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야 물렀거라" 제32회 해운대 북극곰 축제 성황리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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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야 물렀거라" 제32회 해운대 북극곰 축제 성황리 개최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1.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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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철 방불 수영복 행렬 해변 가득 메워.....무료 시식 코너도 '불티' / 신예진 기자

매년 1월 첫 일요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때아닌 수영복 행렬이 줄을 이룬다. ‘인간 북극곰’을 자처한 이들의 목표는 해운대 바다 입수다. 한겨울에 수영복을 입고 즐기는 야외 콘서트와 몸을 녹이는 따끈한 어묵 국물은 덤이다. ‘이한 치한’을 외치는 이들을 시빅뉴스가 만나봤다.

6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제32회 북극곰 축제가 개최됐다. 대회 참가자들과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해운대 백사장을 빼곡하게 메웠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 꼬마 아이들, 혈기 넘치는 청년들, 카메라를 쥐고 이 순간을 추억으로 남기는 외국인, 머리 희끗한 노인 등 참가자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의 다양한 옷차림. 추위를 잊은 듯 맨몸으로 백사장을 활보하는 ‘파이어맨’이 있는가 하면, 겨울 바닷바람이 두려워 롱패딩, 담요 등으로 꽁꽁 싸맨 시민들도 있었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진귀한(?) 풍경이었다. 60대 참가자 박춘권 씨 역시 수영복만 입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박 씨는 “전혀 춥지 않다”며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나는 젊은이들보다 몸에 열이 많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낮 12시에 시작하는 ‘북극곰 수영 대회’다. 수영 대회에 앞서 몸을 풀 겸 콘서트가 마련됐다. 국민 가수 노라조, 코요태의 무대에 참가자들과 시민들은 리듬에 맞춰 몸을 들썩였다. 20년 전 유행했던 코요태의 노래를 알 리가 만무한 외국인들도 소리를 지르며 이 순간을 즐겼다. 일부 외국인들은 성조기, 일장기 등 출신 국가의 국기를 준비해 힘차게 흔들며 존재감을 알렸다. 코요태가 준비한 마지막 무대가 끝나자 참가자들과 시민들이 외치는 "앵콜"이 해운대 백사장을 흔들었다.

6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제32회 북극곰 축제가 개최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입수에 앞서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콘서트의 막이 내리고 입수 시간이 다가왔다. 정오가 되자 사회자의 5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해운대 해수욕장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사회자가 입수 시작을 외치자 참가자들은 힘찬 함성을 지르며 차가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이 수영을 즐기는 모습은 여름 바다를 방불케 했다. 참가자들은 서로 물을 튀기거나 바닷 속에서 헹가래를 치며 겨울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참가자는 방수 카메라를 들고 바닷속에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용훈(27) 씨는 북극곰 축제를 위해 친구들과 대전에서 달려왔다. 최 씨는 “2016년에 참가한 뒤로 시간이 안 돼 아쉬웠는데 드디어 2019년에 해운대를 밟았다. 2016년에는 살이 뜯어질 것 같았는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너무 좋다. 2020년이 벌써 기다려진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6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제32회 북극곰 축제가 개최된 가운데 바다에 뛰어든 참가자들이 차가운 겨울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형형색색 화려한 수영복을 자랑하는 동호회 참가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동호회 회원들은 준비한 플랜카드를 펼쳐 들고 바닷속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수영 동호회 ‘세이렌 핀스 영 클럽’ 소속 전혜진 씨는 “입수 시간이 다소 짧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전 씨는 “그간 여러 수영 대회에 참가했는데 겨울 바다 수영인 ‘북극곰 축제’는 처음이다. 물속에서 더 놀고 싶은데 진행요원이 빨리 나가라고 해서 못 이긴 채 나왔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 바다에서 나온 참가자들의 발길은 무료 시식 코너로 이어졌다. 행사 무대를 중심으로 양옆에 삼진어묵, 진라면, 이디야 커피 등 다양한 먹거리 코너가 자리했다. 각 부스에는 바닷물을 털며 차례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줄이 50여m 가량 길게 늘어졌다. 서둘러 음식을 받은 참가자들은 행복한 얼굴로 백사장 곳곳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대학생 최모(24, 경남 진주시) 씨는 “입수하고 나와서 뜨거운 라면을 먹으니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면서 “춥지 않고 오히려 개운하다”고 했다. 그는 “찜질방에서 식혜 먹는 기분이랑 비슷하다”면서 웃었다.

6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제32회 북극곰 축제가 개최된 가운데 한 참가자가 무료 시식 코너에서 삼진어묵의 어묵탕을 받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한편 북극곰 축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부산에서 처음 개최한 행사로 시민들의 꾸준한 사랑 덕에 부산의 겨울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BBC 방송의 세계 10대 겨울 이색 스포츠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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