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로 만드는 미술,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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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로 만드는 미술,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에 흠뻑
  • 취재기자 박가영
  • 승인 2015.06.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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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한글 써놓고 빈공간 채워나가면 코끼리 형상...매니어들 SNS 달궈

 

▲ 타이포그래퍼 이다하의 작품 <키스>(왼쪽), <술>(오른쪽)(출처: leedaha 인스타그램)

위의 왼쪽의 사진을 처음 보면 입을 맞추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두 남녀의 코와 입술을 자세히 보면, 키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술잔의 선이 술이라는 글자를 완성시킨다. 하지만 완성되기 전의 글자는 '수고'라고 쓰여져있다. 오늘도 수고한 자신을 위해 술 한 잔을 한다는 의미다.

최근 글자를 통해 그림을 완성시키거나 글자가 위치한 공간, 구성 등을 디자인하여 의미를 부여시키는 타이포그래피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활자를 의미하는 type와  적는다는 뜻의 graphy의 합성어로 주로 활자 서체를 말한다. 현대에는 그 의미가 확장돼 글자로 구성하는 모든 디자인을 의미하게 됐다. 타이포그래피는 현재 글자가 있는 곳마다 존재할 만큼 방대하게 쓰이고 있다.

대학생 이슬기(22, 부산시 동래구)씨는 SNS를 통해 타이포그래피를 처음 접했다. 그녀는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보던 중 코끼리 쉽게 그리는 법이라는 동영상을 클릭했다. 동영상은 코끼리라는 단어를 쓰면서 시작된다. ‘ㅋ’의 오른쪽 부분에 상아를 그리고 눈과 귀를 그린 후 ‘ㅗ’의 왼쪽부분에 코를 이어주면 코끼리의 얼굴이 완성된다. ‘끼’와 ‘리’를 다리처럼 이어준 후 꼬리를 그려주면 코끼리 그림이 완성된다. 이 씨는 “글자가 단순한 단어에 그치지 않고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실제 사물과 이어지는 것 같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접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코끼리라는 글자를 통해 코끼리를 그리는 모습(출처: 네이버 카페)

이처럼 타이포그래피는 일반인들도 쉽게 즐기고 생산해낼 수 있다. 해시태그를 기반으로 한 SNS, 인스타그램에 타이포그래피를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나온다. 작품을 만든 사람들은 디자이너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자신들이 생산한 작품들을 SNS상에 공유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타이포그래피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느냐에 따라 작품을 올리는 사람들에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팔로워가 존재한다.

유명해진 타이포그래퍼들은 오프라인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하기도 한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하던 이다하 씨는 지난 6월 8일부터 부산 광안리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소규모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 <키스>부터 감정이라는 글자에서 일부를 흐릿하게 만들어 가식이란 글자로 보이게 하는 <가식>과 같은 작품들이 전시돼있었다.

▲ 벽면에 전시된 타이포그래퍼 이다하의 작품들(사진: 취재기자 박가영)

전시회를 찾은 백찬규(24, 부산시 동구) 씨는 “평소에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전시회를 볼 수 있어 좋다”며 “다른 미술 작품들과 달리 한글만 알고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포그래피가 좀 더 유명해져서 이런 전시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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