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새옷 입은 대형곡물저장창고·평화의 댐 등 기네스북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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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로 새옷 입은 대형곡물저장창고·평화의 댐 등 기네스북 등재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12.1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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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일로는 거대한 책꽂이, 평화의 댐엔 세계 최대 트릭아트 그려져... 노후시설이 관광명소 변신 / 신예진 기자

인천항의 곡물 저장고, 강원도 화천의 평화의 댐 등이 줄줄이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인천시는 중구 월미도 인근 곡물 저장고(사일로, silo) 벽화가 ’세계 최대 야외 벽화‘ 기록을 인증받아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 홈페이지에 게재됐다고 17일 밝혔다.

곡물 저장용 산업시설인 사일로는 지난 1979년 건립돼 40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곡물을 이 사일로에 보관하고 있다. 이 사일로는 둘레 525m, 높이 48m로 아파트 22층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투박한 외관이 지역 주민들에게 위압감을 준다는 혹평을 들어왔다. 사일로를 처음 접한 시민들은 위험 시설로 오해하기도 했다.

인천시 중국 월미도 인근 곡물저장고 16개 기둥이 마치 책처럼 도색돼 있다(사진: 인천시 제공).

그러나 사일로는 이같은 단점을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탈바꿈했다. 사일로의 각 기둥이 16권의 책으로 변신한 것. 기둥마다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도 담았다. 사일로의 가장 마지막 벽에는 농부가 곡식을 들고 걸어 나오는 그림이 있다. 한 소년이 책 안으로 물과 밀을 갖고 들어가 어엿한 농부가 돼 곡식을 거두는 한 편의 성장스토리인 셈이다.

사일로에 그려진 슈퍼그래픽 야외벽화는 사일로를 둘러싼 외벽 면적 2만 5000㎡에 적용됐다. 다만 기네스북에는 구조물을 제외한 순수 면적 2만 3688.7㎡의 기록으로 등재됐다. 이전 기록은 지난 1997년에 등재된 미국 콜로라도 푸에블로 제방 프로젝트다. 인천 사일로는 미국 제방 프로젝트보다 1.4배나 되는 면적이다.

인천시는 “사일로 슈퍼그래픽은 폐산업시설의 재활용이 아닌, 사용 중인 노후 산업시설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자인을 적용하여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개선한 대표적 사례로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시민들의 긍정적 반응이 대다수이며, 외국에서도 사일로를 보기 위해 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원 화천군 등촌리의 평화의 댐에 '통일로 나가는 문' 트릭아트가 그려져 있다(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강원 화천군 등촌리에 위치한 평화의 댐 경사면에는 세계 최대 트릭아트 벽화가 그려져 있다. 트릭아트는 눈을 착각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예술을 말한다. 벽화 제목은 <통일로 나가는 문>. 댐 본체는 오래된 성벽을 연상케 하고 댐에 그려진 문은 벽에 구멍이 뚫린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벽화 속에는 산과 물이 흐르는 절경과 수달, 백조, 비둘기 등의 조화가 펼쳐진다. 높이 95m, 폭 60m인 이 벽화는 세계에서 가장 큰 트릭아트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중국 난징에 있는 벽화보다 1.8배 크다.

평화의 댐은 전두환 정권 당시 북한 임남댐을 통한 수공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건설됐다. 건설 당시 정부는 "북한이 강원도 이북 상류지역에 금강산 발전소를 위한 댐을 건설하고 있다. 댐이 붕괴될 경우 수도권이 물바다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성금을 모아 평화의 댐 공사를 진행했다. 전두환 정권의 발표는 과장이었지만 홍수조절 기능은 높게 평가돼 여러 정권을 거쳐 지난 2005년 완공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한겨레에 “댐 중앙에 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린 그림은 실제 댐 상류 700m에 있는 민간인 통제구역의 풍경을 그대로 가져와 표현한 것”이라며 “물이 통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도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시설들에 새 옷을 입히니 시민들의 평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한 인천시민은 “인천은 그간 별 볼 일 없는 프로젝트에 수십 억씩 부으며 헛발질을 했는데 오래간만에 홈런을 쳤다. 시각적 효과가 상당히 커 저런 사업에는 세금이 들어가도 전혀 아깝지 않다. 방치된 건물들을 찾아 이런 사업을 주기적으로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 시설의 벽화가 온라인에 공개되자, 네티즌도 “멋지다”는 칭찬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싸이 말춤 동상, 괴물 흉상, 가마솥 조형 등에 수억 원을 쓴 것보다 아름다운 그림 한 편이 훨 낫다”며 “순식간에 지역 랜드마크 하나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단기이긴 하지만 일자리 창출도 되고 아이디어가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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