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똑똑해지는 소비자들... 요즘은 ‘쇼루밍족’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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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똑똑해지는 소비자들... 요즘은 ‘쇼루밍족’이 대세
  • 취재기자 예소빈
  • 승인 2015.06.18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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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서 사진 찍고 인터넷 통해 비교 후 온라인으로 최저 가격 구매

“찰칵, 찰칵.” 이 소리는 백화점 매장 안에서 한 손님이 상품 코드 번호를 카메라로 찍는 소리다. 대학생 주지현(21, 부산시 남구 용당동) 씨는 백화점을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이용하는 빈도에 비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횟수는 훨씬 적다. 백화점을 물건 구매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보다 상품정보와 가격을 조사하려 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 씨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보고 바로 구매하기보다는, 귀찮더라도 백화점에서 물건 정보를 확인하고 카메라로 찍은 다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최저가 가격에 물건을 인터넷에서 산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 정보와 치수 등을 보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쇼루밍족’이라고 한다. 쇼루밍족이란, showrooming과 족(族)이 합쳐진 신조어다. 말 그대로 오프라인 매장은 쇼룸이 되는 공간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치수 정보와 상품 코드 번호를 찍어 인터넷에 검색해 최저가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경임(23, 부산시 남구 감만동) 씨는 옷을 살 때 서면 지하상가나 남포동을 자주 찾는다. 김 씨는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살펴보고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의 치수와 가격을 알아본 뒤 물건을 바로 사지 않고 가게에서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여러 쇼핑몰을 뒤져 자신이 보았던 옷을 찾아 최저가격에 구매한다. 김 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사는 것보다 요즘에는 온라인에서 옷을 사는 것이 훨씬 싸기 때문에 이 방법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4만 5,000원에 판매되는 운동화가 인터넷 검색으로는 3만 3,400원에 판매되고 있다(왼쪽 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오른쪽 사진 출처: 다음 쇼핑하우).

최근에는 이러한 쇼루밍족을 잡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스타일난다’의 직원 문아란(24) 씨는 온라인으로만 매장을 운영했을 때는 물건 반품이 많이 들어왔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한 뒤로부터는 원하는 물건을 직접 입어보고 살 수 있어 물건 반품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문 씨는 특히 화장품의 경우에는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서 색깔 테스트를 해보고 인터넷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더욱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물건을 사들여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스파오나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등의 SPA 브랜드는 분기별 모바일 쿠폰 행사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친구추가를 맺은 사람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쿠폰을 증정한다. 모바일 쿠폰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직원에게 보여주면 쿠폰가의 가격만큼 할인할 수 있다. 이것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쿠폰을 연계한 판매방식 중 하나다.

한국 정보화 진흥원(NIA)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통업계들은 모든 채널을 이용해 기업이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식인 ‘옴니채널 마케팅’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방식만을 고수해서는 소비자들의 만족과 소비를 끌어내지 못해 적자가 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통업계에서는 점포, 웹, 모바일, 소셜 미디어 등 복수 판매 채널을 최대한 활용해 고객들의 소비를 끌어내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 물건 구매 시, 다양한 경로로 상품을 찾아보는 소비자가 증가함을 나타내는 통계자료(사진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한편, 리버스 쇼루밍족들도 증가하고 있다. 리버스 쇼루밍족이란, 쇼루밍족과는 반대로 온라인에서 물건을 검색한 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온라인을 통해 물건정보와 가격을 미리 확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들이 봐뒀던 물건만 구매하기 때문에 쇼핑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산 신세계 백화점 직원 박누리(22) 씨는 리버스 쇼루밍족은 자신들이 구매할 물건만 바로 구매하고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나온 상품 홍보나 다른 부수적 제품의 판매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리버스 쇼루밍족을 잡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새로운 전략을 찾고 있다. <패션저널> 3월 30일 자 보도에 의하면, ‘이랜드 리테일’이 다양한 쇼핑뉴스와 상품 정보, 매장별 이벤트 행사 등 다양한 정보들을 모바일로 쉽게 볼 수 있는 이랜드 리테일 공식 앱 ‘NC 쇼픽’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리버스 쇼루밍족’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NC 쇼픽’은 실시간으로 계속 업로드되는 다양한 상품 정보들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며, 고객들은 가장 가까운 지점 내에 관심 있는 브랜드의 정보들만을 실시간으로 골라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점별 이벤트 쿠폰도 다운 받을 수 있도록 해 ‘쇼루밍족’까지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 보도는 밝혔다.

경성대 경영학과 박근홍 외래교수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현명하게 소비하려는 사람들의 욕구 때문에 쇼루밍족 같은 ‘똑똑한 소비자’가 등장했다고 본다. 박 교수는 오프라인 가게에서 지나치도록 구매를 권유하는 매장 직원으로 인해 마음이 상한 고객들이 혼자 힘으로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심리도 함께 적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쇼루밍족들을 잡기 위해선 매장과 연계된 온라인 상품을 늘리는 것과 갑자기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들을 개발해 매장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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