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똘이네' 유기견 엄마 오승미 씨, 대리운전으로 돈 모아 200마리 키워 입양 보내
상태바
'기장 똘이네' 유기견 엄마 오승미 씨, 대리운전으로 돈 모아 200마리 키워 입양 보내
  • 취재기자 김지은
  • 승인 2018.12.13 2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6마리는 현재도 양육 중...사는 집 계약 만기로 이사 갈 집도 마땅 찮아 고민 / 김지은 기자
두려움에 떠는 '영심이'를 안고 괜찮다고 토닥이는 ‘기장 똘이네’ 엄마 오승미 씨(사진: 취재기자 김지은).

밤에 대리운전을 하며 17년 동안 혼자서 유기견들을 돌보는 유기견 대모가 있다.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기장 똘이네’를 운영하는 동물 보호 활동가 오승미(68) 씨다. 도로변 바로 옆에 위치한 기장 똘이네는 겉보기엔 일반 가정집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흰 대문 열고 들어가면, 낯선 이를 경계하는 유기견들의 짖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대형견부터 소형견까지 총 76마리의 유기견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엄마 오승미 씨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왜 버리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을 데려갔으면 죽을 때까지 책임지고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똘이를 만나고 유기견을 데려오기 시작하다

오승미 씨는 1951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장에 들어가 차근차근 기술을 배우고 익혀서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신의 손으로 의류공장을 차렸다. 오승미 씨는 “여러 직원을 데리고 의류를 제작해 수출까지 했다”며 “아무 것도 없이 내 손으로 공장을 차려 자수성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인건비가 점점 비싸져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공장을 옮겨세우고 값싼 인건비를 내세운 공장들에 밀려 일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54세였던 2002년에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겨우 손에 쥔 남은 자본금 800만 원마저 아는 사람에게 사기당해 모두 잃었다.

거듭되는 악재에 자신의 삶을 비관하던 오승미 씨는 그때 아는 지인에게 받은 작은 말티즈 종인 강아지 똘이로 인해 새 삶을 살게 됐다. 오승미 씨는 “그땐 의지할 사람도 없고 어릴 때부터 독신주의라 결혼도 하지 않아 가족도 없이 혼자서 정말 힘들었다. 우리 똘이 만나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때부터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우리 똘이 없었더라면 나는 못살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미 씨가 아이들 사이에서 춤추며 노래 부르자 아이들이 신나서 오승미 씨에게 달려든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은).

오승미 씨는 처음엔 강아지를 무서워했다. 하지만 반려견 똘이를 만나고 난 뒤 강아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강아지가 사람처럼 말귀를 알아듣는 것을 보고 동물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불쌍한 유기견을 한 마리씩 집으로 데려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똘이네집을 있게 했다. 오승미 씨는 “진짜 똘이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직 유기견들을 위한 복지가 없는 상태이고, 보호소에 들어가면 10일 뒤에 안락사를 시킨다. 애들이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똘이 덕분이다. 우리 똘이가 그 많은 생명을 거둔 거다”라고 말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

오승미 씨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17년 동안 약 300여 마리의 유기견을 구조해 돌봤다. 그중 약 200마리는 새로운 가족을 찾아 입양을 보냈다. 똘이네를 거쳐 간 모든 아이들이 다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 바로 좋은 가정을 만나 대구로 입양 간 ‘베리’다. 오승미 씨는 “베리는 처음 봤을 때 다리도 탈골되고 심장사상충까지 걸려있어 포기하려 했다”며 “하지만 끝까지 내가 치료해서 좋은 곳에 입양 보냈다”고 말했다.

다른 유기견과 어울리지 못하고 활동량이 적어 요즘 오승미 씨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영심이의 슬픈 표정이 인상 깊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은).

유기견들을 직접 구조해 애정을 가지고 키우다 보니 정 또한 많이 든다. 그래서 오승미 씨는 아이들을 다른 가정으로 입양 보낼 때 아쉬운 마음에 많이 울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가정에 입양을 보내고 난 후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아이들의 밝게 웃는 사진이 오면 그때부터 마음이 놓여 웃는다. 오승미 씨는 “(아이들이 가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그때 제일 뿌듯하고 보람되고 제일 행복한 순간이다”라고 밝혔다.

어려운 상황 속에도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오승미 씨

6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혼자 76마리의 유기견들을 키우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아이들의 사료비와 병원비도 넉넉하지 않고 당장 아이들과 오승미 씨가 사는 집 또한 계약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아 2019년 3월 말이 되면 이사를 가야 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오승미 씨는 “구조해온 아이들의 몸이 아프거나 심장사상충 등에 걸려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내가 대리운전을 하면서 버는 수입이 많지 않다. 그래서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다. 당장 내년 3월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이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현재 똘이네를 방문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종류가 중형견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오승미 씨는 낮에는 유기견을 돌보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한다. 하지만 요즘엔 나이가 많은 탓에 대리운전일도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근처 식당에서 도와달라고 부르면 가서 설거지를 해주고 하루에 1~2만 원 정도 받아와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오승미 씨는 “나 같은 사람마저 이 불쌍한 아이들의 손을 놔버리면 진짜 안 될 것 같다. 다행히도 SNS를 통해서 아이들의 팬이 생겨서 그 팬들이 사료도 보내주고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들이 건강하다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내가 먹을 것까지 보내준다.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 666만 마리의 반려견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견의 숫자 또한 더욱더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버려지고 있는 유기동물의 숫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보호소는 터무니없이 작고 유기동물을 위한 법이나 제도 또한 부족하다. 오승미 씨는 “정부에서 우리를 위해서 해주는 것이 없다. 도와주기는커녕 (시끄럽다고) 민원 들어오면 나가라고 쫓아내기만 한다. 보호소에 들어간다고 해도 상황이 열악해 움직이지도 못하는 작은 케이지 안에 갇혀 자연사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오승미 씨는 현재 동물보호 운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 특히 ‘개, 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 촉구에 앞장서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은).

17년째 수많은 유기견의 따뜻한 쉼터를 제공해주고 있는 오승미 씨는 꿈이 있다. 남은 아이들이 마음껏 짖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장 똘이네’엄마 오승미 씨는 “항상 아이들이 짖으면 짖지 말라고 혼내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는 애들이 짖든지 말든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또 마지막 소원은 ‘개, 고양이 도살금지법’이 통과되는 것이다. 이건 젊은 학생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