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송 깡촌 래퍼' 앵글락 'YOAM', "사람들 삶 파고드는 래퍼 될 것"
상태바
'반송 깡촌 래퍼' 앵글락 'YOAM', "사람들 삶 파고드는 래퍼 될 것"
  • 취재기자 김해림
  • 승인 2018.12.12 00:0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에는 페이트공으로, 밤에는 래퍼로 활동'...'쇼미더 머니'에도 출연하고 친구와 앨범도 발매 / 김해림 기자

“...I’m from a ghetto street...” 미국 유명 래퍼 ‘닥터 드레(Dr. Dre)의 노래 <Lil’ Ghetto Boy>에 나오는 가사다. 여기서 ‘게토(ghetto)’는 빈민가 혹은 깡촌을 뜻하는 단어다. 풀어서 해석하면 ‘나는 험한 곳에서 자랐고, 나는 정말 강하다’가 된다. 많은 미국 래퍼들이 자신의 출신지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자랑한다. 한국에도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에서 태어난 자신을 자칭 ‘반송 깡촌 래퍼’라고 부르는 래퍼가 있다. 그의 이름은 하선운(27) 씨.

사람들이 흔히 아는 힙합 스타일인 통 넓은 바지와 머리에 비스듬히 걸친 모자가 아닌, 단정한 남방에 조끼 점퍼를 입고 온 하선운 씨와 인터뷰를 나눴다. 1992년 1월에 반송에서 태어난 하선운 씨는 지금까지 계속 반송에서 살고 있는 반송 토박이다. 그는 우연히 중학교 반 짝꿍이 혼자서 랩을 하고 가사를 쓰는 모습을 보고 처음 힙합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선운 씨는 “그 친구 집에 있던 녹음 장비로 랩도 하면서 취미를 붙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선운 씨가 작업실에서 헤드셋을 끼고 마이크 앞에서 랩을 부르면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해림).

2007년 용인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중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랩 음악을 계속했다. 고등학생 하선운의 최고 취미는 랩이었으며 서서히 래퍼를 꿈꿔왔다. 그는 “그 당시 힙합은 나의 생각, 나의 다이어리였다”고 전했다.

2010년 동의대학교 유통물류학과에 입학한 그는 1학년을 마치고 2011년 군대에 입대했다. 2013년 4월에 전역하고 복학한 그는 본격적으로 랩 무대에 뛰어들었다. 처음에 그가 소속됐던 힙합 크루(crew)는 ‘옥탑(Octop)’이다. 대학 힙합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2015년에 만든 크루다. 약 1년간 활동한 후 각자의 개인 사정으로 해체됐다.

하선운 씨가 군에서 전역하고 대학에 복학한 후 대학 축제 공연 무대에 서서 랩을 선보이고 있다. 오른쪽에서 5번째가 하선운 씨다(사진: 하선운 씨 제공).
‘옥탑(Octop)’ 크루의 단체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하선운 씨(사진: 하선운 씨 제공).

2017년에 그는 ‘앵클락(AnkleLock)’이라는 크루를 새로 만들었다. 앵클락은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 미국 프로레슬링에 나오는 기술의 한 종류로, 상대방의 발목을 꺾는 것이다. 그는 “음악으로 상대방의 발목을 꺾고 우리 발목을 못 잡는다는 의미다”라고 전했다. 5명의 래퍼로 이루어진 앵클락의 리더인 그는 2018년에 대학 졸업 후 현재까지 앵클락의 멤버로서 활동 중이다.

‘앵클락’ 크루가 다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하선운 씨(사진: 하선운 씨 제공).

하선운 씨는 예전 게임 아이디였던 ‘YOAM’이라는 이름으로 랩 활동 중이다. 그의 평소 랩은 밝고 통통 튀는 스타일이다. 그는 음악을 들을 때는 어두운 스타일을 듣지만 자신이 하는 음악은 신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는 “내 음악을 들으면서 팬들이 재밌고 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 후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는 그의 아버지 밑에서 기술자로 일하며 돈을 번다. 약 7년간 일하고 있으며, 한 달 생활비가 넉넉할 정도를 번다. 이 외에 공연하면서 얻는 수익도 있다. 그는 “올해까지 공연을 연 4회 진행했고, 한 번 공연하는데 관객이 60명 정도 있어서 수익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라운지 바 ‘레블(Revel)’이라는 곳에서 주로 한다. 공연은 미술 전공인 하선운 씨의 지인이 제작한 포스터를 거리에 게시하거나 SNS에 글을 올려 홍보한다. 래퍼에게 중요한 랩의 가사는 한 달 이상 동안 외우며 연습해야 한다. 그는 “공연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최고 수준의 긴장감과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전했다.

