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발효 2년, 부산의 집창촌을 찾다
상태바
성매매특별법 발효 2년, 부산의 집창촌을 찾다
  • 장재호
  • 승인 2013.01.16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약 2년이 지난 현재, ‘성매매특별법'의 취지가 무색할 만큼 집창촌을 중심으로 성매매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2004년 9월 23일, 정부는 올바른 성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마련한 '성매매특별법'을 발효시켰다.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집창촌에서 종사하던 여성들이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고 취업을 하거나 대학에 진학을 하는 등 새 삶을 얻었다.

그러나 아직도 부산에는 ‘완월동'을 비롯해 해운대 운촌에 위치한 ‘해운대609'와 부산역과 부전역에서 성매매가 일어나고 있다. 또 사상구 괘법동과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 일대 (일명 뽀뿌라마치)에서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일, 부산광역시 충무 2동에 위치한 집창촌(일명 완월동). ‘오빠, 놀다가', '젊은 오빠 6만원이면 돼' 등의 ‘오빠, 오빠'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완월동에는 많은 성매매 업소가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성매매 여성들은 여전히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으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업주인 김소자(60) 씨는 "특별법 시행 후에 완월동을 찾는 손님들은 줄었지만 인터넷이나 안마시술소, 이발소, 단란주점 등에서의 성매매는 오히려 활발해졌다. 성매매특별법이 강간이나 성폭력 등 더 큰 사회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경찰차가 집창촌 주위를 순찰하며 단속하기도 했으나 정작 중요한 내부 단속은 하지 않고 행인만을 단속할 뿐이었다. 특히 업주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다른 업주들과 무전기로 연락하는 등의 대응을 하며 성매매 행위를 하고 있었다.

김 씨는 "경찰의 단속이 거의 매일 있으나,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단속을 피해가며 영업하고 있다. 이 곳(집창촌)의 여성들은 보건소에서 매주 검사를 받는데 비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는 그렇지 못해 에이즈나 매독 등 성병에 노출돼 있다"고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한 집창촌 주변의 상권이 무너지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실제로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옷을 파는 가게는 문을 닫은지 오래였으며, 근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의 아가씨들이나 업주뿐만 아니라 우리같은 주변상인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정이 넘어서자, 20대의 젊은 남성 두명이 성매매 업소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처럼 단속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창촌을 찾는 남성들은 여전히 있고, 특별법 시행초기에 비해 단속의 강도가 약해졌다.

30분이 지나서 젊은 두 청년이 업소에서 나왔다. 그 중 한 사람은 “옆에 있는 일본 친구의 소개로 왔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일, 또다른 집창촌의 한 곳인 부산의 해운대 운촌(해운대 609). 이곳도 젊은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유리방들이 옹기종기 촌을 이루고 있고, 가슴의 윤곽을 훤히 드러낸 아가씨들이 도로를 통과하는 차에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이곳의 사정도 완월동 일대와 마찬가지였다.

한편,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는 해외로 송출된 한국 여성의 성매매 실상에 대해 낱낱이 공개했었다. 미국과 일본으로 송출된 성매매 여성의 충격적인 삶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고, 그로 인해 각종 포탈의 토론장에는 성매매특별법(성특법)과 해외 송출 성매매 여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참이었다.

포탈사이트 토론장의 한 네티즌은 “여성부에서 성특법 이후 집창촌 축소 30%, 종사 여성 50% 감소를 홍보 수단으로 썼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말, 감소 여성의 40%인 2300여 명이 해외로 성매매 원정을 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리플을 남겼다.

2005년 3월 21일 방송된 PD수첩에서는 “일본 우그이스다니 지역에 상주하며 일본남성들을 대상으로 성을 파는 한국 여성은 1000여 명에 달한다. 또한 현지 업계의 추산으로는 연간 이곳에 왕래하는 한국 여성의 숫자가 5,000명에서 8,000명”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여성 전문가들은 지난 2004년부터 해외원정 성매매가 전문 브로커의 고액의 알선대금, 각종 경비 인해 소득을 올릴 수 없는 구조라는 점과 여권을 강제로 빼앗겨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음을 매스컴을 통해 경고해왔다.

