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BJ 운똘은 오늘도 방송 준비에 한창이다. 마이크와 컴퓨터를 확인하고 '방송 시작' 버턴을 을 누른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지만, 접속 중인 시청자는 0명이다. 운똘은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지 4개월 차인 신입 BJ. 그의 본명은 박원철(24). 현재 경성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하지만 저녁에는 인터넷 방송 신입 BJ로 주로 게임방송을 한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방송진행자(유투버)가 최초로 희망 직업 10위 안으로 진입했다. 최근에 1인 미디어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학업과 인터넷 방송을 동시에 병행하는 박 씨에게 어떤 고충이 있는지 무슨 꿈을 가졌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 씨는 "평소에 하기 싫은 일은 잘 안하고 하고 싶은 일만 집중적으로 하는 성격이어서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고 남들보다는 잘 하는 게임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BJ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재수해 대학에 들어왔지만, 지금 2학년인데 학업에 지치기도 했다”며 “게임을 잘 한다는 주변 친구들의 말에 방송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방송을 시작해보니 많은 BJ들이 게임 방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게임 방송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많은 시청자들을 보유한 유명한 BJ들이 제가 하는 게임을 하니까 그 벽을 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제 팬들을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제 막 시작한 신입으로써 야망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의 방송은 저녁 7시에 시작하여 새벽 1시까지. 시청자는 30명 정도이고, 한 달 평균 수입은 40만 원 수준이다.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방송이 더 잘된다면 유튜브까지 할 생각이라고. 그는 “아직 유투브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편집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꿈에 불과하지만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을 찍는 날이 오는 것을 매일 상상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 주변 지인들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래도 수도권 지역은 이런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지역에선 숫자가 적다보니까 친구들까지도 신기해한다”며 “부모님도 제가 방송 시작한다고 했을 때 150만 원이나 하는 방송 장비를 사주셨다”고 말했다. 박 씨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더욱더 힘이 난다고 했다.
방송을 시작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유명한 프로게이머 BJ와 같이 게임을 하게 된 것을 꼽았다. 박 씨는 “게임하는 중에 평소에 좋아하던 프로게이머가 방송하고 있어서 같이 게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100번 정도 게임을 실행하여 겨우 한판 같이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그 선수가 내 게임 아이디에 BJ가 들어간 것을 보고 내 방송국 홈페이지에도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또 박 씨는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돈을 후원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오직 제 게임하는 모습이나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액수는 크지 않지만 후원해주는 것이 인터넷 방송을 끊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이라며 “아직 가장 크게 받아본 후원 금액이 1만 원인데 10만 원이 넘는 후원을 하루 빨리 받아보고 싶다”고 장난섞인 어조로 말했다.
그의 방송 롤모델은 유명 크리에이터 밴쯔. 박 씨는 “밴쯔 씨는 게임방송이 아니라 다른 장르의 방송을 하지만, 현재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하기 전에는 방송을 했고, 구독자 수도 300만이 훌쩍 넘었다”며 “무엇보다 오래 방송을 하면서도 그 어떤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점이 가장 닮고 싶은 대목”이라고 말했다. 밴쯔처럼 자신만의 철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꾸려나가고 싶다는 그의 표정은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