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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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이슬기
  • 승인 2015.06.2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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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고민들을 품고 살아간다. 남들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고민이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그 고민이 해결될 때까지의 고통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이 책에서 이러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은 나미야 잡화점이다. '잡화점에 무슨 고민을?’이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나미야 잡화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에게 고민상담은 삶의 낙이자 보람이었다. 고민은 익명으로 접수되었고, 고민을 쓴 편지봉투를 잡화점에 가져다 놓으면, 할아버지는 다음 날 고민에 대한 답장을 우유 상자에 넣어 둔다.

설령 그 질문이 해코지가 됐든 장난질이 됐든, 할아버지는 정성을 다해 해결책을 적는다. 이유는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쓴 사람들의 근본은 똑같다는 것이었다. 편지를 두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것이라는 것이 할아버지의 믿음이다. 편지를 쓰면서 답장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장난을 치기 위해 편지를 가져다 놓은 사람이라도 마음은 같을 것이다. 편지를 쓰고 나미야 잡화점까지 편지를 가져다놓는 수고는 답장을 받고 싶다는 마음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이것이 엉터리 질문에도 할아버지가 하나하나 정성스레 답을 해주는 이유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현재, 사람들은 충분히 익명으로 통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공개 된 사연을 자신의 일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답을 제시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실제로 나미야 잡화점과 같은 고민상담소가 있다면 아마 사람들은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고민 상담을 통해 문제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 말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정해놓고 어떻게 해야 될까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답은 정해놓고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책속의 한 상담자는 처자식이 있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이 아이를 지워야 하는지를 나미야 잡화점에 질문했다. 상담자의 애인은 아이를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 확실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아이를 영영 가질 수 없는 몸이기에 고민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상담자는 이미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상황에서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이를 안 할아버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상담자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머리로는 아이를 지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음은 생각과 별개여서 제3자의 입장에서 섣불리 애를 키우라고 한다면 이 여자를 더 괴롭히게 된다는 것이 할아버지의 생각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고민상담은 아무나 해주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복잡한 일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또 이때까지 수없이 고민을 들어줬던 나는 과연 그 사람들에게 함부로 조언을 해줬던 것은 아니었나 반성했다.

나도 고민 상담을 할 때 책속의 상담자와 마찬가지로 마음속 답을 정해놓은 경우가 많았다. 결국에는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될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고민을 상담하고 조언을 얻는다는 것은 나에게 단지 고민위에 쌓여있는 먼지를 조금 털어내는 방법일 뿐이다. 마음에 묵혀있는 고민 위 수북하게 쌓인 먼지를 조금 걷어내고 싶을 때 나는 고민을 남에게 얘기한다. 사실 정확한 해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상대방이 내 고민을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도 가장 소름 돋았던 부분이 고민 상담을 해온 사람들이 결국에는 모두 연관되어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음악이건 장소이건 상관없다. 등장인물들은 여러 가지 연결고리로 결국 이어져 있었다. 그냥 지나쳤던 모든 사람들은 생각해보면 결국 나와 한 장소, 같은 시간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평소에 신경 쓰지 못하고 무뎌졌던 마음의 한 구석을 건드려주는 책이었다. 그만큼 책을 읽으면서 소름끼치는 부분이 많았고 깨달음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는 평생 고민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그 고민이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또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든 꽁꽁 감춰두든 결국에는 모두 나의 몫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 고민을 얼마나 지혜롭게 다룰 수 있느냐가 앞으로 내가 행복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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