변종 성매매도 문제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출장마사지는 버젓이 여성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결국 마사지는 뒷전이고 성을 파는 것이 목적인 변종 성매매 서비스다.

어렵사리 지인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집창촌 출신 출장마사지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부산의 집창촌인 완월동에 있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희(23) 양.

이 씨는 전주 출신으로 20살에 부산에 정착했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30분에 성매매 댓가로 6만원을 받고 일정금액을 업주와 나누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2004년 성특법이 생겼고, 완월동 또한 그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다.

완월동은 부산의 자활시범지역으로 선정되었고, 이곳 여성들은 기본생계유지비로 40만원을 지급받았다고 한다. 이 씨는 “정부에서 지원되는 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집안의 가장으로 놀고만 있을 순 없었고, 결국 아는 언니의 소개로 출장마사지를 제의 받았고 서울로 향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현재 출장마사지 업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 씨를 지명하는 손님도 제법 생겼다고 한다. 이 씨는 “집창촌에 있을 때보다 무섭긴 하지만 성특법 직후보다는 돈벌이가 된다”고 말했다.

“당장 아쉬울 때 여성단체로부터 받은 돈이지만, 여전히 뒤가 찜찜하다”는 게 이 씨의 말이다. 이 씨와 같이 집창촌을 등진 성매매 여성의 일부는 여전히 음성적인 곳에서 성을 팔고 있다.

그렇다면 단속에 걸린 남자 성매수자들은 어떤 처벌이나 교육을 받을까?

특별법 시행 후인 2005년 8월부터 법무부는 성매매 초범들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대신 성교육 과정을 이수토록 하는 내용의 '존 스쿨(John school)'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은 매월 1∼2회, 8시간 동안 각 지역 보호관찰소에서 실시되며 성매매 여성이 피해 사례 등을 직접 강의한다. 존 스쿨 취재는 관계기관의 반대로 불가능하였다.

존 스쿨 강의가 끝나자 25명이 넘는 이들이 보호관찰소 밖으로 한꺼번에 나왔다. 서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들이 주차장까지 가는 시간은 불과 1분. 무테안경을 낀 20대 청년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20대 청년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다른 사람인 김 모(35)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금형 대신 온 것 같다”라는 차가운 대답을 남기고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덧붙여 그는 “에이즈에 관한 상식 등 몰랐던 성에 대한 부분을 배우게 됐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커피 한잔을 마시며, 담배를 한대 태우고 난 김 씨는 “억울하다, 강사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성의 입장에서만 강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1주년에 맞춰 서울시 소재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시설 10개소에 거주하는 성매매 여성 106명을 대상으로 시설만족도 및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활에 가장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부족'이 45.3%로 나타났다. 이어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부족' 17.9%, '선불금 문제' 16.0%, '신체적 질병' 8.5%으로 조사되었다. 이 결과는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은 정부의 노력보다 자신의 노력여부에 달린 것임을 보여준다.

성매매에 대해서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포탈사이트의 설문결과도 흥미롭다. ‘특별법 보완, 포주 강력처벌'은 조사 대상자의 34.9%(1,566명), ‘특별법 폐지, 원점부터 고민'은 두 배에 가까운 62.5%(2,801명)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결과에 리플을 올린 게시자명 ‘융단폭격'은 “해외원정성매매은 국가적 망신이다. 업주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05년 9월, 성특법 발효 1년을 맞아 “성적 착취를 범죄로 규정지은 국내 여성운동의 성과”라는 긍정적 평가와 “음성·변종 성매매 확대를 부른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혹평까지 엇갈리는 평가를 내렸다.

부산광역시여성회관의 한 관계자는 위의 평가에 대해 “성매매피해 상담소 및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하고, 탈성매매 방지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