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끝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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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끝은 비극이다
  • 부산광역시 남구 임동균
  • 승인 2015.06.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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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를 읽고

인간이 쾌감을 느끼는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일까?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음식을 먹었을 때? 아니면 지친 하루를 끝내고 꿀 같은 잠을 잘 때? 그것도 아니라면 사랑하는 이성과 뜨거운 하룻밤을 보낼 때?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위의 세 가지 욕구인 식욕, 수면욕, 성욕을 채웠을 때 가장 큰 쾌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욕구보다 더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욕구가 있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 <뇌>는 더 짜릿한 쾌감을 얻었을 때의 인간상과 이러한 쾌감을 얻으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잘 보여준다. 당대 체스 천재인 사뮈엘 핀처는 약혼녀와 성행위를 하는 중 복상사를 하게 되는데, 이유는 바로 자신의 뇌에 심어놓은 전자칩 때문이었다. 전자칩은 인간의 뇌에 미량의 전류를 흘려보내 쾌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전자칩에서 흘러나오는 이 전류가 누구에게나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칩이 심어진 사람들이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을 때, 전류는 마치 하나의 보상인 것처럼 주어졌다. 결국, 칩이 심어진 사람들은 쾌감의 노예가 되어 전류를 받기 위해 먹는 것과 자는 것도 마다하고 좀비처럼 살아간다.

지금 우리 사회엔 스마트폰이 소설 속의 쾌감을 느끼게 하는 칩을 대신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는 차가 쌩쌩 달리는 대로변을 건널 때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작은 기계가 주는 쾌감을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며칠 전 나는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이 사람의 전두엽에 지나친 자극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봤다. 그 연구 내용은 전두엽이 우리가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재생하는 기능을 하는데,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전두엽에 영향을 주어 감정조절이나 생각에 장애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요즘 우리는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난폭운전, 보복운전과 같은 분노조절 장애로 인한 사고를 볼 수 있다. 아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뉴스를 접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이 문제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분명 스마트폰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스마트폰이 주는 자극적인 쾌감에 노출된 아이들이다.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더 빨리 배운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맡겨 놓고 볼일을 보는 사이,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주는 자극적인 쾌감에 계속해서 노출되고 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난폭해지고 부모가 제어하기 어려울 지경이 돼 버린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해본다면 뇌가 아직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지나친 자극이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이 언제든지 편하고 재밌는 것을 볼 수 있는 쾌감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스마트폰 사용이 과하면 독이 된다. 쾌감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극적인 것에 노출된다면, 우리들 또한 지나친 쾌감을 즐기다 복상사한 핀처와 같은 비극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자극적인 쾌감으로부터 우리의 뇌를 쉬게 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Turn off your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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