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 2만 원 시대...독자는 비싼 책값에, 서점은 불황에 도서정가제 불만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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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 2만 원 시대...독자는 비싼 책값에, 서점은 불황에 도서정가제 불만 토로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9.01.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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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중고책 구입, 도서관 대출로 서점 기피...서점, 출판사에 도움 되도록 도서정가제 개선 필요 / 류효훈 기자
중고 서점에서 한 소비자가 당일 들어온 중고책을 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중, 고등학교 시절 비싼 값을 치러가며 수많은 문제집을 구매했습니다. 수능을 치룬 뒤 운전면허시험을 공부하기 위해 수험서를 구매했습니다. 대학에 온 뒤에는 대학 강의를 듣기 위해 전공 서적을 구매했습니다. 토익성적을 높이기 위해 토익수험서를 구매했습니다. 흥미와 지적 성숙을 위해 문학책을 구매했습니다.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장르소설을 구매했습니다. 더 많은 지식을 위해 비문학책을 구매했습니다. 여지껏 책값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수많은 책을 구매했음에도 여전히 책값이 부담스럽다는 한 대학생이 청와대 청원홈페이지에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며 올렸던 글이다.

이처럼 도서정가제는 서점 간의 책값 경쟁 과열화를 막고 오프라인 서점의 활성화 및 작가의 보호를 위해 실행됐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뿐더러, 매해 올라가는 책값으로 인해 소비자의 불만만 야기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란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03년 2월 처음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현재까지 세 차례(2007년, 2014년, 2018년) 개정됐다.

특히, 2014년에는 현재 도서정가제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할인율이 제한됐다. 기존에 예외였던 다른 종류의 책들까지 예외 없이 정가로 판매돼야 하고 할인율도 최대 10% 이내로만 할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돼 왔다.

정가가 부담스러워 중고 책 사는 소비자들

2명의 아이를 둔 주부 황은비(37) 씨는 아이들 책값이 생각보다 부담스러워 중고서점을 자주 찾는다. 그는 “책값은 매년 올라가고 무엇보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할인율이 낮아서 정가 그대로 사기에는 가계에 부담이 된다. 그나마 중고서점이 싸게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 데리고 자주 찾아온다. 할인율을 어느 정도 조정해서 책값이 좀 낮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라이트노벨 장르를 즐기는 박모(25) 씨는 “라이트 노벨 장르의 작품은 특성상 중고시장에 나오면 가격이 몇천 원 몇백 원으로 떨어진다. 시리즈인 만큼 자주 나오는데 매번 정가주고 사기에는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중고 책을 파는 인터넷이나 서점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구입하기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가는 소비자들

날씨도 춥고 책이 비싸 중고 서점 내에서 자주 책을 읽고 간다는 이모(73) 씨는 “책은 유익한 것이며 많은 사람에게 퍼져야한다. 책이 생각보다 비싸서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선뜻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할인율이 더 올라가거나 할인의 유연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이혁(25) 씨는 “책을 좋아하는 이로서 신간 책들을 매번 정가주고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 요즘은 책을 사기보다는 서점에서 앉아 보거나 도서관에서 신간 책을 빌려 읽어본다. 하지만 계속해서 출간되는 신간 책들을 찾아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점과 출판사 모두에게 도움되지 않는 도서정가제

매출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서점들과 출판사에게 도서정가제는 처방제가 되지 못했다. 2017 출판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2015년 대비 2016년 매출액 증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66.2%로 절반 이상이었으며, ‘매출이 비슷함’은 28.8%, ‘매출이 증가했다’는 5.0% 소수의 사업체만 응답했다. 최근, 매출액 감소에 따른 서점 경영난이 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출판사업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7 출판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도 대비 2016년 매출액 증감률을 조사한 결과, ‘매출액이 비슷함'이 52.9%, ‘매출액이 감소함’이 32.0%, ‘매출액이 증가함’이 15.1%로 나타났다.

출판사업체 출판산업 환경 전판 성장성(매출)에 대한 조사결과, 전년도(2017년 기준) 대비 성장 악화가 5% 줄었지만, 성장 호전도도가 0.7% 떨어졌다(그림: 2017 출판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 제공).

무엇보다 출판사업체들도 출판 산업 자체를 여전히 어둡게 보고 있다. 2017 출판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출판 산업 환경 전방의 성장성(매출)에 대한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2017년 ‘성장성 악화’가 53.5%, ‘성장성 보통’이 41.9%, ‘성장성 호전’이 4.6%였다.

특히, 오프라인 서점 활성화의 목적이었던 도서정가제는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책만 파는 오프라인 순수 서점들은 꾸준히 문을 닫고 있었다. <2014, 2018. 한국 서점 편람>에 따르면, 2013년 1625개였던 순수 서점들은 2017년 말 1536개로 집계되어 4년 새 89개의 순수 서점이 문을 닫았다.

이처럼 2014년에 할인율에 대한 개정이 있었던 도서정가제는 몇 년이 지나도 출판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서 정가제 취지는 옳지만 소비자도 생각해야 한다

출판 업계에서 20년간 몸을 담았던 방성주(67) 씨는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서정가제가 출판업계와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어느 정도 성장을 했으면 할인율을 높이는 등 소비자들에게 책값 부담을 줄이게 하는 등 되풀 수 있게 해야 한다. 법적으로 무조건 제한 두는 것은 별로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때

2015년 1만 7985원이었던 평균 책값이 2018년에 들어서 2만 645원으로 책값 2만 원 시대에 진입했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출판사, 서점조차도 끝이 없는 암흑기에 허덕이고 있다. 계속 개정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효과적인 처방이 되지 않았다. 허울뿐이 아닌 제대로 된 도서정가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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