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통과 후 음주운전 사고 여전...윤 씨 친구들 '윤창호법2'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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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통과 후 음주운전 사고 여전...윤 씨 친구들 '윤창호법2' 준비 중
  • 취재기자 조라희
  • 승인 2019.01.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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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단속서 하루 평균 400건 적발..."'음주운전은 살인행위' 인식변화 아직 멀었다" / 조라희 기자

지난해 9월, 전 국민을 가장 안타깝게 한 사건은 故 윤창호(22) 씨의 음주운전 사고였다. 그후 음주운전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윤 씨 친구들이나서 ‘윤창호법’이 발의됐고 통과됐다. 윤 씨의 죽음으로 우리 사회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줄어들었을까? 윤 씨 친구들의 노력이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는 인식 변화로 이어졌을까? 

원래 윤창호법은 특정범죄가중법안(특가법)과 도로교통법안 두 가지로 나뉘어있다. 두 개의 후속 법안은 국회 본회의서 작년 11월 29일과 12월 7일에 각각 통과됐다. 그중 특가법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되고 있고, 도로교통법은 공포를 앞두고 있으며 공포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특가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자 개정됐다. 개정된 특가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처벌 수준이 과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이번 '최고 무기징역 또는 최저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된 내용을 담고 있다.

도로교통법안은 음주운전 기준을 높이기 위해 개정됐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안은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 시 가중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운전면허 정지와 취소 기준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으로 음주운전 초범 기준은 2회에서 1회로 변경되고, 운전면허 취소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이때, 개정 특가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윤창호법 발의를 위해 힘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윤창호 씨 친구들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당시 최저형량이 현행 징역 1년이었던 것에서 징역 5년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최저형량이 징역 3년으로 원안보다 낮게 통과돼 그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씨 친구 김민진(22) 씨는 최저 형량이 징역 3년이면 실제 집행유예 선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며 아쉬운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형법에 따라 판사는 징역 3년 이하의 형벌에 해당하는 범죄인 경우 정상참작이 가능해서 여전히 종전 징역 1년과 같이 바로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최저형량이 징역 5년이라면 최소 2년의 형량을 감소시켜야 집행유예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판사가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느끼는 부담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작년 11월 28일, 윤 씨 친구들은 개정 특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를 통과하기 전 긴급 기자회견도 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법사위원장은 법적 형평성을 이유로 최저형량을 5년에서 3년으로 낮추어 책정했다. 고의적 살인을 저지른 살인죄의 경우 최저 형량이 5년부터인데 음주운전은 고의가 아니기에 상해치사와 같은 3년으로 책정돼야 형법상 균형이 맞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법사위에서 개정 특가법이 통과하기 전에 대학 동기 김민진 씨와 하태경 의원(사진 왼쪽), 고교동창 박주연 씨(오른쪽)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 김민진 씨 제공).

그러나 김민진 씨는 법 개정 시, 형법 체계상 법조항들 간에 규정된 형량, 즉 조문상의 형량이 실질적인 법의 효과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법이 국민의 최소한의 안위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목적을 생각해본다면, 형식적인 법 조문상의 형량보다 현실적인 법의 영향력을 더 중시해야한다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이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개정 특가법의 형량인 ‘음주운전 사망사고시 최저 3년 이상의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에 대한 양형 기준을 제시할 차례다. 양형기준은 법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이 정하는 구체적인 형량 범위다. 윤 씨 친구들은 강력한 양형 기준이 세워져서 음주 운전으로 사망사고가 났을 때, 집행 유예로 풀려나는 솜방망이 관행만은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윤 씨 친구 이소연(22) 씨는 “우리는 3년으로 하향된 법안에 강력한 양형기준을 요구하기 위해 양형위원회를 찾아 뜻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형기준에 대해 김민진 씨는 “윤창호법으로 특가법이 개정된 후 위험운전 치사 형벌 하한선이 징역 1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3배 강화됐기 때문에, 당연히 사법부에서도 그 전에 선고하던 것에서 최소한 3배는 강화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창호 씨의 친구들은 윤창호법1을 보완해 음주운전 재발 방지 내용을 추가한 윤창호법2를 준비 중이다. 윤창호법2는 더 강력한 처벌과 재범률을 낮추는 내용, 음주운전 전력자 치료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소연 씨는 “윤창호법이 실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곳에서 음주운전이 일어나고 있다”며 “윤창호법이 실효가 된 날부터 6개월 정도 동안 지켜보고 하루 1.2명이 음주운전으로 사망하는 것이 되풀이되거나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없다면 윤창호법2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호법2 내용 중 하나인 음주운전 전력자 치료 의무화는 음주운전 재활, 치료 교육을 위한 센터를 건립하자는 것이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12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바른미래당-부산시 예산정책 협의회’에서 윤 씨가 사고를 당한 부산시에 음주운전 전력자 치료 센터 건립을 제안한 바 있다. 이 현안을 부산시도 수용한 상태다.

윤창호 씨 친구들은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변화를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그들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음주운전 근절 차량 스티커 제작, 음주운전 근절 세미나 주최,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 참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소연 씨는 “인식변화의 문제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운전자와 예비운전자분들이 직접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해주셔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진 씨는 음주운전이 살인행위라는 것을 힘닿는 데까지 쉬지 않고 외칠 것이라며, 인식변화가 어렵기만 한 일이 아님을 설명했다. 김 씨는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외치는 것, 그것이 인식변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부터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 누구도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윤창호 씨는 작년 9월 25일 갑작스러운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이후 뇌사상태로 46일을 견디다 작년 11월 9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친구들은 역시 지난해 10월 2일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을 올리는 것으로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은 음주운전 근절 뱃지 제작·판매, 서명운동, 인터뷰 답변, 윤창호법 제정, ‘역경을 헤치고 창호를 향하여’ 블로그 운영 등 여전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태경 의원과 윤창호 씨의 친구들은 국회에서 작년 10월 12일과 21일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윤창호법을 알렸다. 하태경 의원은 역시 작년 10월 23일, 여야 국회의원 103명의 동의를 얻어내고 윤창호법을 대표발의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28일에는 특가법과 도로교통법 모두 법사위를 통과했으며, 상정 전 필요한 숙려기간(통상 5일)으로 인해 도로교통법만 추후논의를 거쳐 드디어 지난해 12월 7일에 통과됐다. 현재, 특가법은 작년 12월 18일부터 시행 중이고 도로교통법은 공포 6개월 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3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전국 교통사고 수는 110만 8193건이며, 이중 음주운전 사고(11만 4317건)가 전체 사고 건수의 10.3%를 차지한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일인 작년 12월 18일부터 24일까지 1주일간 음주운전 사고는 245건이 발생했고, 이중 2명이 숨지고 369명이 부상당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 25일까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건수는 2만 1902건이며, 이는 하루 평균 400건에 이르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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