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음식점에서 기차가 달리네"...기차 레스토랑 등장
상태바
"응! 음식점에서 기차가 달리네"...기차 레스토랑 등장
  • 취재기자 이도희
  • 승인 2015.06.15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형 기차 차량에 주문한 음식 실어 손님에 배달, "뿌~뿌~" 기적소리도

"뿌- 뿌-" 힘찬 기차 경적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가 울리는 곳은 기차역이 아닌 한 레스토랑이다.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이름도 일본어로 기차를 의미하는 키샤(きしゃ)다. 레스토랑 입구부터 갖가지 기차역의 이름표가 벽에 붙어 있고, 손님들이 앉는 테이블에도 기차의 좌석처럼 번호표가 붙어있다. 가게 내에는 실제 운행이 가능한 모형 기차들이 즐비하고, 음식들이 큰 기차에 얹어져 레일을 따라 주방에서부터 홀까지 배달된다.

▲ 음식을 배달하는 기차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도희)

가게에 들어서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디오라마(diorama)다. 디오라마는 3차원의 축소모형을 의미하는데, 이 가게는 기차를 테마로 한 만큼 한 도시의 모습을 축소해 갖가지 모형 기차들이 레일 위를 누빈다. 기차는 터널 속, 다리 위를 달리며 손님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 디오라마에는 현재 8대의 기차들이 교차해서 운행되고 있다. 디오라마를 살펴보면, 안에는 농장, 교회, 도시, 바다 등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 기차 모형 디오라마(사진: 취재기자 이도희).

음식이 준비되면, 기차모형을 개조해 만든 모형 기차 위에 음식이 오른다. 대형 기관차가 음식을 싣고 디오라마 위를 달린다. 미국의 특대형 기관차 모델을 개조해서 만든 이 기차 무게는 12㎏에 불과하지만 음식은 총 8접시, 20㎏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레스토랑의 주 고객층은 가족손님들이다. 조그마한 기차들이 유리관 속을 누비는 것, 큰 기차가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는 재미있는 점들이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발길을 끈다.

레스토랑을 방문한 손님 현예지(38, 부산 해운대구 우동) 씨는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현 씨는 많은 기차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좋고, 디오라마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녀는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해서 좋고, 입구의 기차표지판들이 대학시절의 기차여행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이 레스토랑을 자주 찾는 손님들은 가족 단위 손님뿐 아니라, 기차모형을 수집하거나 좋아하는 매니아층도 있다. 이들은 가게 한 쪽 벽면에 위치한 기차모형 소품들에 눈을 떼지 못하고, 기차모형이나 소품들을 구매하기도 한다.

레스토랑에는 74대의 다양한 기차모형들이 있다. 기차모형을 수집하는 문화가 한국에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는 기차모형을 만드는 공장도 몇 되지 않는다. 이 곳에 있는 기차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구매해 오는 것이기 때문에 흔하지 않은 모형들이다.

가게에 위치한 디오라마의 가격은 수 억 원을 호가한다. 기차를 좋아하고, 기차모형을 수집하는 수집가들도 비용과 장소문제로 집에 디오라마를 설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차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 레스토랑을 방문한다고 한다.

김재민(29, 대구시 중구) 씨는 기차모형 수집가다. 김 씨는 기차모형을 7대 정도 가지고 있지만 디오라마를 설치하지 못해서 기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김 씨는 “이 레스토랑에 내가 가지고 있는 기차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큰 디오라마 안에서 기차가 내 기차와 똑같은 기차가 다니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고 말했다.

강세훈(31, 대구시 중구) 씨 또한 기차모형에 관심이 많다. 강 씨는 모형기차를 수집하는 카페에서 이 레스토랑을 추천하는 글을 읽고 방문했다고 한다. 강 씨는 생각보다 많은 기차모형과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기차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며 “사장님이 너무 부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승 씨는 고향이 강원도인데, 동해역장인 이모부 덕에 어렸을 때부터 기차와 가까웠다. 그는 “부산과 강원도를 이어주는 동해남부선에 몸을 싣고 12시간 동안 기차를 탔던 기억이 기차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이 씨는 기차를 좋아해서 기차모형들을 모으다보니 ‘기차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기차라는 매개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추억이나 향수가 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부담 없이 찾아 올 수 있는 레스토랑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꿈이 있다면 레일 뮤지엄을 열고 싶다. 레스토랑, 박물관, 기념품점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기차모형들을 다 모아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