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 살린 '세종여권케이스' 개발한 SNS 1인 크리에이터 스타 박종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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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 살린 '세종여권케이스' 개발한 SNS 1인 크리에이터 스타 박종원 씨
  • 취재기자 이지은
  • 승인 2018.12.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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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보정필터 앱 무료 배포해 SNS 스타 등극..."내가 만든 디자인에 사람들이 반응할 때 행복"/ 이지은 기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권을 잘 보관하기 위해 하나쯤 가지고 있는 여권 케이스. 그 중 특별히 한국의 미를 살린 ‘세종여권케이스’가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고 있다. 이 여권케이스를 디자인한 사람은 그래픽 디자이너 박종원(24) 씨다. 그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SNS에서 퍼트리는 ‘1인 미디어 운영자'이자 ‘1인 크리에이터’다.

박종원 씨가 제작한 3차 세종 여권 케이스(사진: 박종원 페이스북 캡처).

성공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로 거듭나고 있는 박종원 씨는 ‘다이노(Dyno)’라는 닉네임으로 다양한 소셜 미디어에서 디자인과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페이스북에서 ‘다이노 필름’이라는 사진 필터를 배포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이노코리아’라는 개인 디자인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다이노(Dyno)'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 박종원 씨(사진: 박종원 제공).

그가 처음부터 크리에이터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 꿈은 뮤지컬 배우였고, 중·고등학교 때는 춤을 전공했다. 대학을 선택하던 시기에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져 디자인을 배우기로 마음을 먹고 한국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들어갔다.

그는 대학 시절 혼자 하고 싶은 것을 만들며 자연스레 크리에이터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의 첫 콘텐츠는 친구들과 함께 갔던 경주 한옥마을 여행 사진이었다. 남녀 모두 여성한복을 입고 여행했던 재밌는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지인들이 재밌다고 난리(?)였다. 급기야는 전라북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연락이 와 자기들 페이지에 그의 사진을 사용하겠다는 제의가 왔다. 그 사진들은 현재 전라북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내가 만든 무언가에 사람들의 반응을 얻는 일이 이렇게 매력적인 일인지 처음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종원 씨가 친구들과 전주 한옥여행 당시 남녀 할 것 없이 여성 한복을 입고 찍어 인기를 끈 사진이다. 이 사진의 독창성과 흥미성이 그를 유명한 디자이너로 이끌었다(사진: 전라북도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캡처).

사진전문가나 디자이너들은 사진을 찍은 후 색을 보정해주는 각종 필터 프로그램 또는 앱을 사용한다. 사람들은 한옥마을 여행 사진의 보정 과정에서 박종원 씨가 사용한 필터에도 관심을 가졌다. 사진 댓글에는 어떤 필터로 보정을 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그는 아예 자신의 디자인 솜씨로 필터 프로그램(스마트폰에서 다운받아 사진 보정에 사용하는 간단한 앱의 일종)을 만들었고 이를 ‘한옥마을 필터’라 칭했다. 그후 이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과거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시대에는 렌즈에 필터라는 일종의 색 렌즈를 착용해서 사진 효과를 연출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사진에는 필터 역할을 하는 앱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찍은 사진을 후보정한다. 디지털 시대인 만큼, 요즘 사진 애호가들은 찍은 사진을 앱에 올려서 후보정을 통해 다양한 색깔 효과나 질감을 연출한다. 그냥 찍은 사진보다 사진 필터 앱으로 후보정하면 더욱 색감을 돋보이게 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인 ‘어도비 라이트룸’은 빠른 시간 내에 대량으로 사진을 보정할 수도 있다. 라이트룸은 다양한 ‘프리셋’을 만들어 놓는 것이 가능하다. 프리셋이란 라이트룸에서 제공하는 보정 기능의 값을 사용자가 원하는 값으로 저장해 놓은 보정 정치다. 저장해둔 프리셋을 다음 번 다른 사진에 클릭해 적용시키면 그 다른 사진도 쉽게 그 값으로 자동 색보정이 된다.

프리셋은 라이트룸이라는 사진편집 프로그램을 쓰면 된다. 박종원 씨는 라이트룸을 사용해서 프리셋을 만든다. 이 프리셋을 다른 사람이 다운 받아 자신의 라이트룸에서 구동시키면 자신의 사진을 박종원 씨가 만든 프리셋대로 색보정이 되는 것이다. 박종원 씨는 필름 느낌이 나는 필름 프리셋을 직접 만들어 자신의 프리셋을 적용시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보여준 뒤, 댓글로 지원자를 받아 원하는 사람에게 메일로 프리셋을 보내준다. 박종원 씨가 자신이 만든 여러 종류의 프리셋을 페이스북에 올릴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는 “노을에 어울리는 사진에는 노을 느낌이 나는 필터를 씌워야 사람들이 공감한다”며 “각종 풍경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필터는 나름대로의 개성 있는 컨셉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원 씨가 제작한 프리셋 ‘청춘과 청춘 사이 필터’를 사용하기 전과 사용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시 사진이다. 좌우를 잘 보면 색의 느낌이 변해있다(사진: 박종원 페이스북 캡쳐).

지금도 그는 ‘다이노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필터 무료배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가 제작한 사진 필터는 어느덧 100개가 넘었다. 그의 필터 배포 활동은 무언가를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에 시작한 일이었다. 그는 “필터는 내가 바라 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더욱 실제처럼 만들어 주거나 꿈같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사진 필터의 매력을 설명했다.

