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척척, 알파벳도 쓱쓱"...부산시 교육청, 늦깍이 어르신 학생들에게 초등학교 졸업장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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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척척, 알파벳도 쓱쓱"...부산시 교육청, 늦깍이 어르신 학생들에게 초등학교 졸업장 수여
  • 취재기자 제정은
  • 승인 2019.01.3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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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배운 설움 떨치고 받은 감격의 졸업장에 가족들 환영 일색...교육청은 만학도 중등과정으로 확대 예정 / 제정은 기자
‘2018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 교육 졸업식’이 부산광역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나이든 만학도들이 졸업식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제정은).

늦깎이 학생 할머니, 다문화 결혼 이민자들이 31일 부산광역시 교육청 대강당에 모였다. ‘2018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文解) 교육 졸업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문해 교육은 가정 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학업 기회를 놓친 이들에게 문맹의 서러움을 날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글 깨치기 교육이다. 이날 열린 졸업식은 5회째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초등 학력 인정 이수자 684명을 배출했다.

졸업식은 졸업생 배봉선 씨의 축하 노래 공연으로 시작됐다. 배봉선 씨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제정은).

이날 졸업식은 오후 2시 40분 부산광역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졸업생 배봉선 씨의 축하 노래 공연으로 시작돼, 교육과정을 사진으로 담은 영상 시청, 졸업장 전달, 교육감 시상, 재학생 축사, 졸업생 답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졸업식에는 김석준 부산시광역시 교육감, 대연초등학교 교감, 성지문화원 관계자 등 학교 관계자들과 여러 내빈들이 참석했다.

이날 졸업자는 덕천초등학교, 대연초등학교, 송운초등학교, 부산교육대학교, 삼광사, 성지문화원,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 부경보건고등학교 등 부산시 교육청이 지난해 문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한 7개 기관에서 3년간 교육을 이수한 140명이다. 이날 졸업자 중 최고령자는 85세 할머니이고, 최연소자는 31세 다문화 결혼 이주 여성이었다.

가족의 졸업을 축하하러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사람들도 많았다. 부산교육대학교에서 3년간 공부한 어머니의 졸업식을 축하하러 온 김준희(22, 부산시 연제구) 씨는 “엄마가 어렸을 때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아하셨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 숙제와 공부를 함께 하면서 졸업하게 됐다. 옆에서 지켜봐서 그런지 졸업식에 오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졸업하는 여동생을 축하하러 온 이병석(7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여동생이 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는 게 너무 재밌다고 했다. 여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고, 오늘 졸업식에 오니까 동생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남들보다는 많이 늦었지만 만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3년 교육과정을 마치고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들 중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졸업생 정외점(73, 부산시 사상구) 씨는 “늦게나마 많은 것을 배워 졸업장을 받게 돼서 기쁘다. 알파벳을 하나도 몰랐는데, 학교를 다니며 알파벳을 읽고 쓸 줄 알게 된 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31일 열린 ‘2018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 교육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졸업장을 받고 기념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제정은).

이날 졸업식에서는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이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직접 전달했다. 김석준 교육감은 축사를 통해 “문해 교육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늦게 시작한 배움의 길이다. 늦게 시작했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소중한 것이다. 교육과정을 수료한 모든 졸업생 분들이 대단하다. 글자를 몰랐지 인생을 몰랐냐는 말이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생들이 세상과 소통하며 당당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졸업생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반송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이윤자 씨가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송사를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제정은).

반송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이윤자 씨의 송사도 진행됐다. 송사 내용은 선배님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덕천초등학교에서 3년간 공부하고 이날 졸업장을 받은 차경애 씨의 답사가 이어서 이어졌다. 차경애 씨는 답사를 통해 “이번 문해 교육을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벌써 학교를 떠나 졸업하게 돼 작별이 아쉽다. 그렇지만 평생 소원이었던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 교육청은 오는 3월 1일부터는 초등 문해 과정과 함께 중학 문해 교육 과정도 운영한다. 중학 문해 교육과정은 생활에 필요한 중학 수준의 기초 능력을 가르칠 예정이다. 김석준 교육감은 “교육청은 앞으로 문해 교육 기회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초등교육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이 중학교육 과정도 거쳐 더욱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교육청 서성희 교육 혁신과장은 “문해 교육은 일상생활과 직업 생활에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등 기초적인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앞으로도 교육청은 기초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 분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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