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김혜경 편④] “난 하찮은 한 인간”, 그래도 그는 성공한 여성 광고 전문가, 한국 선진화의 뚜렷한 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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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김혜경 편④] “난 하찮은 한 인간”, 그래도 그는 성공한 여성 광고 전문가, 한국 선진화의 뚜렷한 증표
  • 차용범
  • 승인 2019.01.0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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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의 우먼파워’ 김혜경에게 마케팅의 길을 묻다 / 차용범
[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김혜경 편③]에서 계속. 이 글은 인터뷰 시점이 5년 전 2013년인 까닭에 일부 내용은 현 시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정받을 때 신났던 시절과 마음의 평온이 중요한 시기

그는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8인의 여성을 만나, 나이듦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풀어가는 인생 얘기다. 그의 젊음과 오늘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여기저기 모임에 가담하길 잘해서 별명이 ‘김가담 여사’인 그,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길 즐기고 있을까?

“젊었을 땐 인정받을 때가 제일 신났다. 계속적인 야근에 온몸이 녹아나도 경쟁 PT에서 이기는 날은 힘이 벌떡벌떡 났다. 아무리 힘들어도 끙 하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지금은 인생 하반기, 더 큰 가치는 마음의 평온이다.” 여전히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긴 하나, 옛날과는 다르단다. 남편과 함께 정종을 홀짝거리거나, 티볼리 라디오(아날로그 감성을 고스란히 복원한 명품 라디오)를 틀어 놓고 멍하게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거다.

그는 경기 양평 북한강변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그와 두 시누이까지, 세 가족이 모여 사는 집 ‘폴의 골목’에서다. 폴은 가족이 기르는 골든 레트리버의 이름이다. 시누들과 함께 땅을 사고 집을 지어 함께 사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 생활은 또 어떨까?

“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양평 산자락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며, 직장생활에 시골살림까지,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겁기만 하다. 퇴근해서 구두를 벗고 빨간색 고무장화로 갈아 신으면 머리까지 맑아진다. 시골생활, 욕심을 버리면 정말 살 만한 것 같다.”

Q.‘철딱서니’라는 별명도 있던데?

”남편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내 별명이 ‘철딱서니’다. 어린아이 마냥 철이 없고 순진하다고 놀리며 지어준 별명이다. 난 이 별명이 좋다. 정말 철이 없기도 하다. 아니, 철들고 싶지 않다는 게 더 진솔한 대답이겠다. 그리고 난 호기심이 정말 많다. 나이를 먹어가도 다섯 살 꼬마처럼 세상을 향해 모든 질문을 던진다. 궁금한 게 참 많고, 다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새로운 것은 무조건 일단 해봐야 하고….“

편견 없이 순수한 마음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그의 생각 그대로다. 편견이 없어야 사람들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광고주 역시 마음이 맑은 사람들이 광고를 잘 보더란다.

Q. 다시 태어나도 광고인이고 싶은가

"아니다“, 그는 단호하게 반응한다. 왜? ”다른 걸 해 봐야 하니까.“ 그는 그림이나 디자인 같은, 혹은 건축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런 일을 해보고 싶다. ‘입으로 떠들기’보다는 ‘실제로 나타내기’를 동경하는 것 같다.

그림 그리길 좋아하는 김혜경 전무는 좋아하는 광고를 필사하기도 한다. 사진은 애플광고를 필사한 것(사진: 차용범 제공).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여가는 어떻게 보내나?

“스트레스? 잘 안 풀린다. 바느질하고, 그림을 그리며 단순작업을 반복한다. 여가? 요즘 그것도 없다. 주말이 더 바쁘다. 사는데 바쁘다 보면 스트레스를 좀 잊기도 하고…” 광고쟁이, 그는 대단히 크리에이티브한 여가를 즐길 것 같지만, 사실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다 마음 다치는 것, 그게 싫다. 알고 보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그렇다. 혼자서 생각하고, 자료 찾고, 공부하고, 회의하고, 오히려 더 폐쇄적이고 예민하다. 언어의 섬세함을 다루는 만큼 한마디 한마디가 섬세해야 하므로.

 

“난 하찮은 한 인간”, 그래도 그는 사회발전의 뚜렷한 증표

그는 만든 광고, 맡은 브랜드가 잘 나갈 때 쾌감을 느낀다. 그런 광고를 보며 ‘나중 후회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을 느낀다. 천상 광고쟁이 그대로다. 그는 지금의 세속적 성공에 행복할까? 그는 겸손하게 되새긴다. “그저 하는 일이 잘 되면 스스로 대단한 양 우쭐거리는 하찮은 인간일 뿐”이라고. 역시 그도 인간일 따름이다.

치열한 경쟁의 광고계에서 전문직 여성과 아내·엄마로 당당히 성공한 김혜경 전무. 그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바꾸는데 기여한 성공한 파워우먼임이 확실하다(사진: 차용범 제공).

그러나 그의 족적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도록 우리의 분위기와 기반을 다지는데 앞장선, 나아가 한국의 성 평등수준을 끌어올리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바꾸는데 기여한 성공한 파워우먼임이 확실하다. ‘출세한 여성 광고 전문가’로서, 그의 족적을 밟는 발걸음은 나날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우리의 기대를 한껏 충족시킬 것이다. 그건 한국의 선진화를 담보하는 한 증표일 것이 분명하므로-.

1963년 부산 출생. 부산동여고,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졸. 대홍기획 카피라이터, 제일보젤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TBWA KOREA 제작전문 임원, 이노션 월드와이드 광고2본부장, 상무를 거쳐 전무로 재직 중. SK텔레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캠페인 외 KT, KTF, 삼성증권, 풀무원 등 캠페인 진행.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캠페인’, K시리즈 론칭, 희망드림 기프트카 캠페인 기획 등 새로운 마케팅 기법 도입, 성과 거둠. 2007년 칸느 국제광고제 사이버 부문 심사위원, 2008년 ADFEST(아시아 태평양 광고제) 사이버 부문 심사위원 역임. 광고진흥발전 유공 산업포장(2011, 문화체육관광부). 저서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2009),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2011) 등. 블로그: http://blog.naver.com/paulsalley

 

[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백점기 편①]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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