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전통시장에 청년창업 가게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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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통시장에 청년창업 가게가 들어섰다
  • 취재기자 박준우
  • 승인 2015.06.1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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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성시 프로젝트' 일환...아이디어, 패기로 가득찬 젊은이들 득실

 자신의 재능 하나를 밑천으로 전북 전주 남부시장 한쪽 건물 옥상에 자리 잡은 청년장사꾼들이 있다. 바로 ‘청년몰’의 젊은이들이다.

전주 풍남문 근처의 남부시장은 조선 후기 전국 15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대형마트가 하나 둘 생겨났고, 자연스레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줄어들게 됐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상업적으로 침체된 전통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시장을 문화체험 공간이자 관광지로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그것이 바로 ‘문전성시 프로젝트’(정식 명칭은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이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2011년 사회적 기업 ‘이음’과 함께 남부시장 내 빈 공간을 재정비하여 만든 곳이 바로 청년몰이다.

청년몰 홈페이지에 따르면, 청년몰은 현재 30여 개의 청년들이 창업한 점포가 남부시장 2층에서 성업 중에 있으며,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의 우수 사례로 전국에 알려져 있다. 입점 대상 점포는 4~6평 내외이며 19세~39세까지의 청년에게 우선 입주의 자격이 주어진다. 입주자는 기존 청년점포와 차별화된 창업 아이템을 보유해야 하고, 청년몰 내부 규칙에 맞아야 한다는 점을 기준으로 면접을 통해 선정된다.

현재는 전주 한옥마을만큼이나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지만 3년 전만 해도 이곳은 시장 구석에 위치한 낙후된 공간이었다. 2015년 04월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몰 장터 기획자인 양소영(29) 씨는 “청년들을 모으기 위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청년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이음은 창업 아카데미를 열어, 수강생들이 직접 물건을 팔아보기도 하고, 1년간 점포 임대료 지원을 하여, 월 5만원이라는 임대료로 가게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비, 문화마케팅비, 창업 컨설팅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자, 청년장사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워크숍을 열어, 서로 가게 이름도 지어주고 전문가와 상담을 하며 자신만의 가게 콘셉트를 잡는 등 가게를 열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했다.

그렇게 청년장사꾼들을 모집하자, 다음은 전통시장에 발길을 끊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차례였다. 그들은 인접해 있는 한옥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고, 직접 길거리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양소영 씨는 “우리는 사업비를 지원했고, 청년 장사꾼들은 발로 뛰면서 청년몰을 알렸다”며 “이제 어느 정도는 자생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범상치 않은 그들의 선택만큼이나 청년몰에 점포를 내기까지의 사연과 파는 물건 등 각자의 인생 스토리도 가지각색으로 독특하다. ‘5만원의 기적 레알뉴타운’이라는 책에서 그들의 사연이 자세히 소개되어있다.

▲ 청년몰에 있는 ‘미스터리 상회’의 가게 벽면 (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가게 입구에 들어서면 “니들은 참말로 열심이다”라는 간판을 내건 ‘청춘 식당’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청춘 식당을 운영하는 김현상(30) 씨는 대학에서 중국어와 NGO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대전의 카이스트 연구소에서 행정 일을 했다. 그러나 그는 반년 만에 일을 정리했다. 그 이유는 바로 행복하지 않아서다. 그리고 그는 대도시를 벗어난 곳에서 재미난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고, 그 결과 전주에 오게 됐다. 그는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고, 이것을 대접하는 것은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계속 누군가를 따라 살 순 없잖아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족감을 누리고 살기, 저는 그렇게 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만든다.

청년몰의 대표 포토 존인 “만지면 사야 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미스터리 상회’를 운영하는 황수연(30), 임유란(29) 씨다. 미스터리 상회는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판매하는 디자인 소품숍 겸 작업실이다. 그들은 미술을 전공하고 디자인 회사에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일하던 하청 디자이너들이었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고 전주로 내려왔다. 기성 브랜드와 다른 디자인을 하고 싶었던 그들은 결과물뿐만 아니라 겉도 달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콘셉트를 고심하다 버려진 적십자 폐문을 발견하고 고쳐 가게 문으로 탈바꿈 시키면서, ‘디자인 응급센터’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흰 가운을 사고, 사원증을 만들고, 가게 내부도 가게 이름처럼 미스터리하게 꾸몄다. 그들은 “디자인 응급처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쑤신 데를 시원하게 만드는 파스가 되고 굿 닥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한방, 발효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차와’의 주인인 임영규(30) 씨는 재료공학을 전공해 어렵게 업계 굴지의 페인트, 도료 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남들처럼 취업하고 승진하는 것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의구심을 품었고, 그는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어 청년몰로 왔다. 가게 이름 차와는 ‘차와 함께’라는 뜻과 일본어로 ‘다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눈다’는 뜻이다. 그는 “차 한 잔을 내어주고 마음을 나눌 공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의 주인이 나라는 것이 참 좋아요”라며 오늘도 손님들에게 차를 내어준다.

이외에도 가게 안이 온통 고양이 문양과 인형으로 뒤덮인 커피 전문점 ‘카페 나비,’ 미국 호텔의 전문 요리사가 운영하는 멕시칸 다코 집 ‘까사 델 타코,’ 메뉴판도 없이 손님이 원하는 걸 모두 만들어 주는 칵테일 바 ‘차가운 새벽’ 등 청년몰에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아이디어로 가득한 가게들을 운영하고 있다. 상세진(23, 울산 북구 명촌동) 씨는 “요즘 가게들은 모두 비슷한 상품들을 판매하는데, 청년몰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상품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 청년몰에 입점 중인 가게를 담은 지도(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청년몰은 단순히 가게를 운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매주 화요일 10시, 청년몰의 주인장들은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청년몰 반상회 때문이다. 그들은 화장실 청소당번을 정하는 작은 일부터 특별행사 같은 큰일을 결정하는 것까지 많은 일들을 의견을 나누며 결정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간인 청년몰을 ‘레알 뉴타운’이라 부른다. 진짜, 정말이라는 의미가 담긴 ‘real’을 발음 나는 대로 읽은 것과 계획적,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를 뜻하는 ‘new town’이 합쳐진 것이다. 청년몰에서 가게 ‘히치하이커’를 운영하는 신나리(30) 씨는 “레알 뉴타운에서 사람들이 늘 축제를 즐기는 기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주인장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한 데 모여 독특한 문화를 창출한 레알뉴타운 청년몰의 슬로건은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다. 발칙한 슬로건을 내걸고 진짜 삶을 탐색해 가는 청년 장사꾼들의 꿈과 열정은 길을 찾는 청춘들에게 또 다른 미래를 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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