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보물이 되어 기다리는 곳, 부산 남포동 '추억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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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보물이 되어 기다리는 곳, 부산 남포동 '추억보물섬'
  • 취재기자 최승훈
  • 승인 2019.01.2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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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시대의 만화, 딱지, 쫀드기, 술 등이 가득...낡은 졸업앨범 보고 동창 찾은 손님도 있어 / 최승훈 기자

시간은 흐르고 추억은 머무른다.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그런지 우연히 옛 물건을 발견할 때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며 묘한 기분에 젖곤 한다. 주판, LP 판, 디스켓 등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물건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보물이 된다.

이제는 이러한 추억의 물건들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전국에는 옛 물건을 모아놓은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추억보물섬’이다. 추억보물섬은 70~90년대의 추억의 물건들로 가득 차있는 50평 남짓한 크기의 전시장이다.

추억보물섬의 주인인 김희창(47) 씨는 2015년부터 2년 반 째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추억의 물건들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옛날 추억이 있는 물건들을 좋아했다”며 “지금도 학창시절 명찰이나 성적표,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 등 나의 추억의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남포동 '추억보물섬'은 70~90년대의 추억의 물건들로 가득 차있는 전시장이다(사진: 취재기자 최승훈).
추억보물섬의 주인 김희창 씨. 수집하던 취미가 전시장 가게를 열게 만들었다(사진: 취재기자 최승훈).

김 씨는 어느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때쯤 본격적으로 옛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집을 10년 이상 할 시점,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 안 좋은 상황이 벌어져서 새로운 일을 해야 했고, 수집품의 양은 집에 다 보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다. 그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곳이 추억보물섬이다. 김 씨는 “이전까지는 수집품들을 혼자만 집에서 좋아하고 즐겼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혼자서 즐기기엔 양이 너무 많아졌다. 분명 이런 물건들을 좋아하지만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이 와서 추억의 물건들을 볼 수 있게끔 하려고 전시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추억보물섬에는 불량식품, 만화책, 게임기 등 어린 시절 재미있게 즐겼던 추억의 물건들이 전시돼있다. 입장료인 3000원을 내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전시장 내부는 만화방, 구멍가게, 부엌 등 다양한 공간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대부분의 물건들은 그때 당시의 사람들이 직접 사용했던 손때묻은 물건들이며 몇몇 물건들은 판매도 하고 있다. 쫀드기, 아폴로 같은 옛날 간식이나, 종이딱지, 펌프 말 같은 추억의 장난감은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추억보물섬에는 어린 시절 재미있게 즐겼던 추억의 물건들이 전시돼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승훈).
전시관 내부는 만화방, 구멍가게, 부엌 등 다양한 공간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사진: 취재기자 최승훈).
추억보물섬에 있는 몇몇 물건들은 판매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승훈).

또한 이곳은 보통 전시장과는 다르게 옛날 오락 체험, 교복 체험 등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김 씨는 “보통 다른 전시장은 눈으로 보거나 사진만 찍을 수 있지만, 이곳은 옛날 물건들을 직접 다 만져볼 수가 있다”며 “그 시절의 교복을 입어 볼 수 있고, 교과서, 잡지도 펼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옷은 입어볼 수 있고 오락기는 작동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락 체험, 교복 체험 등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사진: 취재기자 최승훈).

아울러 추억보물섬에서는 한국 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전시관 한편에는 술 장식 코너가 있는데, 실제로 많은 종류의 우리나라 술이 지역별로 전시돼있다. 전부 뚜껑도 따지 않은 새 병이다. 술은 김 씨가 이곳에서 가장 아끼는 물건이자, 자부심을 느끼는 물건이다. 그는 “사실 시작은 술 수집이었다. 한국 술은 종류로 봤을 때나 퀄리티로 봤을 때나 제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시관 한편에 있는 술 장식 코너엔 많은 종류의 우리나라 술이 지역별로 전시돼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승훈).

이곳에 전시돼있는 추억의 물건들 중 대부분은 다른 수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구했다. 김 씨는 “10년, 20년 전만 해도 옛날 슈퍼나 시골집에 가서 물건을 구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근대화되어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수집가들끼리 교환, 판매, 분양 등의 교류를 통해 물건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추억보물섬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전하고, 그 속에서 사소한 보람을 느낀다. 그는 “여기에는 옛날 졸업 앨범들을 몇 백 권 모아 놨는데,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 중에서 자기 졸업 앨범을 찾으신 분이나 담임선생님의 친구들을 찾은 분이 1년에 두 분 정도 계신다”며 “이처럼 손님들이 추억의 물건들을 보고 옛날에 이런 물건이 있었는데 정말 좋아했다거나, 이게 아직도 있구나 하면서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옛 추억을 회상하는 손님들의 모습에서 사소한 보람을 느낀다(사진: 취재기자 최승훈).

김 씨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그는 “여기 있는 물건들은 특별한 게 아니고 제가 좋아했던 것들”이라며 “추억보물섬은 여러 사람들의 추억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라 그냥 제 추억의 물건들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추억보물섬은 무엇보다도 김 씨 자신의 추억의 물건들이 있는 곳이다(사진: 취재기자 최승훈).

앞으로의 추억보물섬은 어떨까. 그는 “사실은 거창하게 어마어마하게 큰 전시장을 갖고 싶다든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오는 전시장을 갖고 싶다는 목적은 없다. 그것보다는 꾸준히 이 공간에 사람들이 볼거리들을 채워 넣고 수집을 계속하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되면 여기 있는 물건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다 전시할 만한 조금 더 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현재로써는 이곳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옛날 물건을 보면서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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