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아빠에게 버림 받은 '코피노' 아동 도우며 인류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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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아빠에게 버림 받은 '코피노' 아동 도우며 인류애 실천
  • 취재기자 박진아
  • 승인 2019.01.0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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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유학생 정승희 씨 등, 기부금 모아 코피아 학교 지원..."한국 아빠 찾아 양육비 지원케 했으면" / 박진아 기자

필리핀 전역에는 약 4만 명의 아이들이 한국 국적의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고,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인 ‘코피노’라 불리며 살아가고 있다. 코피노 아이들은 필리핀 각지에 어학연수 등의 목적으로 체류하는 한국 남성들과 현지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리핀 네그로스섬 남동쪽에 위치한 지역에도 소수의 코피노가 있다. 코피노 아이들은 따돌림과 생계비 문제로 초등학교조차 가지 못할 정도로 어렵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인천에서 태어나 자란 정승희(25) 씨는 2018년 10월 당시 네그로스 섬 남동쪽 지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곳 사설 어학원에서 영어 공부를 했던 정 씨는 학업을 이어나가면서 봉사활동을 했다. 정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필리핀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해외여행도 하고 어학을 배우기 위해 필리핀에서 유학 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필리핀 네그로스 섬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카메라에 손을 흔들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코피노들이다(사진: 정승희 씨 제공).

정 씨는 유학생활을 하다가 몇몇 한국 유학생들과 필리핀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들은 이곳의 여러 초등학교 중 환경이 열악한 한 초등학교를 골라 돕기로 했다. 이들은 한국 유학생들로 정식 이름도 없는 자발적인 봉사자들이었다. 참여 인원은 5명 내외였다. 해당 초등학교에는 저학년 학생들이 60명 정도 있었는데, 이들이 정 씨와 친구들의 주된 봉사 대상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 중 일부와 학교 근처 마을에는 약 20여 명의 코피노 아이들이 있었다. 정 씨는 “제가 처음으로 가게 된 이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근처 한 초등학교에서 봉사를 하게 됐다”며 “아이들과 놀아준다는 개념으로 봉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특히 코피노 아이들에게 관심이 갔다. 이들을 돕고 싶었던 정 씨는 기부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코피노 아이들에게 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 프로젝트는 창작자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진행됐다. 텀블벅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후원한 금액만큼 후원자들에게 정해진 답례품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정 씨는 “한국인으로서 코피노 아이들에게 죄책감이 들었다”며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 프로젝트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돕기 위해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기부 프로젝트였지만, 프로젝트 준비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정 씨는 기부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 정 씨에 따르면, 다양한 문제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후원자들을 위한 답례품 선정이었다. 정 씨는 “후원자분들께 의미 있는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아름다운 석양과 필리핀을 상징하는 꽃인 화이트 재스민을 표현한 배지의 앞면(왼쪽)과 뒷면(사진: 정승희 씨 제공).
필리핀어로 ‘사랑’을 뜻하는 ‘pag–ibig’이 각인된 나무 칫솔(사진: 정승희 씨 제공).

정 씨와 동료 봉사자들은 많은 고민 끝에 기부 프로젝트 후원자들의 답례품을 배지와 나무 칫솔로 선정했다. 이들은 가난하고 부정적인 필리핀보다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필리핀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답례품 중 하나를 배지로 선정했다. 또 다른 답례품인 나무 칫솔은 일반 플라스틱 칫솔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자연 분해가 돼 자연 친화적이기 때문에 선정하게 됐다. 정 씨는 “필리핀어로 ‘사랑’을 뜻하는 ‘pag–ibig’을 제품에 각인함으로써,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상처받았을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모든 일에 어려움이 따르듯,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프로젝트의 가장 큰 어려움은 답례품 중 불량품 문제와 배송 문제 해결이었다. 후원자들에게 배송된 답례품에 문제가 생겼거나 답례품이 아예 배송되지 않은 경우가 생긴 것이다. 정 씨는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어도, 정 씨는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정 씨는 후원자들이 좋은 말을 남겨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단다. 또한, 정 씨는 “후원해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인데 한 번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후원해주는 분들이 꽤 많았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줘서 더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정 씨와 동료 봉사자 친구들이 추진한 기부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기부 프로젝트의 총 수익금은 431만 2000원으로, 목표금액인 100만 원을 초과 달성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인 수익금은 우선적으로 그 지역 코피노 아이들을 위해 사용됐다.

그리고 나머지 수익금은 초등학교의 시설물을 보수하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자재들을 구입하는 데에 사용됐다. 정 씨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아이들이 전보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 특히 그 지역 초등학교 인근 코피노 아이들의 더 나은 변화를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 정 씨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꼭 아이들을 다시 찾으러 와서 최소한의 책임인 양육비라도 지원하길 바라고 있다. 또, 아직까지도 코피노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한국인이 많다며, “코피노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인 만큼 많은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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