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여전히 타오르는 곳, 민주화의 성지 부산민주공원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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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여전히 타오르는 곳, 민주화의 성지 부산민주공원을 가다
  • 취재기자 박주근
  • 승인 2018.12.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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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항쟁 기념관 앞 뜻기림 횃불 조형물은 밤 되면 환하게 타올라 / 박주근 기자

부산의 민주항쟁 역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까지 타오른 전국의 촛불집회는 부산의 민주화 열망을 잘 보여준다. 당시 부산지역 촛불집회의 규모는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컸고, 시민들의 손에 들린 촛불은 가장 늦게까지 타올랐다. 부산 촛불의 기억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부산촛불아카이브'에 따르면, 전국의 촛불집회 대부분이 2017년 3월 10일 탄핵 인용 결정과 함께 종결된 것과 달리 부산은 2017년 4월 29일까지 지속됐다.

민주항쟁기념관의 조형물 뜻기림횃불(사진: 취재기자 박주근).

부산민주공원에선 여전히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공원 내의 시설 중 하나인 민주항쟁기념관의 중앙에 설치된 조형물 ‘뜻기림횃불’은 밤이 되면 횃불이 되고, 낮에는 하늘과 맞닿아 민주화운동의 기상을 드러낸다. 부산민주공원은 이렇듯 뜨거웠고 여전히 뜨거운 부산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기억하고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공간이다.

부산 중구 영주동에 위치한 부산민주공원은 부마민주항쟁과 인연이 깊은 장소다.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1995년 8월에 처음 민주공원 조성을 결의할 당시, 이곳에 부마민주항쟁 기념탑, 기념관, 기념공원을 짓자는 구상이 세워졌으며, 그후 조성공사를 통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이자 민주항쟁기념관 관장 김종기 씨는 부산민주공원을 “우리나라의 4대 민주항쟁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을 기념하고 민주운동 가치를 계승해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부산민주공원의 충혼탑(좌), 부산광복기념관(사진: 취재기자 박주근).

민주공원은 보수산의 정상에 위치한 공원인 만큼 자연과 어우러진 산책로를 걸으며 부산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민주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애국용사를 기리는 충혼탑이 서 있고, 산책로를 따라 민주항쟁기념관 쪽으로 걸으면 부산의 항일 독립 운동의 역사를 담은 부산광복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기념관에는 항일의 역사가 담긴 유물들과 애국지사를 기리는 봉안소가 마련되어 있어 엄숙한 감정을 느끼며 관람하고 추모할 수 있다.

부산민주공원의 4.19혁명 희생자 위령탑(사진: 취재기자 박주근).

부산광복기념관의 맞은편에는 4.19혁명 희생자 위령탑과 영령봉안소가 마련되어 있다. 봉안소는 부산에서 4.19 혁명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의 공간으로, 희생자 21명의 영정사진이 봉안되어 있다.

설치된 조형물 ‘뜻기림횃불’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구조로 된 건물 2층에는 민주항쟁의 역사를 담은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선 대한민국의 민주항쟁과 부산의 민주항쟁 역사를 함께 관람할 수 있으며, 2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이마저도 내년엔 무료관람으로 바뀔 예정이다.부산광복기념관의 맞은편에는 4.19혁명 희생자 위령탑과 영령봉안소가 마련되어 있다. 봉안소는 부산에서 4.19 혁명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의 공간으로, 희생자 21명의 영정사진이 봉안되어 있다.

부산민주공원 내 1.19혁명 상설전시관의 늘펼쳐보임방(사진: 취재기자 박주근).

4.19혁명 희생자 위령탑을 지나면 3층 건물이 나타난다. 중앙에 설치된 조형물 ‘뜻기림횃불’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구조로 된 건물 2층에는 민주항쟁의 역사를 담은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선 대한민국의 민주항쟁과 부산의 민주항쟁 역사를 함께 관람할 수 있으며 2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이마저도 내년엔 무료관람으로 바뀔 예정이다.

민주공원 홈페이지에 나타난 (좌)민주항쟁기념관 전망대와 : 민주공원 홈페이지), (우)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주근).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어 부산 영도와 부산항 일대를 넓게 바라볼 수 있다. 명소인 초량 이바구길이나 부산타워가 있는 용두산 공원이 가깝고 저녁에 산복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야경은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부산민주공원 일대 골목길 탐방 코스(사진: 취재기자 박주근).

민주공원은 부산과 관련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부산 원도심 골목길 탐방’은 해설사와 함께 민주공원부터 보수동 책방골목, 초량왜관, 중부교회 등 골목길을 걸어 다니며 해설사가 들려주는 숨은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유난히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숨은 이야기나 일본인이 살았던 마을 등 이야기가 가득하다. 11월까지는 민주공원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와 야생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민주공원 숲체험교실’도 만나볼 수 있다. 두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고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만 하면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상설전시관엔 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도 있다.

민주공원은 가진 것도 많지만 해결할 숙제도 많다. 민주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민주항쟁기념관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 11월까지 기념관을 찾은 사람은 6만여 명 정도다. 그 마저도 학교와 같은 단체가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념관의 해설사인 배정수 씨는 이 점을 가장 안타까워한다. 배 씨는 “하루에 한 분도 오지 않을 때도 있다”며 “하루에 50명 정도만 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공원 인근에 사는 김진동(82) 씨는 공원에 자주 오지만 전시관은 찾지 않는다. 김 씨는 “볼 게 없다. 산책만 하고 가는 편이다”고 말했다.

홍보가 부족하단 얘기도 있다. 부산진구에 사는 박정재(22) 씨는 민주공원 옆에 있는 부산 시립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기념관을 찾았다. 2층의 상설 전시관에 가기 위한 것은 아니고 3층의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함이었다. 박 씨는 “공원인 줄은 알았지만, 뭐하는 데인지는 정확히 몰랐다”고 말했다. 부산 다대포 중현초등학교에서 담임 선생님과 기념관을 찾은 장동원(13) 군도 “전시관에 영상도 나와서 이해가 잘 됐다”면서도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하기 전엔 여기를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장동원 군의 담임 선생님인 전종필 씨도 “유익한 장소인데 덜 알려진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업데이트가 느리고 산의 정상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기념관 2층에 마련된 상설전시관에는 아직 2016년의 촛불혁명 섹션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민주항쟁기념관의 김종기 관장은 떨어지는 접근성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해결해나갈 생각이다. 김 관장은 “내년엔 부마항쟁 40주년을 맞아 더 많은 시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락페스티벌과 같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겠다”면서 “시민들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방문해주시면 좋은 시민교육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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