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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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쥬라기 월드>를 보고
  • 부산광역시 남구 조정원
  • 승인 2015.06.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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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름을 맞아 스펙터클한 액션 블록버스터들이 많이 개봉되고 있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멸종된 공룡을 DNA로 살려내어 공룡 테마파크를 만들어낸다는 영화의 설정으로 큰 인기를 얻은 <쥬라기 공원>의 4번째 시리즈인 <쥬라기 월드>였다. 나는 그 전 작품을 다 보지 않았기 때문에 <쥬라기 공원>의 시리즈와 비교해서 보기보다는 <쥬라기 월드>라는 영화에 대해서만 감상평을 해보려 한다.

쥬라기 공원이 문을 닫은 지 22년이 지나고,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공룡들을 앞세운 쥬라기 월드가 문을 연다. 쥬라기 월드는 지상 최대 공룡 테마파크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원지이다. 부모님이 이혼을 준비하는 동안 형 그레이와 동생 자크는 이모인 클레어가 운영하는 쥬라기 월드로 놀러가게 된다. 클레어는 언니에게 조카들을 부탁받았지만 새로운 하이브리드 공룡의 공개를 앞두고 있어 조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클레어는 새로운 공룡의 공개를 앞두고 동물행동학 전문가 오웬에게 자문을 구한다. 그런데 우리 안엔 공룡은 보이지 않고 벽에 난 발톱자국만 보일 뿐이다. 우리 안에 들어가 벽에 난 발톱자국을 살펴보고 있는 오웬은 공룡이 탈출을 위해 자신들을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순간 인도미누스렉스의 습격을 받게 된다. 인도미누스렉스의 탈출을 막지 못한 쥬라기 월드는 테마파크에서 순식간에 살육의 장소로 뒤바뀐다.

이 영화에서 주목하고 싶은 건 재미를 위해 사람과 공룡들을 마구 죽이는 이 인도미누스렉스의 탄생이다. 이 공룡은 사람들의 손에서 태어난 신종 공룡이다. 유전자 3가지를 조합해 만든 이 인도미누스렉스의 탄생조건은 경영주에 의해 승인됐다. 경영주가 제시한 신종공룡의 탄생조건은 지금 존재하는 공룡보다 더 무섭고 더 크고 더 위협적인 공룡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결과, 지능과 공격성을 끝없이 진화시킨 공룡 괴물이 만들어 졌다.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이 괴물은 도리어 쥬라기 월드를 혼란에 빠뜨린다.

인간의 이기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도미누스렉스의 탈출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운영팀에선 공룡을 바로 죽이지 않는다. 그 공룡에게 많은 돈을 투자했고, 더 크고 무서운 공룡을 원하는 사람들을 쥬라기 월드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팀에선 인도미누스렉스의 생포를 위해 안전팀을 보내지만, 안전팀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안전팀을 죽이고 사람들이 많은 놀이기구 쪽으로 달려가는 인도미누스렉스를 보고서야 놀이기구를 멈추고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안내방송을 내보낸다.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 많은 인간의 죽음을 부른 꼴이다.

인간의 욕심은 과학의 위대함 마저 묻어버렸다. 영화 속에서 공룡이라는 존재는 사람들에게 그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클레어는 공룡을 생명체로 보지 않고 돈을 버는 도구로만 본다. 멸종되어 어쩌면 지금 세상에서 보지 못할 수 있었던 공룡을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는 건 미래 과학이 이루어 낸 경이로운 일이다. 하지만 미래 과학이 해낸 경이로운 일은 결국 자본에 대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것이다.

사실 우리가 즐겨 찾는 동물원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즐겁고 평화로운 테마파크의 겉모습을 띄고 있는 동물원은 이 시대의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산물이고, 인간들의 이기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넓은 초원에서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살아가야 할 동물들이 철창 안에 갇힌 모습은 이제 우리들에게 낯선 모습이 아니다. 우리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하나의 소중한 생명체로 보기보다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신기하고 귀여운 대상으로서 소비할 뿐이다.

그나마 이 영화 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장면은 공룡 랩터들과 교감하려 노력하는 오웬의 모습이다. 공룡들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지하고 그들과 끊임없이 교감을 하는 모습은 인간의 따뜻한 면을 보여준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사람을 죽이기만 할 것 같던 랩터들은 오웬에게 복종하고 따른다. 오웬은 랩터만 변화시키지 않는다. 이기적인 모습이 가득했던 클레어의 마음 역시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 점에서 <쥬라기 월드>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따뜻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인해 잘 부각되어 보이진 않지만, <쥬라기 월드>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자본에 대한 탐욕이 어떤 화를 부르게 되는지를 관객들에게 은연 중에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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