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자유연애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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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자유연애를 아는가?”
  • 경남 창원시 의창구 박수창
  • 승인 2015.06.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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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정>이 현대인에게 말한다

<무정>은 작가 이광수의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로 1918년에 출판됐다. 한국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이 작품은 개성 있는 작중 인물과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로 아직까지 많은 독자에게 사랑 받고 있다. <무정>이 출간될 당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유연애 사상은 이전의 가치관을 뒤흔들었다. 개화기 당시 지식인인 주인공이 구시대적 사상을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려는 계몽적 의지를 자유연애 사상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렇다면 <무정>은 단지 과거의 시대상을 보기 위한 작은 구멍에 불과할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정>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자유연애란 ‘사회적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연애’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부정당하는 처지라 해도 사랑을 나누는데 어떠한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이 이야기의 자유연애관은 주인공 ‘형식’이 어릴 적 후일을 약속했던 ‘영채’가 기생이 되어 겁탈당하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한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선생인 형식이 죽었을지도 모를 기생을 찾으러 평양에 올라간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은 그를 놀리지만, 그에겐 그녀가 기생인 것도, 겁탈당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현대의 연애는 조건을 많이 내세운다. 현대의 연애는 연애하기 전 ‘저 사람과 사귀면 내가 무엇을 얻을까’를 고민한다. 현대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사회적 부적합성이 이별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무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가 과연 자유롭게 연애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선을 보고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알아가고, 연애하고, 결혼하게 됐지만, 과연 그 시절 지식인이 말하는 자유연애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선보고 하던 결혼을 피한 것뿐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현대인의 삶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 ‘좋다는 것‘의 기준은 상대적이지만 물질적이고 속물적이다. 사람은 사회화를 통해 가치관을 형성한다. 현대인의 가치관이 현대 사회의 가치관을 비껴가지는 못한다. 사랑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현대 사랑이 연애에서만큼은 사랑을 더 높은 가치로 여기는 <무정>의 시대보다 못하다.

독서를 통해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려는 독자라면, 오래된 소설 <무정>을 스스로의 의지로 한 번쯤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근대 소설 <무정>은 현대 연애의 가치를 되짚어 보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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