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피살사건 불똥 옮아붙은 인기드라마 ‘SKY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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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피살사건 불똥 옮아붙은 인기드라마 ‘SKY 캐슬’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1.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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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피해자가 흉기로 의사 위협 장면 방영...의협 "의사·환자 갈등 희화화 삼가야" / 신예진 기자

강북삼성병원 임세원(47)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외래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은 후, 의사들과 의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출연하는 JTBC 금토 드라마 <SKY 캐슬>에 불똥이 튀었다.

임 교수 피습 사건은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경 서울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발생했다. 환자 박모(30) 씨가 진료를 받던 중 임 교수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병원 CCTV에 임 교수가 진료실 밖으로 뛰쳐나와 3층 엘리베이터 근처로 도망치는 모습이 담겼다. 박 씨는 임 씨가 넘어지자 흉기로 그를 수차례 찔렀다. 임 교수는 중상을 입은 상태로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사건 당일 오후 7시 30분께 사망했다. 박 씨는 양극성 장애로 입원치료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 교수의 사망사고에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임 교수는 정신적 문제를 앓는 환자들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의료진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SKY 캐슬>의 극중 한 장면을 지적했다.

JTBC 금토 드라마 에서 의료사고를 낸 의사 강준상(정준호 분)이 병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JTBC 홈페이지).

지난달 8일 방영된 <SKY 캐슬> 6화에서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병원에 흉기를 들고  의사 강준상(정준호 분)의 뒤를 쫓는 장면이 그려졌다. 의료사고 피해자는 항상 군복을 입고 다녀 드라마 상에서 ‘개구리’로 불린다. 강준상은 개구리를 피해 여자화장실로 숨었고, 개구리는 그런 강준상을 찾아낸다. 강준상은 결국 평소 가지고 다니던 가스총을 쏴 개구리를 제압한다.

문제는 드라마 방영 후 얼마 안 된 시점에 임 교수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급기야 네티즌들은 <SKY 캐슬> 홈페이지 ‘시청 소감’ 게시판에 불만을 쏟아냈다. 제작진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글도 등장했다.

시청자 김모 씨는 “드라마와 방송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작가는 드라마 속 문제 장면은 사실에 기반해 썼고 모방범죄를 양산할 의도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드라마가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서 늦었지만 진정한 사과문 및 의료진 위협 및 폭행이 범죄라는 경고를 드라마로 알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JTBC 금토 드라마 <SKY 캐슬> 시청자 게시판에 등록된 시청자들의 항의다(사진: <SKY 캐슬> 홈페이지).

의사협회 역시 지난 1일 ‘서울 모 병원 의사 피살사건 관련 대한의사협회 입장’을 내고 SKY캐슬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의협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흥미 위주로 각색하거나 희화화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의료기관 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동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송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의협은 이날 “최근 상류층의 자녀 교육을 주제로 한 한 드라마에서는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칼을 들고 의사의 뒤를 쫓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방송한 바 있다. 피의자가 이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것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진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송 행태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협이 가세해서 <SKY 캐슬>을 향한 비난이 빗발치자, 일부 네티즌들은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왜 드라마 탓을 하고 난리냐”며 입을 모았다. 확대 해석을 지양하자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강북병원 사건은 정신에 문제 있는 환자가 저지른 범죄”라며 “모방범죄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는데 드라마 탓인 양 사과요구 하는 모습이 진상과 다를 바 없다”고 쳐를 찼다. 또 다른 네티즌은 “<SKY 캐슬>이 범죄를 조장했다면 불륜 등을 다룬 드라마는 불륜을 조장하는 거냐”며 “이런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 보기 싫다”고 했다.

한편 타오르는 논란에도 현재 <SKY 캐슬>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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