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형 스쿠터 ‘전동 휠’ 인기...폼나지만 보행자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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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형 스쿠터 ‘전동 휠’ 인기...폼나지만 보행자 위협
  • 취재기자 배수철
  • 승인 2015.06.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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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구동되는 신개념 이동수단...동호인은 느는데도 마땅한 규제 없어

대학생 최환윤(23,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씨는 최근 공원 산책로에서 조깅을 하다가 충돌사고가 날 뻔했다. 바로 하나의 바퀴만으로 인도와 차도를 구분 없이 달리는 외발형 스쿠터 때문이다. 최 씨는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외발형 스쿠터의 모습은 한눈에도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도심 곳곳에서 일명 ‘전동 휠’이라고 불리는 외발형 전동스쿠터가 등장했다. 외발형 스쿠터는 전기로 구동되는 신개념 이동수단이다. 전동 휠은 신체의 움직임을 감지해 전진, 후진, 정지 등 방향회전을 도와주기 때문에 어린이나 초보자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외발 휠의 무게는 13㎏ 내외, 지름은 40~50㎝이며, 가격은 100만 원대 정도다. 또한 충전식 배터리를 이용해 매연이 없어 친환경적이며, 간편히 휴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동 휠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외발형 전동 스쿠터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배수철).

소셜커머스 업체 ‘쿠차’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국내에 가장 널리 보급된 전동 휠은 중국 업체 에어 휠의 ‘나인 봇’으로 최근 KBS 인기드라마 <후아유>에 등장하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는 “전동 휠의 인기 덕에 매출이 많이 늘었다”며 “업체의 효자품목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동 휠의 안전성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두현(23, 경남 양산시 하북면) 씨는 퇴근길에 종종 전동 휠을 탄 무리와 마주친다. 처음엔 그저 전동 휠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주칠 때마다, 헬멧이나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탑승자들의 모습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외발 전동 휠의 더 큰 문제는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동 휠이 인도, 자전거도로, 차도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넘나들며 주행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모준형(24, 부산시 중구 보수동) 씨는 전동 휠의 지그재그식 주행과 눈부신 LED 튜닝을 문제로 꼽으며 “폭주족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전동 휠 동호회원 박기훈(26) 씨에 따르면, 전동 휠 탑승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전동 휠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동호회원들 사이에서 안전장비 착용, 음악볼륨 낮추기, 과도한 튜닝금지 등 나름의 주행규칙을 정해놓고 있다. 박 씨는 “전동 휠로 인해 보행자들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동 휠에 대한 법적규제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탈 것의 경우, 정격출력 0.59kw 이상이면 원동기로 분류되어 면허 취득과 헬멧 착용이 의무다. 또한 인도와 자전거도로에 들어올 수도 없다. 외발형 스쿠터는 대부분 최대 1.5kw까지 출력을 내지만 바퀴가 하나라는 점 때문에 자동차로 보기도 애매하다. 따라서 현재 전동 휠이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장소와 규제도 마땅치 않다.

애매한 규제는 전동 휠 판매업자들도 울상을 짓게 한다. 전동 휠 판매업체 ‘로보웨이’의 한 관계자는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자꾸만 전동 휠에 대해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려 한다”며 “차라리 하루빨리 규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등장한 신개념 이동수단인 전동 휠에 대해 “새로운 이동수단이 등장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법률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도로교통공단을 포함한 경찰청과 교통안전공단 등 도로교통 관계부처 내부의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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