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얼룩진 스포츠계...가해자들 재취업에 국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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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얼룩진 스포츠계...가해자들 재취업에 국민들 분통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9.01.1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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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말뿐인 쇄신안 발표..."사퇴하라" 여론 비등 / 류효훈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해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주),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이새롬 기자, 더팩트 제공).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에 이어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의 ‘미투’로 스포츠계가 성폭력으로 얼룩진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 말고도 가해자들이 폭력∙성추행 징계 중 복직하거나 재취업한 사실도 밝혀졌다.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스포츠문화 연구소 등 체육시민단체 10여 명은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열리는 15일 오전 10시 서울올림픽파크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체육회가 폭력∙성추행 징계 중인 가해자들에게 복직시켜줬다고 주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영등포갑)이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체육계 관계 단체와 스포츠공정위를 통해 징계 받은 860건 가운데 징계 중 복직∙재취업한 사례가 24건, 징계 후 복직∙재취업한 사례가 299건으로 집계됐다.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들의 3분의 1이 복귀한 셈이다.

특히, 폭행으로 인한 징계를 받던 중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다시 복직하거나, 성추행 혐의로 영구 제명된 전 국가대표 코치가 장애인실업팀 코치로 재취업하는 등 보복위험이나 제2차 피해자가 발생할 위험에 놓인 경우도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징계를 받은 뒤 해당 연맹의 임원으로 재취업하거나, 횡령으로 징계를 받던 중 보직을 바꿔 재취업시켜주는 사례도 발견됐다.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 규정(제40조 행정처리)에 의하면, 자격정지 이상 징계를 받은 자들은 체육정보시스템을 통해 징계기간 중 체육단체 활동을 제한해야지만, 실제 회원종목 등 징계 등록 대상 286건 중 적정 기간(3개월) 내에 등록한 경우는 37건(12.9%)에 불과했다.

자료를 분석한 김 의원은 “체육계는 폐쇄적인 구조로 이어져 폭행∙성폭행을 당하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숨기는 경우가 만연해 있다”며 “신성해야할 스포츠계 내에 폭행∙성폭행 문제는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육시민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체육시민단체는 “이기흥 회장의 행보는 오히려 체육계를 퇴행시킨다는 평가로 가득하다. 임기 초기부터 시작된 보은인사, 선수촌 탈의실 몰카 사건에 대한 미온적 대응은 그 자체로 큰 논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시민단체는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2015년 성추행 혐의로 영구제명된 지도자를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을 통해 3년 자격 정지로 감경시킨 것처럼, 지속적으로 제기된 비위자에 대한 면죄부 부여와 선수촌장의 러시아 곰사냥, 선수촌 음주 파문 등에 대해 민망할 정도로 질타를 받았다.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 것이 체육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난 해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가 열린 가운데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과 조재범 코치(오른쪽)가 공개 훈련을 앞두고 파이팅을 다지고 있다(사진: 더팩트 남용희 기자, 더팩트 제공).

한편, 이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서울 잠실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성폭력 피해 선수들과 국민 앞에 사과했다. 15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 회장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낸 피해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 용기에 위로 말씀드린다”며 “그동안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 상벌에 관여함으로써 자행된 관행과 병폐에 대해 자정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체육계 쇄신안에 대해 발표했다. 대한체육회는 성폭력 가해자를 영구 제명하고 국내외 체육 단체와 연계해 국내외 취업을 완전히 차단하기로 했다. 추후 홈페이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징계내역 공시를 의무화하고 징계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어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국가대표 선수촌 내 선수관리 시스템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여성 부촌장과 여성 훈련 관리관을 채용해 숙소와 일상생활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선수촌 안에 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인권관리관과 인권상담사를 상주 배치하며, 인권관리관에게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후견자 임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더불어 선수촌 주요 사각지대에 CCTV를 보강하고 남녀 라커룸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세울 예정이다.

또, 지도자 전횡을 막기 위한 지도자 풀(pool) 제도와 복수 지도자 운영체계를 구축해 학교와 실업 운동부 환경에도 국가대표 선수관리 기준을 준용하기로 했다. 또한 성폭력 관련 조사와 교육은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며, 특히 성폭력 상담 전문기관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전문가협의회(가칭)’를 구성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수, 지도자, 학부모 대상으로 연2회 이상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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