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흡연 천국 캐나다선 거리에서 '대마초 축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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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흡연 천국 캐나다선 거리에서 '대마초 축제'까지
  • 취재기자 심헌용
  • 승인 2018.12.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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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판매 단속은 엄격해도 흡연엔 관대....중독성 적다해도 환각 운전사고 증가는 고민거리 / 심헌용 기자

지난 11월 23일 ‘대마 성분 의약품’의 수입을 자가 치료 목적에 한해 허용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앞으로 우리나라도 대마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의 수입과 사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2016년 12월 말부터 2018년 3월까지 그 당시엔 의료용 대마초만 합법적으로 거래가 가능했던 밴쿠버에 머무른 경험이 있다.

밴쿠버 시내를 처음 간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곳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구걸하는 노숙자와 거리에서 행인이 내뿜는 대마초, 즉마리화나 냄새였다. 난생처음 맡은 매캐한 누린내의 마리화나 냄새는 담배 냄새와 확연히 달라 한 번도 맡아보지 않아도 구분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었고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캐나다에서 제일 처음 본 광경이라 여러모로 나에겐 충격이었다.

올해 10월 17일부터 캐나다 연방에서 기호용 마리화나 구매가 합법이 되기 전까지 밴쿠버는 의료용 마리화나만 합법적으로 판매 가능했다. 즉, 치료 목적으로 대마초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은 사람만 대마초를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마 합법화가 발표된 이후 금요일 밤의 밴쿠버 번화가의 풍경.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마초 합법화를 기념하고 있다(사진: 유카 오쿠마 제공).

그러나 실상은 누구나 손쉽게 대마를 구매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캐나다에서 만난 친구들만 해도 유학생이든 현지인이든 항상 대마초를 소지하고 있었고, 홈 파티에 다 같이 모일 때마다 집안은 그들이 내뿜는 대마 연기로 자욱했다. 어떻게 이렇게 대마를 손쉽게 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당시 캐나다에 체류하고 있던 슬로바키아인 제이콥 시코라 씨는 “처방전을 받은 사람이 구매한 것을 함께 나눠 피거나 일반 브로커를 통해 손쉽게 구매 가능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대마초 판매 가게의 내부 모습. 이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대마와 흡연 도구들을 구매할 수 있다(사진: 제이콥 시코라 제공).

신기한 점은 작년까진 밴쿠버에서 마리화나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흡연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 경성대 캐나다인 교수 크리스 에드워즈와 로저 리터의 의견을 물었다. 먼저 밴쿠버에서 살았던 에드워즈 교수는 의료용 대마 사용만 합법이었던 캐나다에서 대마초 흡연이 불법이 아닌 이유로 공권력의 관대함을 꼽았다. 그는 “밴쿠버에 살면서 대마초 흡연으로 경찰의 처벌을 받은 경우를 본 적이 없지만, 대마초를 불법으로 거래하는 것에는 엄중히 처벌하는 사건이 많았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로저 리터 교수는 주 정부의 허가를 받아 대마초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대마초 흡연마저 불법이 아니었던 이유로 꼽았다. 그는 “허가를 받아 대마초를 재배하는 집들이 많았고 그 주변에 대마초를 흡연하는 사람들도 많아 처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독 캐나다와 네덜란드 같은 일부 국가들이 대마에 관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성대 약대 강재선 교수는 대마가 다른 마약류에 비해 중독성과 폭력성을 유발하는 경우가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대마는 소량으로 피울 시 단순 의존성과 쾌락을 느끼게 하고 과다복용하면 인체 향상성과 호르몬 분비 파괴를 유발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언급한 인체 향상성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이 대마초 흡연 후 ‘환각 운전’이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 따르면, 대마를 합법화한 미국 일부 주의 교통사고 증가율이 다른 지역 대비 평균 6%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대마초 흡연 합법화 이전까진 대마 흡연 정도를 측정할 수 없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환각 운전 사고율 증가로 ‘마리화나 흡연 여부 측정기’까지 등장했다. 대마가 합법화된 캐나다 또한 관련 사고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밴쿠버에서 마리화나를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날은 매년 4월 20일에 ‘선셋 비치(Sunset beach)’와 ‘랍슨 스퀘어(Robson square)’에서 열리는 ‘마리화나 데이’다. 현지에선 ‘420’이라고 불리는 이날은 북미 전역에서 대마초 합법화를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다. 대마초 합법화를 지지하는 일반인들이 각자 부스를 처리고 자신들이 만든 대마초와 대마초로 만든 쿠키, 사탕, 의류 등을 판매한다. 나는 한국에서는 대마초 흡연이 절대 불법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 전시된 대마초들이 어떤 방식으로 재배했고 만든 과정도 위생적인지 확인할 수 없기에 구매하지 않았으나, 캐나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4월 20일 열리는 마리화나 데이에서 대마초를 흡연하는 캐나다 사람들(사진: 취재기자 심헌용).

선셋 비치에서는 기념 공연도 하고 마리화나로 만든 먹거리도 많이 있었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밴쿠버 시민들이 이곳에 모인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해변은 마리화나 데이를 기념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만큼은 경찰도 축제의 의미를 존중해서 대마를 판매하는 것에 아무런 제재 없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교통 통제, 질서 유지만 담당해서 의아했다. 제재가 없는 이유에 대해 캐나다인 피터 웨슬리 씨는 마리화나 데이가 그동안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웨슬리 씨는 “420엔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평화적으로 시위를 해왔고, 그동안 교통 문제를 제외하곤 행사장에서 사고가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4월 20일에 벤쿠버에서 열리는 마리화나 데이에 밴쿠버 선셋비치로 가면 다양한 종류의 마리화나와 마리화나로 만든 먹거리들을 만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심헌용).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대마를 합법화한 캐나다 정부는 이를 통해 그동안 암암리에 행해진 불법 거래를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마초 흡연이 합법화된 미국의 일부 주에서 환각 운전 사고들이 증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마초 흡연 합법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우리는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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