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아파트와 빌딩 경비원 종사자수는 25만 1900명이며, 이 중 24만 9900명이 임금근로자다. 경비원의 평균 연령은 62.2세이고, 평균적으로 3.7년을 일한다. 2015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는 경비원 10명 중 2명이 부당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강성근(64) 씨는 2017년 7월부터 경비원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1년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경비원으로 일하고있다. 그에 의하면, 경비원 생활의 작년과 올해가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지난해 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주민갑질이 논란이 된 이후, 올해 9월 22일부터 일명 ‘경비원 갑질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주민갑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짧은 기간이지만 경비원일을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많이 당했고 또 목격했다. 강 씨가 처음 경비원 일을 시작했을 때 경비원들이 경비실에서 밥 먹고 있는 것이 보기 싫다는 주민들 때문에 화장실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한 주민은 “아저씨는 경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말을 한 적도 있고, 심지어 심한 욕설을 하기도 했다. 강 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삿대질하면서 노골적으로 경비원들을 무시하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 경비원이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는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강 씨는 국민들에게 경비원들의 애환을 알리기 위해 매일 일기를 쓰고 그걸 토대로 책을 출간하려 했다, 그러나 연일 보도되는 경비원에 대한 부당대우 뉴스로 인해 현재는 많은 국민들이 문제점을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어 책 출간 계획을 접었다. 강 씨는 “지금은 구태여 책까지 출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1955년 경남 창원시 여창군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절이라 출생신고도 3년이나 늦게 됐다고 한다. 강 씨는 “너무 마르게 태어나서 털밖에 안보일 정도였다고 어른들이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닐 형편이 되지 않아서 농사일을 하다가 1980년부터 부산에서 전국택시공제조합 사원으로 23년간 일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탓에 남들보다 승진은 늦었지만, 강 씨는 부장이라는 직책까지 올랐다. 부정청탁을 받아도 강 씨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강 씨는 과거 여직원에게 심부름시키는 것이 당연했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은 절대로 여직원에게 잔 심부름조차 시키지 않았다. 강 씨는 “부하 직원이 그런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야 한다는 소신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이후 부암동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기획실장(병원 직원들을 관리하는 일)으로 13년간 일하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2016년 10월말 퇴직하고 6개월간 휴식을 가졌다. 오랜 기간 쉬다보니 일을 하고 싶어진 강 씨는 주위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경비원 일을 시작했다. 강 씨는 “사람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이다. 경비일이 궁금해서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자신이 경비원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경비원을 하다보면 대부분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강 씨는 전보다 육체적으로만 힘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즐겁고 웃음이 날 정도로 정신적으로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주민들은 강 씨에게 때로는 작지만 간식거리를 선물하기도 한다. 강 씨는 “몰상식한 사람도 있지만 주민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비원 일이 언제나 평화롭고 좋을 수많은 없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경비원들의 월급도 월평균 수입이 127만 원(2014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이던 것이 지금 경비원 평균월급은 17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라고 한다. 이는 상당히 많이 오른 액수이지만 오히려 경비원들에게 좋지만은 않다. 경비원 임금 인상은 결국 아파트 입장에서는 돈을 더 많이 지출해야 하고, 그래서 경비원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으므로 경비원을 해고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변화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전에는 휴식시간이 하루 24시간 중 6시간에서 7시간 사이였지만, 지금은 휴식시간이 8시간이나 된다. 휴식시간 동안 시급이 지급되지 않게 하기 위해 휴식 시간을 억지로 늘린 것이다. 잠도 오지 않는데 억지로 자야 한다. 그것도 힘들다고 한다. 강 씨가 강제 휴식 시간에 자리를 비우면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불편해진다. 강 씨는 “8시간이나 쉬는 건 주민과 경비 모두가 힘들다”고 말했다.
경비원은 주민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강 씨는 질서가 무너지면 갑질이 생기고 주민과의 불협화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비원들은 질서를 지키고 근무 중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비원들이 모두 이런 생각을 동일하게 갖는 것도 아니고, 주민들도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주민이 경비원들에게 폭언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주민들이 한밤중에 술을 마시고 진상을 부리거나 주차문제 등으로 서로 다투는 일들도 있다. 강 씨는 “주민들이 불편한 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불편한 것은 서로 해결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서로 예의를 지키면 얼굴 붉힐 일이 없다. 경비원들에게도 주민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해줄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는 공공지역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경비가 이야기해서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스스로 아파트의 ‘5분대기조’라고 생각한다. 경비원은 주민의 목숨과 안전을 지키고 주민들의 편의를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강 씨는 모든 아파트의 경비원들이 응급처치를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조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강 씨는 근무하고 있는 아파트 주민이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 나갔다. 강 씨는 “의료계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달려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강 씨를 비롯해 경비원에 대해 아파트 주민 이모(55) 씨는 “요즘 경비원 아저씨들이 자기 집처럼 관리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양모(56) 씨는 “경비원 아저씨가 있어서 택배를 맡길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명절 때도 우리 집을 지켜줘서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강 씨는 결혼한 두 딸과 보디빌더인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강 씨를 두고 자식들은 “아버지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강 씨의 자식들은 어릴 때 학교에서 존경하는 사람을 쓰라면 꼭 아버지를 적었을 정도로 아버지를 존경한다. 하지만 자식들은 강 씨가 경비원을 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왜 그런 일을 하냐며 반대를 했다고 한다. 강 씨는 “자식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강성근 씨는 주민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주민 일을 자기 일처럼 보살피는 강직하고 친절한 아파트 경비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