자는 보다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윤창호 군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고 음주운전 근절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했다.

대다수 네티즌들도 역시 형량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 법 감정을 반영해 더 높은 형량이 나왔어야 한다는 것. 한 네티즌은 “겨우 6년 가지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겠나. 가해자는 30대 초반에 다시 사회로 나온다. 앞길 창창한 젊은이를 술 때문에 순식간에 하늘나라로 보냈는데. 최소 10년 이상이길 바랐다”고 혀를 찼다.

또 다른 네티즌도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음주사고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적어도 15년형을 때려야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리라 본다. 이러면 죽은 사람만 억울하고 유족들도 고통을 쉽게 잊을 수 없게 된다. 음주운전 사고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반면 “최선의 판결이었을 것”이라며 재판부를 존중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법과 감정은 다르다. 감정에 치우치거나 여론에 밀려 양형하는 것은 인권에도 위배된다. 심적으로 치면 다 사형이다. 법에 감정이 개입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판사의 어깨도 분명히 무거웠을 거다”고 했다.

애초 판사가 아닌 법을 제정하고 통과시킨 국회의원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판사는 할 만큼 했다. 법을 탓해야지. 국회의원들한테 가서 따져야 한다. 왜 법을 저따위로 만들었냐고”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한편,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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