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간판, 입간판...일본 간판들은 생생 화려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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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간판, 입간판...일본 간판들은 생생 화려하더라
  • 취재기자 임소현
  • 승인 2015.06.0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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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2박3일 주마간산 여행에서 느낀 것

기자는 5월 1일부터 5월 3일까지 2박 3일 간 일본 여행을 다녀올 기회를 갖게 됐다. 기자가 3일 간 다녀온 곳은 일본 간사이 지방(관서 지방)에 위치한 오사카, 쿄토, 나라, 고베 등 네 곳이었다.

일본에 도착하는 관광객들은 대개 아기자기하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갖는다.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게 정돈되어 있는 일본 길을 걷는 한국 사람들은 더럽기 짝이 없는 국내 길거리와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기자의 눈에 뜨인 것은 상점 간판이었다.

▲ 오사카 거리에 위치한 식당들의 간판이 한 건물의 앞면을 덮고 있다. 화려하고 복잡한 듯하지만, 간판의 배열은 사각형 형태를 취하면서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사진: 취재기사 임소현).

오사카 시내 간판들은 건물을 거의 뒤덮다시피 할 정도로 간판들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어로 빼곡하게 적인 간판들 사이로 커다란 스모 선수들의 그림이 걸린 간판이 있다. 이번 여행에 함께 동행한 가이드 변은숙(42) 씨는 스모 선수들의 그림이 크게 걸린 간판은 생선, 고기, 야채 등을 냄비에 끓여 먹는 ‘창코나베’를 판매하는 가게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창코나베가 고칼로리 음식으로 예전부터 스모 선수들이 영양 보충용으로 먹었던 음식으로 유명해서, 대부분의 창코나베 전문 음식점들은 스모 선수들의 사진이나 그림을 간판에 큼지막하게 넣는 전통을 갖게 됐다고 한다.

▲ 건물의 입구보다 간판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큰 가게도 있다. 사람이 꼬치 모형을 들고 있는 이 가게는 여러 가지 꼬치 음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였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가게 입구보다 훨씬 큰 간판의 크기를 자랑하는 가게도 있었다. 사람 형태를 한 간판의 사람은 한 손에 꼬치 모형을 들고 있었으며, 이곳은 꼬치 요리를 파는 가게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 큰 게 모형을 가게 상호대신 커다랗게 달아놓은 가게도 보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큰 게가 움직이는 모습을 한 번씩 쳐다보고 다녔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일본 간판의 또 다른 특징은 간판 안의 모형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다. 글자 대신 커다란 게 모형을 달고 있는 게 요리집 간판 안의 게는 살아 있는 게처럼 움직여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 마치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듯 간판 안의 문어 다리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한 타코야끼(밀가루에 야채, 문어 등을 넣고 구운 간식) 가게의 간판도 문구대신 커다란 문어 모형을 달아 간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어 다리가 계속해서 움직여서 많은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 문어 간판은 다리가 움직일 뿐만 아니라 문어 눈에 카메라 가 장착돼 있었다. 이 가게 앞을 지나가면, 문어 눈에 장착되어 있는 카메라가 번쩍하고 빛을 내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손님들은 그 가게에 들어와 음식을 시켜 먹으면 그 사진을 기념으로 찾을 수 있다. 대단한 상술이다.

▲ 간판 위 커다란 조형물 주위로 그 가게가 운영하는 관람차가 있다. 관람차를 타고 야경을 즐기려면 일단 가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 꼭대기층으로 가야 한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오사카 시내의 도톤보리 거리에는 식음료와 잡화를 판매하는 잡화점 전국 체인인 '돈키호테' 매장이 있다. 돈키호테 매장 위에는 거대한 회전 관람차가 있다. 가게를 이용한 손님들이 그 가게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 오사카 시내 야경을 한눈에 보기 위해 이 관람차를 탄다고 한다. 그래서 이 관람차는 마치 돈키호테 매장의 거대한 간판 역할을 하기도 한다.

▲ 고베의 한 음식점의 입구에서 노렌이라 불리우는 천이 쳐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일본의 음식점이나 상가 출입문에는 가게 메뉴나 상호, 또는 가게 주인의 가문 이름 등이 쓰인 천이 드리워져 있다. 한국의 일본식 선술집도 이게 있어서 일본식 선술집임을 알린다. 이 천이 노렌이라고 가이드 변 씨가 알려주었다. 변 씨는 노렌은 옛날부터 상점에서 여름에는 한낮의 햇볕을 가려주고 겨울에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사용됐다고 한다. 그러다 에도 시대 이후에는 노렌에 상호나 가문의 이름을 적어서 업소에 내걸어 감판의 역할을 하게 됐고, 아울러 가문의 이름을 내걸고 음식을 판다는 의미를 가졌다고 한다. 현대의 노렌도 곧 상점의 신용을 나타내는 간판의 일종이라고 변 씨가 설명했다.

▲ 일본 떡을 판매하는 매장에 일본 전통 간판 노렌이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운영해오는 일본의 한 커피상점 역시 여전히 노렌을 사용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위의 사진에 따르면, 이 커피 가게는 노렌 속의 상호 그림을 통해 1940년부터 지금까지 가게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노렌은 가게의 역사와 상호, 무엇을 판매하는지를 보여주는 다목적 간판인 것이다.

여행에 함께 동행한 배모(54, 경남 김해시 부원동) 씨는 노렌이 설명을 듣기 전에는 그저 가게 입구를 장식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줄 알았다. 배 씨는 “옛것을 아직까지 지켜오는 모습을 보고 일본 기게에 대해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 ‘글리코’라는 일본 제과회사의 상징인 마라토너가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오는 모습을 가진 간판이 야경을 빛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간판에서 옛것을 지켜오는 일본의 모습 중 대표적인 예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오사카 시내의 도톤보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간판이다. 도톤보리 시내를 가로지르는 유람선 투어를 하게 되면, 제과회사인 ‘글리코’ 사의 입간판이 가까이서 보인다. 유람선 위에서는 일본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며 관광객들에게 거리를 안내해주는 한국인 가이드가 글리코 사의 간판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 유람선 위의 한국인 가이드가 오사카 시내 도톤보리와 글리코 사 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글리코 사는 오사카 지역에서 탄생한 제과회사인데, 그 회사 간판은 1935년부터 이 회사 소속의 마라토너들을 모델로 거대하게 설치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마라토너가 모델로 선정된 것은 들리코 사가 생산한 카라멜을 먹으면 마라토너처럼 힘이 생긴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하고 큰 크기의 간판이었기 때문에, 간판이 설치된 이후부터 오사카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간판 주위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놀랍게도 회사의 간판도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되고 있었다.

▲ 사진 왼쪽에는 글리코 회사 간판이 있고, 오른쪽 글리코 간판의 맞은 편에는 수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소현).

각 나라의 간판은 그 나라의 문화를 보여준다. 일본 간판은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가 배어있다. 오늘 내걸고 내일 철거하기에 바쁜 한국의 간판은 전통과는 무관한 듯하다. 몇 대를 이어 생업을 계속하는 가게가 한국에는 얼마나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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