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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설주/리선권인가, 이설주/이선권인가?/ 편집위원 박시현

최근 남북 교류가 많아지면서, 북한 주요 인사 중 ‘리설주’, ‘리선권’을 일부 언론은 남한식을 따라서 이설주/이선권으로, 일부 언론은 북한식대로 리설주/리선권으로 표기한다.

원래 남한에는 ㄴ두음법칙과 ㄹ두음법칙이 있다. ㄹ두음법칙에 따라서, 남한 단어의 초성에 ‘ㄹ’이 거의 오지 않는다. 한국 사람의 발음 구조상 첫 소리로 ㄹ을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 ‘리(理)’가 있느냐”, “몇 리(里)나 되느냐”는 정도와 ‘라면’과 같은 외래어에서만 초성 ㄹ이 쓰일 뿐이다.

한글은 아름다우나 남과 북의 한글 표기법은 다르다. 그중 두음법칙의 유무는 남북이 큰 차이를 보인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그러나 북한에서는 한자어를 현지 발음대로 적는 ‘표음주의’가 아니라 같은 한자어는 같은 형태로 적는다는 ‘형태주의’를 취한다. ‘계집 녀(女)’는 그래서 어디를 가나 ‘녀’가 된다. 남한은 ‘남녀(男女)’가 되었다가 ‘여자(女子)’가 되지만, 북은 ‘남녀’와 ‘녀자’가 맞는 표기법이다. 북한 사람들의 발음구조가 초성에 ㄹ을 발음하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것도 두음법칙을 거의 적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될 듯하다.

복잡한 두음법칙을 가지고 있는 남한의 표기법과 형태주의를 취하고 있는 북한의 표기법은 그래서 차이가 난다. 북한의 ‘량심’은 남한에서는 ‘양심’이 되고, 그 외에도 력사/역사, 록음/녹음, 래일/내일, 대렬/대열, 규률/규율 등이 차이가 난다.

원래 국립국어원은 2010년대 초반 표기에 혼란이 있는 '최룡해', '리설주' 등의 인명은 두음법칙에 근거해서 '최용해', '이설주'로 표기할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남한 언론들의 현행 표기법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국립국어원의 권장대로 두음법칙을 지켜 이설주, 이선권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원래 언론은 상대 지역 발음대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므로 북한의 ‘리설주’가 남한 언론에서도 ‘리설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진핑을 ‘습근평(習近平)’으로 언론이 표기하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는 이설주와 이선권으로 주로 표기하고 대부분의 지방신문이나 공중파 방송, 그리고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등은 리설주와 리선권으로 주로 표기하고 있다. 무언가 표기법 선택이 언론의 성향과 조금은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같은 언론에서도 일관성이 없어 표기법과 언론 성향을 강하게 연관시킬 수는 없다.

그나저나 통일이 되면 두음법칙도 언어 통일 과정에서 논의가 많이 되어야 할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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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음법칙#이설주#리설주#이선권#리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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