박종원 씨가 만든 일본여행 필터는 페이스북 공유 수가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박종원 페이스북 캡처).

그가 만든 사진 필터가 인기를 끌자, 그의 페이스북 팔로워 숫자는 점차 늘어났다. 그 중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필터는 작년에 배포된 ‘일본여행 필터’다. 1만 명 정도가 일본여행 필터 콘텐츠를 공유했고, 그 덕분에 팔로워는 2만 명 가까이 늘어 4만 명까지 도달했다. 그는 “일본여행 필터는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콘텐츠였다”고 말했다.

그는 필터 제작·배포를 통해서 사람들이 언제 페이스북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지, 어떤 느낌의 감성을 좋아하는지, 현재 어떤 사회적인 이슈들이 있는지 등을 알게 됐다. 그의 사진 필터는 그런 사람들의 감성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그저 단순히 필터를 제작해 배포하는 줄 알겠지만, 저의 마케팅 플랜과 각 필터의 고유한 컨셉을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저의 필터를 사랑해주는 게 아닐까요?”

여행을 좋아했던 그는 여권케이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여권케이스를 디자인하게 된 계기는 항공사에서 일하는 지인이 대뜸 연락을 해 “미국 여권 디자인으로 여권케이스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말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때 ‘왜 한국인이 한국 디자인이 아닌 미국 디자인을 쓸까’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이나 일본 여권은 국가의 특색이 잘 드러나지만 우리나라 여권은 그런 특색이 부족해 보였다. 사람들이 여권케이스를 쓰는 이유를 알아보니 단순히 편리하고 필요해서 들고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인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들고 다니시는 분도 많았다. 그래서 그는 한국이라는 느낌을 담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권케이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적인 느낌으로 컨셉을 잡고 생각해보니 “국민이 왕이다”라는 슬로건이 떠올랐다. 왕을 생각하면 조선시대 왕밖에 생각나지 않았고, 조선시대 왕에 관련된 로고는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곤룡포가 떠올랐다. 그는 왕이 입는 곤룡포에 새겨진 오조룡을 로고로 디자인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문화재청에 연락을 해 승인을 받았다. 세종대왕의 ‘세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타이틀을 ‘세종 여권케이스’라고 했다.

하지만 처음에 사업자금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기업인 ‘와디즈(Wadiz)’에서 리워드 프로젝트 펀딩을 진행했다. 새로운 마케팅 수단인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와 재원 마련을 뜻하는 ‘펀딩’을 조합한 용어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와디즈가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중 리워드 형은 새로운 제품을 보고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그 제품이나 서비스로 펀딩의 대가를 제공하는 것이다. 목표 금액과 펀딩 기간을 설정해 목표 금액이 100% 이상 모이면 펀딩이 성공되는 프로젝트다. 펀딩 마감일까지 목표 금액이 100% 모이지 않으면 펀딩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는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 문제를 겪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의 세종여권케이스 역시 상품 제작 비용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을 수 있었다.

2017년 12월, 1차 펀딩의 목표 금액은 100만 원이었다. 오픈 19분 만에 100%를 찍고, 18일간 1만 1746%에 도달하면서 1억 2000만 원에 가까운 펀딩에 성공했다. 그만큼 펀딩한 투자자들에게 세종여권케이스를 판매한 셈이었다. 2차 펀딩에서는 오픈 3분 만에 100%를 달성했고, 오픈 8일 만에 1억 5000만 원을 달성했으며, 펀딩 기간 동안 2억 2000만 원에 가까운 펀딩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11월 19일부터 12월 12일까지 앵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이 또한 오픈 8일 만에 1억 2500만 원 상당의 펀딩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1차 펀딩 때 5000만 원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서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여권케이스가 성공적인 반응을 끈 이유는 한국을 대표한다는 컨셉이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고, 거기에 쫀쫀한 소셜 마케팅 계획이 더해진 결과다”라고 말했다.

그의 콘텐츠 중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김연아 선수 배지 제작이다. 그는 ‘김연아 배지’로 SNS에서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평창올림픽을 기념해 제작했던 김연아 선수의 배지는 SNS에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는 온라인 연예뉴스 매체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그랑프리 파이널,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등의 굵직한 대회 때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17개의 배지를 제작했고, 제작비만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배지는 김연아 선수의 생일 선물로 전달됐다.

박종원 씨를 김연아 금손팬으로 불리게 만든 김연아 선수 배지 모습(사진: 박종원 페이스북 캡처).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 만의 디자인 무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고민해보고 회의하며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그는 “저는 단순히 생각하지 않고 뇌 속에서 청문회 같은 회의를 연다”고 했다.

작년 9월 취업으로 인해 서울에 올라온 그는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들과 친척들의 큰 자랑거리가 됐다. 나중에 가족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힘들 때는 사람이 아닌 영화 같은 매체에서 힘을 얻는다. 그는 “그래도 편하게 불러 술 한 잔 할 사람이 없을 때면 가끔 고향인 진주가 그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선한 영향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인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것이다. 그는 비슷한 또래의 청춘에게 이렇게 전했다. “If you can dream, you can do it!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자주 놀러가던 경상대학교 앞에 있는 PC방에서 내 꿈은 시작됐다. 기죽지 말고 다들 언제나 꿈꾸고 행동하고 힘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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