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처럼 지내던 강아지 잃고 깊은 상실감, 우울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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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지내던 강아지 잃고 깊은 상실감, 우울증도
  • 취재기자 임지숙
  • 승인 2015.06.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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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000만 시대...병원 신세까지 지는 '팻 로스 증후군' 번진다

대학생 성하연(23, 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사정이 생겨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토니’를 시골 할머니 집으로 보내게 됐다. 시골에 간 강아지는 그후 알 수 없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성 씨는 토니가 하늘로 가게 된 이유가 가족을 그리워하다 생긴 마음의 병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성 씨는 “그 때 토니가 우리 가족이 타고 가는 차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토니가 죽은 이후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직도 사진을 보면서 울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아(20, 부산 연제구 연산동) 씨는 2년 전 키우던 강아지 ‘해피’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 김 씨는 “아직도 내 눈 앞에 사고 모습이 그려진다. 한동안 집에서 사진을 보면서 계속 울었다.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해피가 생각나서 힘들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또한 늘어나고 있다. 3월 12일 자 <조선비즈>는 2014년 기준으로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펫팸족’ 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펫팸족은 pet과 famil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사람들의 슬픔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세르주 치코티 & 니콜라 게갱의 책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심리학>에서는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의 고통,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과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같은 선상에 두고 바라본다. 반려동물을 잃으면서 그것을 떨쳐내지 못하고,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펫로스 증후군이란,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드는 상실감이나 우울증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죽었을 때 ‘돌아가시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팻팸족들 사이에서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엔 ‘무지개 다리를 건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평소 애완동물에 관심이 많은 안다은(23, 부산 금정구 부곡2동) 씨는 “예로부터 동물은 흙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좋은 곳으로 가라는 뜻으로 이렇게 표현한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애완동물이 죽었다는 말을 덜 자극적이게 하려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30) 씨의 강아지 ‘초빈이’는 올해 1월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초빈이는 1년 전, 다리에 염증이 생겨 걷지 못하게 됐다. 이후 활동적이던 초빈이가 항상 자기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 최 씨는 “어느 날 내가 저녁에 집에 들어왔는데, 초빈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품으로 다가와 눈을 감더라. 그게 초빈이 마지막 모습이었다”며 “초빈이가 없으니 허전하고, 매일 보고 싶다. 정말 예쁜 아이였다”고 말했다.

일본 애견 잡지 <애견의 친구(愛犬の友)> 2011년 2월호에 실린 내용을 번역한 다음 블로그 ‘주홍글씨’에 따르면,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반려인의 감정단계는 4단계라고 밝히고 있다. 1단계는 반려동물이 죽었다는 것에 대한 사실을 부정하는 단계, 2단계는 비통함,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단계, 3단계는 회복기이며, 마지막 4단계는 정상 생활로 복귀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4단계에서 정상 생활로 복귀가 힘들다면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렇듯 정상 생활로 복귀가 힘들거나 이를 이겨내기 위해 여러 치유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서울 제너럴닥터 생활협동조합 맘튼튼 의원에서는 ‘구름위의 산책’ 이라는 이름의 펫로스 치유 모임이 열렸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헤어짐을 겪은 사람들,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모여 그에 대한 경험과 마음을 나누자는 것이 이 모임의 목적이다. 모임의 주최 관계자는 수의사신문 <데일리벳>의 인터뷰에서 “펫로스 증후군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고민들이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 수의사 분들과 정신과 전문의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모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잃은 아픔을 나누기 위해 개설된 여러 인터넷 카페도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의 회원인 닉네임 ‘퓨리’ 씨는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내가 올린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주는데, 그게 참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반려동물을 영원히 추억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반려동물 장례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은진 씨는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흥국’을 장례를 통해 떠나보냈다. 최 씨와 최 씨의 가족은 흥국을 가족의 일원이라고 말한다. 최 씨는 “가족이 죽었으니 당연히 장례를 치러야 한다. 흥국의 유골은 집에 보관하고 있으며 평생 놓아둘 생각이다. 동물은 영혼이 없고, 단지 뼛가루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흥국을 기억하고, 기리는 우리 가족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례업체를 통해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슬비’를 떠나보낸 김모(24) 씨는 “슬비의 장례가 끝날 때까지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반려동물 장례식도 일반 장례식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슬기 씨는 반려동물을 잃은 것은 가족을 잃은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애도 반응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김 씨는 애도 반응은 우울증과 비슷하지만 보통은 3개월 정도 지속되다가 회복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 기간 이상으로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씨는 “반려동물을 잃은 힘든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지 말고,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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