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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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를 보고
  • 부산광역시 수영구 안신해
  • 승인 2015.06.2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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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칭찬의 힘이 크다는 뜻이다. 사람은 대개 칭찬을 들을 때 더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칭찬보다는 혼이 나야, 오기가 생겨 열심히 하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자에 해당되지만 소수의 천재들은 누군가의 아래에서 무시당하고 짓밟힐수록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독기를 품는다. 후자의 이런 모습을 잘 보여준 영화가 <위플래쉬>다.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꿈꾸는 음대생 앤드류가 플랫처 교수를 만나 겪게 되는 일화를 보여준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앤드류는 연습도중 우연히 플랫처 교수를 만난다. 플랫처는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실력 있는 교수지만 동시에 최악의 폭군이다. 앤드류는 그렇게 플랫처가 지휘하는 최고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폭언과 학대로 좌절감을 안겨주며 한계를 끄집어내고자 하는 플랫처의 교육방식은 앤드류에게 최고라는 집착을 가지게 한다.

경쟁과 분노
플랫처 교수는 경쟁심과 분노를 자극해서 앤드류의 음악적 경지를 한층 더 높인다. 이 과정에서 폭력과 폭언도 빠지지 않는다. 연주자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인종차별적 폭언과 혐오발언은 물론 학생의 가족사를 들먹이며 정신적인 학대를 가한다. 또 플랫처 교수는 조수였던 앤드류에게 메인자리를 내어주지만 이것도 잠시, 앤드류가 실수를 하자 도로 그 자리를 뺐어버린다. 메인자리를 향한 앤드류의 욕심은 엄청난 연습을 불러일으키고 집착이 생겨나게 한다.

경쟁심과 분노. 어쩌면 이것은 사람을 좌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지도 모른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이 두 가지로 인해 오기와 독기를 품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한다. 과연 내가 이런 상황과 감정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오기일까, 좌절일까.

노력
영화 속 가장 많이 등장했던 장면을 꼽으라하면 앤드류의 드럼 연습장면이라 말하고 싶다. 앤드류는 손에 물집이 잡히고 터져 피가 나지만 밴드를 덧대고 얼음물에 손을 담궈 감각을 없애면서까지 연습을 계속한다. 아픔을 참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 연습하는 모습은 정말 광기어린 노력이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위치에 있었던 주인공은 점점 최고를 향해 올라간다.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떠오르게 하는 영화였다. 어떤 하나에 미칠 정도로 노력을 한다면 그것을 따라잡을 이는 없을 것이다. 또한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의 음향 설정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잡음을 없애고 드럼 그 자체의 소리만을 들려주어 보는 이가 더욱 몰입할 수 있고 노력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될 수 있게 했다.

광기와 한계
이 세상에는 인간의 힘으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이런 영역을 깨트리는 사람이 바로 천재다. 천재와 광기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광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플랫처 교수는 앤드류에게서 그 재능을 몽땅 뽑아내고 극한에 이르게 하기 위해 온갖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하고 앤드류는 점점 광기어린 사람으로 변해간다. 처음에는 교수에 의해 고통 받으며 연습 하지만 나중에는 스스로를 학대해가며 채찍질한다. 마지막 엔딩 연주장면에서 앤드류는 마침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연주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 영화 속 플랫처 교수의 대사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잘했다는 칭찬을 듣길 원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 칭찬 한마디 때문에 안일해져 더 발전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플랫처 교수처럼 심한 교육방식은 문제지만 저 말은 매우 공감이 갔다. ‘이만하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더 발전할 수 있었던 나의 재능이 거기서 멈춰버렸던 건 아닌지 살펴보게 된다.

<위플래쉬>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평소 나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왔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누리는 사람, 머리가 좋은 사람, 특출난 재능이 있는 사람. 이렇게 시작부터 다른데 어떻게 같은 혹은 더 뛰어난 결과를 낼 수 있겠냐고 생각했다. 나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불공평함 탓으로 돌려버리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과연 내 안의 한계를 넘길 정도로 노력을 했었는지, 이 정도면 됐지 하고 거기에 만족해버리진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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