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약, 건강식품 판매 미국형 '드럭 스토어(drug store)' 한국상륙
상태바
화장품, 약, 건강식품 판매 미국형 '드럭 스토어(drug store)' 한국상륙
  • 취재기자 김채민
  • 승인 2018.12.21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료, 미용용품, 잡화도 팔아...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대형 매장 간 경쟁 치열 / 김영주 기자

화장품을 사려면 로드샵 화장품 가게로, 약이나 건강식품을 사려면 약국으로 가야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바로 ‘드럭 스토어(drug store)’다.

드럭 스토어란 H&B스토어(헬스앤뷰티 스토어)라고도 하며, 화장품, 생필품,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이 판매가 가능한 의약품, 음료 등을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곳으로 편집숍과 비슷하다. 국내 드럭 스토어의 경우, 약품뿐만 아니라 건강이나 미용 관련 용품들과 음료, 생수 등의 일반 잡화 외에 라이프 스타일 및 패션 등의 상품도 판매하는 등 외국의 순수 드럭 스토어보다는 헬스앤뷰티 스토어 개념에 좀 더 가깝다.

한국의 드럭 스토어는 다양한 판매 제품 중에서도 화장품과 미용용품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번화가와 대학로, 터미널 부근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브랜드마다, 매장마다 다르지만, 보통 10시~23시까지 영업해서 고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주된 고객층은 2030세대의 여성이지만, 1050세대 여성들과 1030세대 남성들로 고객층이 넓어졌다. 한 드럭 스토어 직원은 “다양한 제품이 있는 만큼 다양한 고객이 온다. 여성 고객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남성 고객도 많아졌고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그만큼 드럭 스토어의 파급력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드럭 스토어 올리브영의 입구.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드럭 스토어 랄라블라 모습. 행사 기간에는 매장 앞에 매대를 활용해 제품을 진열해놓기도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드럭 스토어 롭스. 현재 한국에선 대형 드럭 스토어 매장 간 경쟁이 치열하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현재 국내에 있는 드럭 스토어는 올리브영(CJ올리브네트웍스), 랄라블라(GS리테일), 롭스(롯데쇼핑), 더블유스토어(코오롱웰케어), 부츠(신세계 이마트), 판도라(농심)가 있다. 현재 전국에는 올리브영 1216개, 랄라블라 187개, 롭스 123개, 부츠 33개, 판도라 13개의 매장이 있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가 업계 1, 2,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츠, 판도라와 같은 후발 주자들이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매장 개수를 늘려가고 있다.

드럭 스토어는 편집샵과 비슷한 만큼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있다. 화장품과 의약품을 비롯해 헤어, 바디 관리 제품, 남성용 화장품, 헤어 드라이어, 이어폰과 같은 전자제품, 생필품, 마사지 기구 등을 판매하고 있다. 고객들은 한 번에 각각 다른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제품을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다. 해외 직구를 해서 구매해야 했던 키스미, 마죠리카 마죠르카, 캔매이크, 웻앤와일드 등의 제품도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 드럭 스토어 이용객 김민지(20,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예전에 일본 여행 때 산 화장품을 다 쓴 후 또 쓰고 싶어서 어떻게 구할지 고민하던 차에 드럭 스토어에 그 제품이 입점돼 있는 걸 알았다. 내가 원하는 제품 말고도 해외직구로 사던 다른 화장품도 있어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올리브영의 매장 내부 중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파운데이션, BB크림, 쿠션파운데이션, 파우더와 같은 화장품)이 있는 진열대다. 올리브영 뿐만 아니라 모든 드럭 스토어가 제품의 용도, 브랜드별로 나누어 진열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테스트를 하지 못하던 온라인 브랜드의 제품들을 이제 드럭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가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제품력, SNS 홍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 테스트를 해보고 싶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수 없어 해당 브랜드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존해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알고 온라인 브랜드가 드럭 스토어에 입점했다. 각 드럭 스토어마다 상이하지만 메디큐브, 더블유랩, 삐아, 에이프릴 스킨, 블리블리, 롬앤, 시드물 등의 온라인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소비자가 드럭 스토어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일이다. 드럭 스토어도 로드샵처럼 정기 세일이 있다. 드럭 스토어들은 매달 말 비슷한 시기에 정기 세일을 진행한다. 정기 세일 기간에는 드럭 스토어에 입점된 로드샵 브랜드가 있다면 각 로드샵에서 제품을 사는 것보다 한 곳의 드럭 스토어에서 구매하는 것이 편리하고 할인혜택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정기 세일을 제외하고도 입점 브랜드의 브랜드 세일, 3만 원 이상 구매 시 3000원 할인과 같은 일정 가격 이상 구매 시 가격 할인과 같은 다양한 세일을 제공한다. 김나영(30, 부산시 사상구) 씨는 “요즘은 드럭 스토어에서 할인기간이 아닐 때 정가로 구매하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할인을 많이 한다. 급하게 구매해야 할 게 아니면 세일을 기다렸다가 구매한다. 소비자인 우리는 지갑 사정도 챙기면서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드럭 스토어는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가 운영하고 있다. CJ, 롯데, GS, 신세계는 계열사 통합 멤버십을 제공한다. 드럭 스토어에서 적립한 적립금을 같은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고, 반대로도 가능하다. 예로 CJ 계열사인 올리브영과 CGV, 롯데 계열사인 롭스와 롯데시네마를 들 수 있다.

