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공정한 시각 필요" 혐의 사실상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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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공정한 시각 필요" 혐의 사실상 부인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1.1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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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엇갈린 반응..."사법농단 주범 책임 져야" vs "사법권위 실추 김명수 사퇴하라" / 신예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에 출석했다. 사법부 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 농단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양 전 대법원장을 두고 피의자 심문을 진행 중이다. 조사는 중앙지검 15층에 마련된 조사실에서 특수부 부부장 검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조사 내용은 모두 녹화된다고 한다.

양 전 대법관에 적용되는 범죄 혐의는 40가지가 넘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을 지연한 일명 ‘재판거래’,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설립을 명목으로 정부 비판 성향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및 인사 불이익 등이다. 이는 ‘사법농단’ 핵심 사항으로 검찰은 해당 부분을 집중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사실상 부인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회견에서 말했듯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면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에서 한 일을 알지 못한다 등의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9시께 대법원 정문 앞에서 대국민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남윤호 기자, 더 팩트 제공).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5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랄 뿐이다. 선입감 없는 시선에서 이 사건을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누차 얘기했듯 그런 선입감을 갖지 말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러면서 “여러 법관들도 자기들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만약에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대법원장인 본인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양 전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하는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그의 발언은 시민들의 비난 섞인 목소리에 묻혔다. 복수의 언론이 공개한 현장 영상에는 한 시민의 “양승태, 이 도둑놈아”라는 외침이 생생하게 담겼다. 한국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는 문구가 담긴 플랜카드를 높이 들었다. 그러나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10초 만에 통과했다고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대국민 입장발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양 옆의 시민들이 격렬하게 시위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남윤호 기자, 더 팩트 제공).

한편 양 전 대법권장의 검찰 출석을 두고 여야는 이날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이 끝나고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며 "사법부를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거기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언급했다. 박 최고위원은 "현재 법원 안에 사법 농단에 관련돼 있는 판사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 자신은 억울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 법원 내부에 자신에게 동조하는 세력을 결집시키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위에서 “정의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사법부가 오늘의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 과연 전임 대법원장의 사법부만의 잘못이라고 할 것인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을 끌어들여 사법 공간을 정치 탁류로 오염시켜서 오늘 드디어 전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두하게 됐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김명수 대법원장을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사법장악 시도는 ‘사법난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정치화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 한국당의 ‘문재인 정권 사법부 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수호 특별위원회’를 설치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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