대학생이었던 그가 부모에게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부모는 ‘될 대로 대라’ 식으로 두고 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의 친구들 역시 걱정을 제일 많이 했다고 한다. 친구들 대부분이 “그쪽 길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그런 생각을 가질수록 그는 랩으로 성공해서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는 집과 작업실을 번갈아가면서 곡을 만든다.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집 또는 작업실에서 부지런히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다. 한 곡을 만드는데 약 이틀 정도 시간을 들인다. 그는 비트 작곡 레슨을 받은 후 지금까지 혼자서 비트를 만든다. 직접 만든 비트와 직접 쓴 가사가 합쳐져 한 곡이 완성된다. 가사를 작성하는데 보통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하선운 씨는 집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직접 비트를 만들고 연습한다(사진: 취재기자 김해림).

그는 주로 지인들의 이야기, 영화, 드라마, 만화에서 가사의 영감을 얻는다. 그는 영감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메모장에 써 내려간다. 그는 “내 이야기지만 남들이 들어도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가사가 좋다”고 말했다. 그가 쓴 가사만 자그마치 400개가 넘는다.

그의 컴퓨터 메모장에 저장된 랩 가사들. 그는 랩 곡의 가사를 쓸 때 공책보다는 컴퓨터 메모장을 주로 이용한다(사진: 취재기자 김해림).

엠넷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 더 머니 시즌 3>에도 참가한 바 있는 그는 래퍼 ‘산이’에게 랩 심사를 받았다. 그는 2차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쇼미 더 머니> 출연 경험에 대해 하 씨는 “비주류였던 힙합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주류가 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힙합 시장이 커지는 거니까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첫 싱글 앨범 <동네 얘기>가 11월 2일에 발매됐다. 2년 전에 이미 완성돼있던 곡으로, 앵클락 멤버 ‘skoop’과 함께 만든 곡이다. 잔잔하고 리듬감 있는 비트에 그의 포부와 희망적인 가사가 담겨있다. 그는 “부산 사람들이 반송을 속된 말로 ‘깡촌 양아치 동네’로 보는데, 함께 하는 친구랑 ‘개천에서 용 나보자’ 다짐하고 만든 곡이다”라고 말했다.

고향 시티 반송 의리 넘쳐 우리끼리
꼴통 새끼들은 목숨 친구 챙겨 느그끼리
우정 그게 싹트게 한 것은 바로 끼리끼리
요즘 말로 I say 요점은
그냥 뭐 보여 준단 거지 개천의 용

ready to die 내가 죽을 때까지
I ready to die 터치다운할 때까지
밝은 해와 늦은 새벽까지 눈을 뜬 채
휘갈겨 쓴 가사 뭉치들과 꿈을 꾸네

<동네 얘기> 가사 중에서

 

하선운 씨의 첫 싱글 앨범 <동네 얘기> 커버 사진이다. 그의 작업실 옥상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왼쪽이 하선운 씨다(사진: 하선운 씨 제공).

그에게 스스로 어떤 래퍼냐고 질문했다. 그는 자신을 “인파이트 같은 래퍼”라고 대답했다. 인파이트란 권투경기에서 선수가 전진하면서 상대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펀치를 날리는 전법이다. 그는 “인파이트처럼 가까이서 살을 비비듯이 교감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래퍼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선운 씨는 현재 자신의 싱글 앨범 발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나올 싱글 앨범은 미국 남부에서 인기를 끈 잘게 쪼갠 드럼 비트와 어두운 느낌의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는 ‘트랩(trap)’장르다. 그는 “강과 바다같이 같이 흘러가며 여흥을 취하는 것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2018-12-13 06:03:40
반송은...깡촌이...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