이런 드럭 스토어를 더욱 똑똑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란 개인이나 기업이 친구 추가가 돼 있는 카카오톡 이용자와 소통하는 비즈니스 홈이다. 원하는 드럭 스토어의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추가하면 드럭 스토어가 전달하는 할인, 신제품 출시, 신규 입점 브랜드 등의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에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드럭 스토어의 정보를 알 수 있다. 플러스 친구 서비스 이용자만을 위한 할인 쿠폰도 종종 받을 수 있다. 현재 올리브영의 친구는 약 200만 명, 랄라블라는 약 69만 명, 롭스는 약 55만 명, 부츠는 약 4만 8000명, 판도라는 약 2000명이고, 더블유스토어는 플러스 친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보통 드럭 스토어가 화장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고, 이용객도 화장품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있다. 테스트 제품의 위생 상태다. 고객이 색상과 질감, 보습력 등을 제품 구매 전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테스트 제품을 제공한다. 불특정 다수가 매장을 이용하다보니 테스트 제품은 항상 위생이 좋지 않다.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군은 많은 이용자가 손으로 스펀지를 눌러 테스트를 해보는 경우가 많아 위생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아이라이너도 손이나 팔에 테스트를 해보지 않고 직접 눈에 해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 이용객들의 위생 지적 제품에서 빠지지 않는다. 핸드크림처럼 짜서 사용하는 제품의 뚜껑과 제품 입구가 먼지나 다른 화장품이 묻어있어 테스트해 보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정채문(2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제품 입구가 더러울 때가 많아서 드럭 스토어 내부에 비치된 화장 솜으로 한 번 닦고 사용해본다. 그래도 사용하기가 꺼려질 때는 화장 솜에 살짝 짠 후 버리고 그 다음부터 나오는 것을 쓴다”고 했다.

테스트 제품의 상태도 좋지 않다. 아이라이너, 마스카라의 경우는 굳어있거나 솔이 망가져 있다. 쿠션 파운데이션, 핸드크림, 로션류는 다 써서 테스트해 볼 수가 없는 상황도 많다. 최근 대부분의 드럭 스토어가 쿠션파운데이션의 기존 퍼프를 없애고 작은 일회용 퍼프를 제공하고 면봉, 화장 솜, 클렌징워터를 비치해 테스트 제품의 위생과 편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드럭 스토어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도희(19,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테스트 제품이 더러워보여서 차마 사용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무조건 손에 제품을 발라보며 확인을 해봤다. 지금은 일회용 퍼프가 있어서 퍼프의 위생성은 나아졌지만, 제품 자체의 위생성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랄라블라는 쿠션파운데이션 제품에 개봉 일을 표시하고, 기존 쿠션파운데이션에 있는 퍼프가 없는 이유를 적어 놨다. 랄라블라를 제외한 다른 드럭 스토어는 랄라블라처럼 제품 개봉일, 퍼프가 없는 이유를 적어놓지 않았지만, 랄라블라처럼 기존 퍼프를 없애고 면봉, 일회용 퍼프, 화장 솜, 클렌징 워터를 비치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랄라블라는 면봉, 일회용 퍼프, 화장 솜, 클렌징 워터를 갖춰 위생에 힘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채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가 드럭 스토어 열풍이다. 미국의 유명한 증권회사인 ‘메릴린치’는 시장 보고서를 통하여 고령화 사회의 도래, 여성 경제 활동의 증가,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 증가로 드럭 스토어를 21세기에 가장 유망한 사업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